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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가벼운 아이와 너무 무거운 아이 - 2023 볼로냐 라가치상 어메이징 북셸프 선정작 ㅣ 곰곰그림책
남기림 지음 / 곰곰 / 2025년 3월
평점 :

파랑, 검정, 회색이 주를 이루는
차분하면서도 조금은 어둡게 느껴지는 그림책
<너무 가벼운 아이와 너무 무거운 아이>.
묵직한 바위에도,, 가벼운 구름에도,,
어울리는 회색이 이 그림책과 잘 어울리네요.
어두운 느낌의 그림책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 그림책은 왠지 묘하게 이끌리는 매력이 있었어요.
앞면지의 연보라빛 몽글몽글한 구름.
이 책을 통틀어 가장 부드러운 구름색입니다.
세로로 책장을 넘기는 방식이어서,,
구름이 층층이 쌓여있는 하늘이
더욱 더 높다랗고 멀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하늘과 땅 사이에
너무 가벼운 아이와 너무 무거운 아이가 있었습니다.
팔랑팔랑 하늘하늘 바람에 나부끼듯 가벼운 아이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온몸이 축 처진 무거운 아이.
가벼운 아이는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무거운 아이의 손을 꼭 잡고 다녔다.
무거운 아이는 멀리까지 볼 수 있는 가벼운 아이의
이야기를 즐겨 들었다.
둘은 늘 함께 했고,,
밤이면 쓰러져 잠든 무거운 아이의 손을 꼭 잡고
날아갈까 무서워 잠들지 못하는 가벼운 아이.
홀로 잠들지 못하고 지새운 밤동안
가벼운 아이는 무엇을 생각했고,, 무엇을 바랬을까요?
어디론가 날아가지 않도록
언제까지나 무거운 아이가 자신의 손을 놓지 않기를 바랬을지도 모릅니다.
그 마음을 시험이라도 하듯
심한 바람이 불던 어느 날,,
가벼운 아이는 그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너무나 무서웠고
무거운 아이는 그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걷기 힘들었습니다.
거센 바람 속에서도 자신의 손을 놓지 않고 힘겹게 나아가는
무거운 아이를 보면서도
가벼운 아이는 두려운 마음을 떨치지 못하고 묻습니다.
"내 손을 언제까지나 잡아 줄거지?"
"사실 가끔은 네가 혼자 걸을 수 있으면 좋겠어."
날아가지 않도록 꼭 붙잡고 있는 마음만큼이나
날려버리지 않도록 꼭 붙잡고 있는 마음 역시나
힘겹기는 마찬가지였을텐데,,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는
무거운 아이의 솔직한 마음조차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로
가벼운 아이는 무엇이 그렇게도 두려웠을까요?
무거운 아이는 가벼운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을까요?
가벼운 아이의 말을 즐겨듣던 때와 달리
거센 바람 앞에
평소에는 하지 않던 말이 나와버렸을까요?
의지하는 마음이 컸기에
놀란 마음 역시나 컸던 가벼운 아이는
그만 손을 놓고 맙니다.
바람에 떠밀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가벼운 아이..
한치 앞을 알 수 없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무거운 아이..
둘이 떨어져 있는 동안은
혼란과 두려움의 연속이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임을,,
둘이 계속 함께이고 싶은 마음을,,
깨닫게 되는 중요한 시간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어디에서 서로를 찾을 수 있을까요?
손을 놓아버린 나를,,
손을 놓쳐버린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줄까요?
걱정이 앞서지만
가벼운 아이와 무거운 아이는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크기에 서로를 찾아나섭니다.
둘이 함께 하는 처음부터
계속 보였던 알 수 없는 많은 물건들..
이 장면에서 주변의 의미없어 보이던 물건들이
존재감을 확실하게 발했던 것 같아요.
이 장면을 위한 장치가 아니였을까 싶기도 하고요.
처음에는
그들이 나아가는데 방해가 되는 상황이나 존재였을지 모르지만
그것마저 끌어모아 서로를 향해 나아갑니다.
우리 주변에서 나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의미없는 것을 없을지도 모르겠구나 싶었어요.
아름다운 것, 예쁜 것, 행복한 것만 꿈꾸게 되지만
삶이란
인생이란
슬프고 화나고 아프고 방황하는 시간마저도
내 삶을 이루는 부분임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아닌가 싶어요.
위에서 내려오는 가벼운 아이와
아래에서 올라가는 무거운 아이는
제본선을 중심으로
위아래가 같은 상황,, 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향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 장면이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둘이 만나 다시 떨어지지 않을지도 모르고,,
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될지도 모르지요.
관계를 맺고 있는 두 사람일 수도 있고
열정과 냉정,, 선과 악,, 책임과 도피,, 성실과 게으름 등
내 안의 양가적인 감정이나 모습일 수도 있겠지요.
타인과의 관계에서든,,
내 안의 모습이든,,
휘둘리지 않고 휩쓸리지 않고 나아가기 위해
적당한 거리,,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너무 가벼운 아이와 너무 무거운 아이>.
*** 출판사 서평이벤트를 통해 마음으로 읽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