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문제 - 예를 들어 불안 같은 것
한수희 지음 / 터틀넥프레스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더는 작가라는 존재를 우러러보지 않는다. 그렇다고 깔본다는 건 아니고… 작가도 그냥 사람이라는 걸 느끼고 나서는 누군가를 쉽게 동경하거나 선망하지 않게 됐다. 식당 맞은편에서 홀로 함박을 써는 사람과 내 앞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는 작가 중 누가 더 멋지고 대단한지를 견주는 일은 그만뒀다는 뜻.

말하지 않음으로서 완성되는 말이 있다고 생각하는 요즘이라 굳이 풍성한 표현을 끌어오지 않도록 하고, 내내 은은하게 좋았다. 칠년 전 쯤의 내게 한수희 작가님이란 인생을 통달한 포스 넘치는 선배(수희 작가님이 날 후배로 여기는지는 모른다)였는데, 마음의 문제를 읽으면서는 생선을 고르고 공과금에 몇백원의 연체금이라도 붙지 않도록 꼬박꼬박 숨을 쉬는 이웃처럼 느껴졌다(수희 작가님과 나는 이웃이 아니다).

나는 당신 덕분에 불안을 유머에 깃들여 호탕하게 웃는 실력을 길렀다는 말을 전하며, 그러니 당신도 들숨보다 몇 초 늘어난 날숨을 늘려달라고. 지나친 깃발의 수를 세어보다가 그럴 필요 없다는 걸 깨달은 사람처럼 함께 웃고 싶다.

@kazmikgirl
@turtleneck_pres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