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인한다 1
조르지오 팔레띠 지음, 이승수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자유롭게 읽고 싶은 책들을 읽을 시간이 왔건만 어찌된 영문인지 이번 방학에는 거창하게 이름 붙이자면 '독서활동'이라고 불리는 것을 작년에 비해서 너무나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그 와중에도 뭔가 읽을거리가 없나 두리번대는 것은 여전하지만 말이다.

  학기 중에도 한 번 책 한 세트를 사면 다른 한 세트를 주는 것을 발견하고는 계획 없는 '충동구매'를 했었는데(아직 박스 개봉만 했지 겉 비닐포장도 벗기지 못했다...), 이번에도 그러한 정보를 입수하고서는 요즘 쓰는 말로 '질러' 버리고 말았다.

  이번 작품 제목은 『나는 살인한다』이고, 작가는 처음 들어본 '조르지오 팔레띠'라는 사람이다. 원래 이 책을 사려고 한 것이 아니라 한 세트를 사서 딸려온 친절하게도 책 옆면에 '증정'이라고 도장까지 찍힌 책이다. 근간에 출간된 책보다 이 작품이 먼저 나온 책이라 당연히 먼저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겉표지를 펼쳤다.

  원래 이 끄적이는 자는 장르 구분 없이 읽는 사람인지라 특별히 장르에 대해서는 아는 바도 없을 뿐더러 특별히 알려고도 하지 않아서 이야기하기 매우 힘드나, 책 겉표지 위에 끼워진 팻말에 있는 글을 인용하자면 '유럽판 스릴러'라고 한다.

  따라서 이번 安經에서는 이 작품을 읽어볼 분들을 위해서 책 줄거리 부분은 거의 설명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든 소설이든 특히 시간의 흐름이라던가 사건의 전개가 빠르게 진행되는 작품일수록 줄거리를 알게 되면 그 흥미진진함이 반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거의 사라진다. 이 끄적이는 자는 그 흥미진진함을 마음껏 즐겼는데, 다른 분들의 흥미진진함을 뺏어버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면 스스로 어떻게 죄송함을 짊어지고 가겠는가. 그로 인하여 고통받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래도 간략하게나마 책 뒷면 겉표지에 적혀있는 정도로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몸에도 상처가 남아있고, 마음에도 상처가 남아있는 FBI 형사가 우정으로 엉겁결에 모나코 왕국에서 일어나는 얼굴 가죽을 벗겨가는 엽기적인 살인사건에 뛰어들게 되고, 이 살인사건이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아주 고도의 지능을 가진 연쇄살인범에 의해서 예고 살인이라는 것을 알게되면서 이 범인을 꼭 잡아내고야 말겠다는 신념으로 상처 뿐인 몸을 현장으로 던지는 이야기다.책에 적힌 것보다 너무 내용을 말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원래 이 끄적이는 자는 책을 잡으면 식음을 전폐하고 그 책에만 몰두해서 반나절이면 장편소설이라고 불리는 책들을 다 읽어버리는 이상한 독서법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데 이번 작품을 읽은 환경이 환경인지라, 그렇게 하지 못해서 작품 속에 완전히 빠져들지 못한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라고 할까나...

  우선 너무나 깨끗하고 정확하게 계획된 살인 수법이 인상적이었지만, 그것보다 그러한 살인 수법을 글로서 표현하였지만 눈 앞에 생생하게 이미지로 만들어내게 했다는 작가 능력이 더 인상 깊었다. 또한 엽기적인 살인 사건에만 시선을 돌려놓고서는 그 속에 숨어있었던 또 다른 사건을 말하고자 했던 부분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너무 문장이 길어지거나 흐름이 늘어짐 없이 적절한 속도의 사건 전개는 충분히 독자를 매혹시킬만 한 것 같다.

  이미 고전으로 널리 알려진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를 접한 독자라면 이 작품에 약간 진부한 소재가 쓰여진게 아닐까 생각할 것이고 흥미가 조금 반감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소재를 가지고서도 진부함 없이 새로운 작품으로 만들어낸 작가 능력에 더욱 감탄을 보낼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끄적이는 사람을 포함한 대부분 사람들은 선택해야만 하는 갈래에 서면 자신도 모르게 평상시에는 볼 수 없었던 숨어있던 자신들을 만나게 된다. 설마 아직 그런 경험이 없다면 서둘러 가까운 정신과 상담을 받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내 속에 두 개 이상의 자아가 있다는 사실을 느끼곤 하는데 만약 특별한 상황에 놓여져 있다면 과연 '나'이지만 '나'도 아닌 그 존재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말도 있듯이, 오래 전부터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 마음을 알고자 하는 욕구는 지금까지도 식을 줄 모르는 용암처럼 우리 핏 속에 흐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아직까지 역사의 뒤안길에서 사라지지 않고 현실 속에서 꾸준히 사람들 곁에 따라온 것은 아닐까?

  '나'도 몰랐던 새로운 '나'를 아는 것, 전혀 알 수 없는 '남' 속에 있는 또 다른 '남'에 의해서 생기는 사건들을 풀어간다는 것이 과연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두렵지만 그러한 숨어있던 자아들을 조금씩 찾고자 하는 호기심에 대한 열망은 그 공포를 누그러뜨리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거울이 주위에 있다면 한 번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자. 과연 지금 이 거울에 맺힌 모습이 과연 '나'인지, 아니면 또 다른 '나'인지... 당신은 알아볼 수 있는가?

 - 끄적이는 자, 우비(woobi@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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