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 - 상 스티븐 킹 걸작선 7
스티븐 킹 지음, 정진영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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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학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12월 달력에서 마지막 날짜를 하나 남겨두고 있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좋게 끝난 일도 그렇지 못한 일도 많았지만 어쨌든 시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지나가고 있다.

 겨울 방학을 맞아서 두번째로 만난 '스티븐 킹'의 작품은 지난 여름방학에 '책 사재기'로 구입해 놓고 실험실 책장에 보관하였던 총 3권으로 구성된 『그것』 바로 '그것'이었다.

 원래 책을 읽으면 '그것'에만 빠져서 완전히 푹 빠지게 되면 식음도 전폐할 정도로 허우적대다가 마지막 책장이 덮어짐과 동시에 '그것'에서 빠져나오곤 했다. 그래서 보통 소설 책 한 권은 하루만에 후딱 해치워버리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번 『그것』은 다른 황금가지에서 나온 스티븐 킹 소설책과 같은 두께를 가진 책이 3권으로 이루어진 내가 만났던 스티븐 킹 작품에서 가장 긴 작품이었다. 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우리나라에 제일 처음으로 출판된 3권으로 구성된 『반지전쟁』을 아실 것이다. 그것보다 두께는 더 두꺼웠다.
 (『반지전쟁』은 영화로 나오기 전까지는 그렇게 유명하지 않았지 않았나? 양장본이라서 책 겉표지가 두껍기도 했지만 그래도...)

  일단 단순하게 한번 읽어보자고 다짐하고 도전을 해보았다. 그러나 (상)권에서 출발되는 아주 아주 천천히 진행되는 전개는 책장 넘어가는 시간도 천천히 진행되는 전개를 따라가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 (하)권 마지막 책장을 덮는 동안 속도변화가 그 때 그 때 달라지게 되었다. 진행이 빠르면 나도 빠르게, 느리면 다시 느려지고...

  소설은 메인 주 데리에서 살았고 어른이 되어서 다시 돌아오는 7명의 아이들 이야기이고, 아주 아주 오래전부터 꾸준히 나타났던 그리고 모습이 계속 바뀌는 '그것'과 싸워 이기는 이야기이다.

  유년 시절 친구들과의 끈끈한 우정에 아이들을 먹어버리는 악마와 싸우는 모티브가 섞여있는 구성으로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 다시 만나고나서는 어른인 지금과 아이였던 과거가 왔다갔다 타임머신을 수시로 작동하면서 전개되면서 진행은 빠르게 변하게 된다.

  『그것』을 읽고나서도 한참동안 '스티븐 킹'이 말하고자 하는 '그것'은 무엇이었나 생각은 자연스럽게 마음을 지배하게 되었다. 책을 덮고나서 한 30분 생각을 하고 결론을 내린 것은 아마 '그것'은 바로 아이들을 잡아먹었던 미친 어릿광대가 아니라, 아이와 어른 그 세대 사이에서 나오는 괴리감이 아니었을까는 생각으로 초점이 맞춰졌다.

  진실을 감추려고 하는 어른, 
 막무가내로 막아서는 어른,
 이해하지 않으려는 어른,
 표리부동과 위선적 행동을 보이는 어른...

  그 어른들에게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진실을 알고자 하고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아이들의 외침이 어른들에게는 '그것'으로 아니 그 어른들 자체가 '그것'이 아니었을까?

  유년시절 순수함과 우정을 가진 아이는 자라서도 '그것'과 맞서는 어른이 되는 것은 '나이'라는 사회적 무기 혹은 방패, 어쩌면 타부(Taboo)를 무너뜨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연말이 되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그것』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끈끈한 우정, '그것'때문인지는 몰라도 어렸을 때 같이 어울리며 어쩌다 싸우기도 한 친구들의 얼굴들이 떠오른다. 『그것』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그 친구들 이름과 직업, 사는 곳을 잊어버렸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그 기억에, 그 추억에 매달리고 싶은게 아닐까 싶다.

  지금 생각나는 어릴 적 친구들이 있다면 그동안 연락을 한번도 안 했을지라도 전화, 전화하기가 어색하다면 문자, 그것도 조금 무안하다면 메일 아니 특별한 말을 길게 쓰지 않아도 되는 e-카드라도 보내보는 것이 어떨까?

  답장은 안 보낼 수도 있겠지만 그날 밤 꿈 속에서 함께 그 곳에서 웃으며 '그것'과 함께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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