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한다는 착각 - 열심히 말하는데, 왜 마음은 멀어질까?
마이클 니콜스.마사 스트라우스 지음, 윤삼호 옮김 / 교양인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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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한다는 착각』을 읽고
아이들에게 늘 경청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상대의 말을 끝까지 잘 들어야 한다, 말을 다 듣고 난 후에 말해라. 아침마다 했던 얘기였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정작 나는 그 말을 얼마나 지키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됐다.
책에는 관계를 단절시키는 일곱 가지 대화 습관이 나온다. 상대가 말하는 동안 다음에 할 말을 생각하느라 바쁜 대기실형, 상대 얘기가 끝나기도 전에 "나도 그런데" 하며 내 얘기로 화제를 돌리는 가로채기형, 묻지도 않았는데 해결책부터 제시하는 해결사형. 읽다가 뜨끔했다.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끝까지 들으라고 가르쳤으면서, 나 자신은 저 유형들 중 몇 개를 그대로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특히 "그래, 하지만…"이 결코 좋은 반응이 아니라는 구절이 오래 남았다. "하지만"이 "그래"를 덮어버린다는 말. 책에는 어린 딸이 신나서 부엌으로 달려와 "이것 봐, 애벌레 잡았어!"라고 했을 때, "더러워, 손부터 씻어야지"라고 하면 아이의 흥분이 단숨에 꺾여버린다는 예시가 나온다. 반대로 "어머, 참 예쁜 애벌레구나!" 하고 먼저 인정해주면 아이는 굳이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손을 씻으러 간다고. 이 대목을 읽으면서 내가 아이들한테 했던 말들을 떠올려봤다. "그래, 잘했는데 다음엔 이렇게 해봐" 같은 말, 인정 같았지만 사실은 "하지만"으로 다 덮어버린 말이었다.
진심으로 듣는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에게 초점을 맞춘다는 구절도 마음에 걸렸다. 대화를 이끌지 않고 따라가며, 말하는 사람이 자기 경험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도록 응원하는 게 진짜 듣기라는 것이다. 나는 늘 아이들 말을 듣다가 어느 순간 내가 대화를 끌고 가고 있었던 것 같다. 듣는 게 아니라 안내하고 있었던 거다.
가족 안에서 듣기가 시작이라는 챕터도 마음에 걸렸다. 정작 가장 가까운 사람의 말을 가장 안 듣는 게 가족이라는 말. 책은 친구가 좋은 경청자가 될 수 있는 이유로, 친구 사이에는 가족만큼의 요구나 기대가 없어서 특별히 서로를 통제하거나 보호할 필요 없이 들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반대로 가족끼리는 기대와 요구가 얽혀 있어서, 오히려 더 안 듣고 더 쉽게 끼어든다. 아이들 말을 끝까지 들으라고 가르치면서도 나는 정작 식탁에서 아이들 말을 얼마나 끝까지 들었는지 자신이 없어졌다.
인간은 불안정할수록 안정감이 필요하고, 경청은 그 불안정함을 키워주는 자양분이라는 구절도 있었다. 아무리 안정적이고 잘 적응하는 사람이라도 자신을 지탱하려면 타인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그날 있었던 일을 늘어놓을 때, 그게 별일 아닌 것처럼 들려도 사실은 그 관심이 아이를 키우는 자양분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겠다.
아이들에게 가르쳤던 그 한마디, "말을 다 듣고 난 후에 말해라"가 사실은 나 자신에게 가장 필요했던 말이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다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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