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자전거에 얽힌 두가지 사연

앗! 자전거 ㅣ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22
고작 지음 / 북극곰 / 2025년 7월

베테랑 광고제작자의 첫 그림책입니다. 그림책을 배우는 시간이 좀 길어졌지만 오랫동안 묵혀놓은 이야기가 더 재미있고 예쁠테니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작가의 말이 인상적입니다. 그림책에 진심인 분이, 기발하고 재미난 그림책을 만들었네요. 양 방향으로 볼 수 있는 독특한 구성으로 되어있는 책이라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상상하게 만들어요.

(앞 뒤 구분이 모호하지만)앞으로 보는 이야기 주인공은 곰입니다. 한밤 중에 심심해서 나왔다가 달빛 아래 노란 자전거를 발견합니다. 두근대는 가슴을 안고 자전거를 타보는데요. 산꼭대기에서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내려와 산딸기 밭과 꽃밭을 누비는 곰을 보면 설렘과 행복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아 미소를 머금게 됩니다. 신나게 놀고 꺾어온 꽃으로 자전거를 예쁘게 꾸며놓은 곰은 아침이 되자 자전거를 놓고 가야 되는 것에 너무너무 아쉬워해요.

뒤로 보는 책의 주인공은 어제 생일이었던 한 소녀에요. 생일선물로 받은 자전거를 타고 놀다가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자전거를 놓고 와버려요. 자기 전 갑자기 자전거 생각이 난 소녀는 전전긍긍합니다. 내일 아침에 찾으러 갈 때까지 그대로 있을지부터 친구들에게 보여주기로 했는데 못하게 된 아쉬움, 새로 산 자전거를 제일 먼저 잃어버린 사람으로 기네스북에 올라가면 어쩌나 걱정하며 자전거 생각에 잠 못 이룹니다.

서로 다른 상황에서 다른 생각하던 둘, 해가 뜨고 드디어 자전거 앞에서 마주칩니다. 책 딱 중간에서~ 책의 펼침기능을 잘 활용해서 절묘하게 딱 마주친 이 둘에게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요.

고등학교 1학년 때 엄마가 처음 휴대폰을 사주셨어요. 너무 좋아서 애지중지했지요. 야자시간에 입고 있던 체육복 주머니에 넣어두곤, 그대로 집으로 왔어요. 집에 와서 휴대폰이 없어진 걸 알고는 이 책의 소녀처럼 온갖 생각을 다했지요. 애써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며 아침 일찍 교실에 가면 있을거야 하고 잤어요. 전날 교실에서 거의 제일 마지막으로 나와 다음날 두번째로 등교를 했는데요. 미스테리하게도 휴대폰은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지요. 산 지 한달도 안되어 휴대폰을 잃어버린 저는 엄마에게 미안하고 속상해서 엉엉 서럽게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찾지 못해 우는 것밖에 할 수 없었던 저와는 달리 소녀는 다행히 자신의 노란 자전거를 찾았어요. 내 것은 아니지만 이미 자전거 타는 재미에 흠뻑 빠진 곰과 자전거를 마주하고 있는 이 둘의 모습에서 내 것을 잃어버려 똥줄 타던(>_<) 기억과 나 역시 처음 자전거를 배우게 되어 신나게 골목을 누비던 때의 생각이 납니다. 한 권의 책을 읽고 앞 뒤로 두 가지 감정을 느껴볼 수 있어 좋았어요. 양 방향으로 볼 수 있는 독특한 구성으로 되어있어 감각적인 그림과 함께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뒷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드는 재미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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