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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하여
임지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평점 :
사실 나는 에세이류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내 삶 하나를 감당하기도 벅찬데... 다른 이들의 삶의 무게를 함께 나눈다는 생각에 손이 잘 가지 않았다. 이 책 역시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 첫 장을 넘겼더. 그리고 놀라웠다. 세상에는 나랑 정말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구나...! 차마 부끄럽기도, 민망하리만치 적나라한 나의 본성을 이렇게 세상에 당당히 까발려버리는 작가가 있구나 싶었다. 오죽했으면 바로 작가님의 인스타를 찾아보고 팔로우를 했을까. 그래서 나는 나와 정말 똑닮은 생각을 하는 이 작가가, 아니 이 사람이 궁금해져서 이 책을 아주 열심히 정독했다.
작가님의 글을 모두 정독하였고, 마치 우리집 마당마냥 드나드는 알라딘 홈페이지 추천 도서에 이 책의 이름이 올라온 곳을 보고 내린 결론은 '아, 사람들 모두 정말 열심히 사는구나.'였다. 이 책이 이만큼 많은 이들을 끌어 당긴다는 것은 공감을 많이 샀기 때문일거고 결국 나와 비슷한 생각, 감정을 느끼며 꾸역꾸역 하루를 살아내는 이들이 많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게 뜻밖의 위로가 되었다. 버티고 악착스레 살아온 내가 한 생을 이만큼이나 단단하게 지탱하고 있다는 것이 새삼스레 다가왔다. 두려움과 무서움에 내놓기 꺼리던 것들이 책 속에 담담히 엮여 아무렇지도 않게 세상에 나온 것이 내게는 충격이라면 충격이었다.
어쩌면 가난한 가정환경, 학창 시절의 따돌림, 여유 자금 없이 바쁘게 살았던 대학 생활 등이 나와 지독하게도 겹쳐보였기에 그 안에서 읽을 수 있던 수 많은 빛깔의 감정을 나는 나름대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던 것 같다. 내가 늘 나를 주저앉히던 그 먹물같은 주위의 것들을 작가님은 철저하게 파고들어 글로써 내놓았다는 것이 대단해보이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다. 필력이 좋은 작가란 이처럼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닐까? 누군가의 삶이 이토록 들여다보고 싶어진 게 참 오랜만인 것 같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조차도 지방에 살아서 북토크에 참여하기 어려운 게 참으로 안타깝다.
아무튼 작가님의 외유내강한 모습을 담은 이 글은 그 표지조차도 썩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무심한 듯 그려진 두 눈은 사실 내 안의 나를 들여다보고 있는 듯하고, 다양한 색의 선들은 그만큼 다채로운 '나'라는 존재의 근간이 되는 삶의 조각들일 것이다.
뜯어볼수록 매력적인 이 에세이를 나는 1인분의 삶을 살아가려고 고군분투하는 사람, 혹은 어쩌다 지쳐서 잠시 멈춘 우리 주변의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내가 표시해 둔 수 많은 인덱스는 수시로 내 삶에 떠올라 언젠가 또 한 번 무너지려는 나를 버티게 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절을 되짚으며 글을 마무리한다.
' 나는 늘 나의 유능에 가장 관심이 있었고 나의 무능이 가장 두려웠다. 덜이켜보면 나는 무어라도 고장 나기 충분한 정도로 사시사철 켜져 있었다.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