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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 - 상 ㅣ 스티븐 킹 걸작선 2
스티븐 킹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11월
평점 :
무언가에 홀려서 상식이나 일반적인 관점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전설이나 풍문, 요즈음은 TV 매체를 통해서도 접할 수 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몸을 다른 의지가 지배하여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는 이야기는 이런 무더운 여름철에 빠질 수 없는 단골메뉴이자,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는 그 공포심과 보이지 않지만 일어나는 것을 알고자 하는 호기심이 융합된 주요한 이야깃거리이다.
혼이 존재하고 이승과 저승이 있다고 여기는 동양적 사상에서 그 혼에 홀려서 자신도 모르게 무엇인가를 하는 이야기는 그렇게 특별한 소재도, 그렇다고 흔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소재를 서구 소설가가 이야기로 풀어낸다면 어떤 작품이 나올까? 바로 『샤이닝』이라는 작품이 거기에 부합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분노를 스스로 절제하지 못하여 선생의 자리를 박탈당하고 알콜 중독기질을 가진 가장, 지극히 평범한 아내이자 한 아이의 어머니, 그리고 남들의 생각을 읽을 줄 아는 아이가 『샤이닝』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책 전반부에 이미 ‘오두막 열병’이라는 폐소공포증에 대해서 언급되지만, 소설을 읽어가면 이 전체적인 이야기가 단순히 ‘오두막 열병’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정말 한 사람당 1평도 안 되는 공간에 세 사람이 갇힌 상황이라면 충분히 폐소공포증을 이유로 끔찍한 상황을 설명할 수 있겠지만, 소설의 배경이 되는 장소는 빛도 안 들어오는 그러한 좁은 공간이 아닌 웅장한 호텔 건물 전체라는 점이다. 단순히 공간의 협소함과 막힘으로만 설명하기에는 무엇인가 부족하고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책 후반부에 가면 결국 ‘오두막 열병’이 원인이 아니라 소설의 배경이 되는 호텔이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가지고 논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호텔이 사람과 같은 자유의지를 가지게 된 건지, 아니면 그 호텔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원혼이 그 호텔에 떠도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스스로 분노를 절제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도 못하게 하는 억압과 자신이 술을 다시 찾는 것은 아닌지, 아이를 학대하는 것은 아닌지 항상 감시하고 의심하는 아내의 눈초리, 자신이 학대했던 아이가 한번씩 보이는 알 수 없는 표정은 결국 자신의 몸에 있던 혼을 벗어던지고 타인이 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이미 타인이 된 가족 구성원은 비극을 만들어내고...
우리말로 쓰여진 소설이 아닌 외국어로 쓰여진 소설이라, 소설 상 중요한 단서로 쓰이는 아이가 자기 마음 속에 만들어낸 사람이 보여주는 ‘해살’이라는 단어가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서지 못한다는 점이 아쉬우나, 책에 끌려가다보면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캐리』에서 나오는 ‘캐리’와 『샤이닝』에서 나오는 ‘대니’ 모두 평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닌 특별한 사람으로 나왔다는 점이 ‘캐리’와 ‘샤이닝’을 연결하는 조그만 고리가 아닐까 짧은 생각을 해본다.
혹시 자다가 너무 생생한 악몽을 꾼다면, 자신이 있는 방이 무언가 자기한테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 끄적이는 자, 우비(woobi@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