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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하지 않아
주스틴 레비 지음, 이희정 옮김 / 꾸리에 / 2009년 10월
평점 :
치명적인 사랑, 그리고 아픔!
여성의 삶에서 사랑이 차지하는 비율은 남성의 삶에서 차지하는 사랑의 비율과는 다르게, 삶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실연으로 인하여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 그야 말로 사랑에 목숨을 건 여성들을 우리들은 종종 뉴스나 신문의 보도를 통해서 보아 왔다. 그 만큼 사랑이란 여성에게서 삶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어릴 적 부모님의 이혼으로 성장기 고통을 겪었던 루이즈. 아버지 친구의 아들인 아드리앙과 사랑에 빠져, 어린 나이에 아슬아슬한 결혼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남편인 아드리앙에게 항상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던 루이즈는 남편인 아드리앙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아버지 책상 서랍속에 있던 약에 손을 대었다. 결국 약물 중독에 빠지게 되는 루이즈는, 재활원에서 치료를 받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오는 결혼 생활의 파국. 남편인 아드리앙이 아버지의 연인이었던 파울라와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결국 아드리앙과 루이즈는 결별하게 된다. 사랑하는 아드리앙과의 결별은 연약한 여성이었던 루이즈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든 고통으로 끊임없는 방황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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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었다, 죽었다, 죽었다. 할머니는 죽었다, 운명했다, 사망했다, 숨을 거두었다.
죽었다, 죽었다, 죽었다. 그리고 나는 아무렇지 않다. 빌어먹을 인생 같으니.
더러운 실연의 아픔. 아차 하는 순간에 우리는 친절한 사람들을 심드렁하게 바라보고,
자기 할머니 장례식에서조차 울지 않을 만큼 감정이 메마른 못된 년이 되는 것이다.”
- 본문 12P 중에서 -
자신을 가장 사랑해 주셨던 할머니의 죽음 앞에서도 울지 못하는 가련한 루이즈. 사랑하는 아드리앙과의 이별은 이미 그녀를 죽음 속으로 내몰았다. 슬픈 일에서 조차 눈물을 흘리지 못하는 냉혹한 자신의 모습을 보며, 루이즈는 이미 사망 선고를 받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사랑의 상처는 또 다른 사랑으로 치유 받게 된다!!
아드리앙과의 결별로 다시는 사랑을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루이즈에게 뜻하지 않는 사랑이 찾아오게 된다. 유람선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파블로. 파블로의 적극적인 구애로 조심스럽게 사랑을 시작하게 되지만 아드리앙과의 이별의 상처로 인하여 마음속 문을 활짝 열지 못한다. 그런 루이즈에게 파블로가 애기를 낳자고 말하게 되고, 그 동안 잊고 지냈던, 첫 임신과 낙태 수술의 아픔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깨닫게 되는 사실. 아드리앙과의 사랑과 결혼은 철부지 어린이들이 하는 소꿉놀이였다는 것을 깨달게 되었고, 그 동안 자신을 방황하게 만들었던 이별의 아픔을 새로운 사랑 파블로를 통해 깨끗이 털어낼 수 있었다. 7년 만에 산부인과를 찾게 된 루이즈는 그 동안 먹었던 피임약을 끊고, 다시 아기를 낳을 수 있는 한 여성으로 되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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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건 서로 닮는다는 게 아니다.
사랑한다는 건 똑같아진다는 게, 쌍둥이처럼 행동한다는 게, 우리는 떨어질 수 없다고 믿는 게 아니다.
사랑한다는 건 서로를 떠나게 될 걸, 서로 그만 사랑하게 될 걸 두려워하는 게 아니다.
사랑한다는 건 혼자 추락하는 걸, 혼자 다시 일어서는 걸 받아들이는 것이다.”
- 본문 209P 중에서 -
사랑을 하게 되면 상대방에게 모든 초점을 집중 시킨다. 다른 이성에게 한 눈을 팔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갖고 항상 의심의 눈초리로 살피며, 경계하고, 조심한다. 하지만 이러한 지나친 관심은 상대방에게는 집착으로 비춰지고, 그 동안 쌓여왔던 튼튼한 사랑의 탑은 한 순간에 무너져 버리게 된다. <심각하지 않아> 이 책에서 주인공 루이즈는 자신감을 상실한 여성이 사랑을 지키기 위해 택했던 방법으로 약물에 의존한다. 하지만 결과는 약물 중독과 이별. 오랜 방황 끝에 두 번째 사랑을 만난 루이즈는 뒤늦게 깨달게 된다. 혼자 추락하고, 혼자 다시 일어서는 걸 받아들이는 것이 사랑하는 것이라는 것을.
솔직한 고백이 더욱 가슴을 애태운다!!!
<심각하지 않아> 이 책은 저자인 주스틴 레비의 실화를 바탕으로 그대로 소설로 옮긴 자전적 소설의 일종으로 유명 좌파 지식인이며 재력가인 아버지와 '보그'지의 표지모델로 활동을 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저자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1인칭 시점으로 솔직하고 대담하게 책 속에 표출하였다. 솔직함이 이 소설책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일 만큼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마음도 솔직한 저자의 고백에 의심의 눈초리를 걷고서 책 내용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너무나 솔직하기에 때로는 부담스럽지만, 어느 덧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나 자신을 만날 수 있었고, 직설적이며 도발적인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