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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ㅣ 스티븐 킹 걸작선 1
스티븐 킹 지음, 한기찬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추리물, 호러물 또는 공포물을 즐겨본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학교 문고에 있는 ‘애거서 크리스티’나 ‘셜록 홈즈’의 추리물을 읽었었고,
조금 더 나이를 먹고 나서는 의학소설계의 거장이라 불리는 ‘로빈 쿡’의 소설에 빠졌었다.
‘스티븐 킹’에 대해서는 책이 아니라 영화에서 먼저 만났다.
그가 쓴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는 아주 인기가 많았고,
나도 몇 편은 이미 봤었다.
책으로 ‘스티븐 킹’을 만난 것은 2년 전 인터넷 서점에서 특가도서로 ‘드림캐처’라는 4권으로 이루어진 것을 구매했을 때였다.
겨울방학 긴 밤을 보내기에 4권이라는 분량은 딱 맞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4권을 모두 읽기 전까지 손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그리고 이번에도 뭔가 읽을 것을 찾다가,
‘스티븐 킹’의 이야기를 읽기로 하고 단편집 중 1권인 ‘캐리’를 선택했다.
이미 전에 ‘스티븐 킹’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작품에도 많은 기대를 가졌다.
항상 그렇지만 중요한 과목 시험을 앞두고 책은 배달되었고,
내 손은 그것에 무의식적으로 끌려가서 겉표지를 열었다.
이번 ‘캐리’는 저번에 이미 한번 접했던 구성방식과 이야기 진행이 전혀 달랐다.
하지만 그 나름대로 나를 ‘스티븐 킹’이 만들고 보여주고 싶어 한 상상 속으로 이끈 것은 두 권 모두 같았다.
평범한 이웃에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 산다면?
그리고 그 사람이 나랑 같은 학교를 다니고,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라면?
특별한 능력은 있지만 단순히 외관상으로는 지극히 평범해서,
남학생들에게 눈길 한번도 받지 못하고,
또래 여학생들에게 무시당했다면?
또한 정신 이상을 가진 어머니한테 항상 벽장에 갇혀 기도를 했던 그런 소녀라면?
그 소녀를 억압하고 있던 것이 폭발하면 그녀가 가진 능력이 절제력을 잃고 무한대로 퍼진다면?
불행하게도 어느 날 누군가의 장난이 그녀가 힘들게 절제하고 있던 그 조약돌 같은 통제력을 연못으로 던지게 했다면?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보고,
동질감을 느끼고, 평안함을 느끼고,
어떤 때는 위안을 얻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과 조금만 다른 능력을 가진 것을 보면,
그 능력을 가진 사람이든,
그 능력을 가진 사람을 본 사람이든,
공포감을 먼저 느낀다.
어떤 것이 그 공포감을 느끼게 하는 것일까?
단지 자신과 다른 능력을 가졌다는 단순한 이유로?
아니면 그것 때문에 이제까지 느꼈던 동질감과 평안함이 깨져서?
자신이 위안으로 삼던 평생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그 사람에게서 느꼈던 배신감에서?
만약 그 능력이 자신과 다른 사람을 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모두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일 수도 있는데도 공포감을 느낄까?
단지 자신과는 조금 다른 특별한 능력일 뿐인데 말이다.
유전학적으로, 본능적으로, 자연적으로 이미 자신과 다른 것은,
자신을 해칠 수 있는 잠재적 위협을 가진 것이라고 각인되어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다행히도 나에게 다른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조짐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아니면 나 자신이 그 능력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안 보려고 무단히 노력하고 있어서 보이지 않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