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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의 배신 - 살찌는 체질이란 없다
박지인(어떤약사) 지음 / 모티브 / 2026년 9월
평점 :
숫자가 아닌, 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 《혈당의 배신》을 읽고
우리는 늘 무언가와 싸우듯 살아간다. 바쁜 일상 속에서 밀려오는 피로와 싸우고, 거울 앞에 설 때마다 체중계의 숫자를 보며 자책하곤 한다. '오늘도 운동을 빼먹었지', '왜 이렇게 의지가 약할까'라며 살이 찌는 탓을 오롯이 내 탓으로 돌리기 일쑤다. 하지만 현직 약사인 저자가 쓴 《혈당의 배신》은 그 익숙한 자책의 화살을 단호하게 거두어 낸다.
살이 찌는 것은 의지 부족이 아니라, 몸의 대사 시스템이 보내는 구조 신호라고 말이다.
이 책이 특별하게 다가온 이유는 우리를 단순한 '체중 감량의 주체'가 아닌, 내 몸의 섬세한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하는 '동반자'로 바라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저자 역시 오랜 시간 반복되는 다이어트와 시행착오를 겪어왔기에, 책 전체에 묻어나는 조언들은 건조한 의학 지식을 넘어선 진한 공감과 설득력을 지닌다.
책은 롤러코스터처럼 흔들리는 혈당, 즉 '혈당 스파이크'가 어떻게 우리의 대사를 망가뜨리고 에너지를 고갈시키는지 차분하게 짚어낸다. 흔히 건강을 위해 무조건 굶거나 극단적으로 탄수화물을 멀리하는 방식을 택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지속 불가능하고 오히려 몸을 지치게 하는지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저자가 제안하는 방식은 화려한 비법이 아니다. 내 몸의 혈당 흐름을 이해하고, 일상 속에서 무너진 균형을 차근차근 바로잡아가는 '진짜 저당 습관'이다.
결국 이 책은 단순히 살을 빼는 기술을 가르쳐주는 지침서가 아니다. 쉼 없이 달려온 내 몸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이제는 숫자에 연연하는 삶에서 벗어나 대사의 평온을 찾아주는 회복의 기록이다.
매일 반복되는 피로와 무기력함의 이유를 몰라 답답했던 이들에게, 그리고 평생 끝나지 않는 다이어트의 굴레에서 지친 이들에게 이 책은 든든한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내 몸을 몰아붙이는 대신, 몸이 보내는 신호에 조용히 귀 기울여보게 만드는 따뜻하고도 날카로운 통찰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