강산무진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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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무진에는 김훈의 8편의 단편소설이 소개되어 있다. 하나하나의 단편을 무덤덤하게 읽었다. 이런 것들을 왜 썼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우리주변에 흔하게 너부러져 있는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지루함을 느꼈다. 끄트머리 신수정 문학평론가의 글을 읽고 무릎을 탁 쳤다.  내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지루하였다는 것은 바로 내 이웃의 불행 아니 평론가의 말처럼 “ 삶이 강요하는 굴욕”에 익숙하여졌다는 것을 의미한 것이었다.


  50대 인생들의 실직과 사별, 이혼, 본인의 불치의 병고, 그리고 전직 및 이직을 아무런 저항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퍼뜩 느낀 것이다. 8편의 단편소설의 주인공처럼 당연히 그렇게 진행되는 것이 인생인 것인양...........

여태껏 읽은 소설에는 실직이나 병고에 시달리는 주인공의 현실감 있는 심리묘사나 정황묘사에 익숙한 소설만 읽은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소설에 심리적으로 동조하거나 동화되어 눈시울을 젖시면서 콧날이 시큰거려 곁에 있는 사람의 눈치를 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김훈 소설에는 아무런 감정을 묘사하지 않았다.  그래서 김훈의 소설은 무미건조하다.

 




 




 한 사람이 불치병에 걸리거나 실직하면 그 가정에서는 큰일이 난 것이지만 나라전체에서 본다면 그냥 일상적인 일중에 하나에 불과한 것처럼 그는 그렇게 글을 썼다. 마치 동물의 세계에서 얼룩말이 사자에게 사냥되어 뜯어 먹히는 것을 보고도 다른 얼룩말은 살기위해 한가롭게 풀을 뜯는 것처럼 소설을 써내려 갔다. 김훈은 상을 당해도 우리네 어머니처럼 그래도 산사람은 살아야 한다 는투로 글을 썼다.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 더러운데 하는 것, 하면서 견디는 것, 그게 좋은 거다. 죽지 않고 산다는 것은 흥정과 타협의 산물이라는 것이다”라고 이야기 했듯이 생존에 대한 집착이 남달라 보인다. 그는 그의 소설속의 특별한 듯한 사건이나 일들도 특별한 의미 부여보다는 그냥 생존하는 하나의 방편으로 보여지게 하는 필체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소설의 표제제목인 강산무진 말미에서 주인공이 비행기에 올라 내려다보는 강산이 강산무진도는 아니었을까 싶다. 주인공은 불치병 요양과 아들의 간병을 받기 위하여, 아들은 아버지를 간병하면서 아버지의 돈을 상속받는 서로 다른 속내를 군더더기 없이 비행기에서 내려보는 강산으로 표시하였다. 그런 복잡한 인간사와 관계없이 강산무진도의 산과 강이 후손들에게 이어지듯이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강과 산도 여전히 그대로 후손들에게 물려질 것이다.

긴 호흡으로 보자면 인간사는 그렇게 강과 산의 품에서 일어나고 스러지는 것과 같다고 김훈은 이야기하고 싶었을 게다. 

 

이글은 개인블러그에도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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