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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진실을 알고 있다 - 2권 세트
조르지오 팔레띠 지음, 이승수 엮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이 끄적이는 자에게 '매니아' 기질을 힘껏 발산하게 하는 몇몇 사물들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이미 알고 계신 분들은 알겠지만 책이다. 특히 몇 안 되는 좋아하는 작가들이 쓴 책을 직접 사서 보는 것이 취미 아닌 취미가 되었으니 이 어찌 '매니아'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런한 끄적이는 자가 가진 취미를 누릴 수 있게 몇몇 온라인 서점에서 책 한 세트를 사면 그 작가가 쓴 다른 한 세트가 같이 따라온다든지, 상 권을 사면 하 권이 따라온다든지, 그것도 아니면 한 권을 사면 전혀 관계 없는 다른 책 한 권이 따라오는 이벤트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그 덕분에 저번 '安經'에서 소개한대로 아주 재미있게 읽은 『나는 살인한다』를 얻은 계기가 된 『눈은 진실을 알고 있다』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 작품 작가도 아직은 생소한 '조르지오 팔레띠'가 썼고 저번 작품과 달리 책 겉면 디자인도 보통 보는 책 판형보다 약간 작지만 최신 분위기가 흐르는 작품이다.
이번 작품 역시 반전이 가장 중요한 흥미를 만들어내는 요소이기 때문에 줄거리 부분은 아주 아주 간략하게만 넘어가는 것이 옳겠다. 배경은 저번 작품과 다르게 두 곳에서 일어나는데 주사건이 일어나는 배경은 뉴욕이고, 부사건이 일어난 배경은 로마이다. 멀리 떨어져서 크게 본다면 현직 뉴욕 시장 형을 둔 전직 뉴욕 경찰인 주인공이 조카가 괴상한 모습으로 살해당하자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뛰어들고, 애인을 잃고 시력을 잃어 조카의 각막을 이식받고 과거의 일들을 보게 된 미모의 로마 경찰반장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이다.
괴상한 모습으로 살해당하는 일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저번 작품과 비슷한 예고 살인을 소재로 삼았다. 다만 그 괴상한 모습이 다들 한번쯤은 봤을만한 만화 '스누피'에 나오는 인물들 모습이라는 것이 가장 크게 봐야할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만약 제목을 짓는 감각이 아주 떨어지거나 예전 7,80년 영화 제목처럼 제목을 짓는다면 '스누피 살인사건'이라고 붙여졌지 않을까...
사건 전개에 있어서는 작품 시작에 나오는 도입부분이 결국 결말 부분과 이어지는 영화 같은 구성을 사용했으며, 주연으로 등장한 주인공도 주인공이지만 조연으로 나오는 인물들 역시 예사롭지가 않으며 작품 속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위치에서 활동한다는 점은 다시 한 번 작가의 능력에 감탄사를 보낼 수 밖에 없는 일이다. 또한 애뜻한 로맨스 분위기를 사건 외부로 깔아놓아서 독자 흥미를 이끌어내는데 이 역시 반전 아닌 반전으로 끝까지 독자를 잡고선 놓아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번 작품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살인범 사형수의 각막을 이식받고 나서 그 살인범이 살인을 저지를 광경을 보게 되었다든지, 살인범 사형수의 손을 이식받고 나서 그 살인범처럼 자기도 모르게 손만 살인을 저지르려 한다든지, 살인범 사형수의 심장을 이식받고 나서 그 살인범처럼 자신이 변했다는 그런 약간 식상한 소재를 끌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이러한 것에 너무 치중되지 않은채 적절한 수준으로 사건을 전개했다는 점에서 또 한 번 빠져들 수 없는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작품 속에 나오는 사람들이 모두 하나 같이 원인은 다르지만 치유되기 힘든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어떻게 풀어가느냐를 지켜보는 것도 또다른 흥미로 작용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한 면에서 여자지만 남자인 여자와 여자인 여자를 보는 주인공 감정 변화와 남자인 남자와 여자인 여자를 보는 여자지만 남자인 여자의 감정 변화는 단순히 사건 해결에만 치중된 줄거리에 양념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보이지 않는 끈에 대해서 아직 이 끄적이는 자는 그리 오래 세상에 있어왔던 것도 아니고, 경험 또한 미숙한지라 그것에 대해 끄적이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어차피 보이지 않는 끈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나랑 똑같은 '장님'이 아닐까?
어떻게 보면 매우 쉽게 지나쳐버릴 수 있는 사물들, 광경들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매우 소중한 인연의 끈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것이 서로가 서로의 진정한 모습을 알아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하찮게 넘어가버린 것은 없는지 반성해본다.
눈은 많은 것을 볼 수 있게도 해주지만,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불리듯이 많은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아직도 '인연의 끈'이 보이지 않는다면 조만간 '각막 이식수술'이라도 받아야하는걸까? 그것이 옳다면 이 끄적이는 자가 제일 먼저 받아야 할 것 같다.
- 끄적이는 자, 우비(woobi@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