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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마일 ㅣ 스티븐 킹 걸작선 6
스티븐 킹 지음, 이희재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1월
평점 :
벌써 2학기도 끝났고, 내 주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가장 '널널한' 1년이 마쳐간다. 대학생활 대부분이 그렇듯 마지막 시험이 끝나는 날이 겨울방학 시작이고, 방학이 시작되었으니 다시 방학 때만 할 수 있는 지난 여름방학이 마치면서 중단하였던 책 읽기를 재기하였다.
'황금가지'가 발매한 '스티븐 킹 걸작선' 여섯번째 작품인 『그린 마일』을 겨울방학 첫번째 작품으로 선정하였다. 이미 '톰 행크스'라는 유명한 배우가 주연을 맡아 영화로도 나온 작품이기도 하고, 지난 여름방학 '책 사재기'를 할 때 사놓고 이제까지 구석에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던 책이다.
처음 영화도 보지 않았고, 책도 보지 않았을 때는 영화 포스터와 함께 '그린 마일'이라는 단어를 듣고 떠오른 이미지는 뭔가 아주 악질인 죄수가 교도관과 함께 생활하면서 모범수가 되어서 출옥을 하고 그 길이 '그린 마일'인 줄 알았다. 왠지 녹색이 가지는 이미지는 조금은 희망적이니까.
하지만 '스티븐 킹'이 말한 '그린 마일'은 사형수들이 사형을 언도받고 전기의자로 가는 마지막 길, 그러니까 죽음으로 가는 길이 바로 형무소 감옥에 깔린 녹색 타일길을 말하는 것이었다.
글 전개형식은 '콜드 마운틴'에 있는 주 형무소에서 사형수 교도관으로 근무한 '폴 에지콤'이 양로원에서 과거를 더듬어가면서 독자에게 있었던 일을 말해주는 형식으로, 이미 『돌로레스 클레이본』에서도 나왔던 형식이다. 다만 주인공이 그래도 배웠다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필부에서 오는 화법이나 단어 선택 차이만 있을 뿐이다.
'폴'의 기억은 '존 커피'가 형무소로 들어올 때부터 시작된다. 이미 형무소에는 사형수들이 몇몇 있었고, '존 커피'는 거의 마지막에 어린 백인 소녀들을 강간하고 살해한 혐으리로 들어온 죄수로 처음부터 '폴'을 비롯한 교도관들에게 강한 인상을 준 몸집이 거대한 흑인이다.
'폴'은 형무소에서도 사형수들을 잘 다룰 줄 아는 경험도 많을 뿐더러 인정도 많은 고참 교도관으로 '존'에게 이상한 느낌을 받았고 처음에는 그냥 보통 사람보다 덩치가 큰 것에서 오는 것인줄 알았으나, 우연하게 자신을 끈질기게 괴롭히던 요도염을 치료해주고, 밟혀서 죽어가는 '딸랑씨'를 다시 살려내고, 이러한 능력을 '폴'을 비롯한 교도관들이 자신들의 목숨을 내놓을 각오로 소장 부인이 가지고 있었던 뇌종양까지 치료를 하게된다. 하지만 이러한 신이 내린 능력을 가진 '존'도 비록 억울한 누명으로 사형수로 형무소로 왔고, 결국 사형언도를 받고 교도관들도 인간적으로 슬퍼하는 가운데 전기의자에서 숨을 거둔다.
마지막까지 '존'을 가장 인간적으로 대우한 '폴'에게 '존'은 자신의 능력 일부를 주었고, 그런 '폴'은 자신이 알고 있었던 모든 이들이 그들 자신의 '그린 마일'을 걸어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100살이 넘도록 그 때 기억을 더듬어가며 결국 자신의 '그린 마일'은 언제쯤 오는지 이제는 그 길 위로 걷고 싶다는 마지막 말로 책은 마무리를 짓는다.
이번 '스티븐 킹' 소설은 '전형적'인 '스티븐 킹' 소설이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공포'를 이끌어낸다고 하는 그러한 '스티븐 킹' 솜씨가 안 들어간 것일지도 모른다. 겉으로 대충 봐서는 공포를 느껴지지도 않았고, 어떤 점을 부각시켜서 읽느냐에 따라서 느끼는 바가 다 다른 '모나리자' 같은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떻게 보면 인간 대 인간으로 느낌, 감정들을 그린 잔잔한 휴먼 드라마로서, 또 다르게 보면 알고나면 누구나 부러워 할 능력을 가진 사람도 자신의 운명은 바꿀 수 없다는 '운명론'을 그린 소설로서, 간단하게 생각하면 부러운 능력이라고 생각되는 것도 한편으로는 불행의 요소로 작용한다는 교훈을 주는 소설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만의 구세주가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생각한다만, 이러한 글을 쓰면서 생각나는 당신은 분명 이 끄적이는 자만의 구세주이다. 그 구세주가 누구냐고? 바로 당신이지.
- 끄적이는 자, 우비(woobi@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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