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텔 라이프
윌리 블로틴 지음, 신선해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여기 불운한 운명의 회오리 속으로 빠져드는 두 형제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동생이 열네 살, 형이 열여섯 살이었던 어린 소년 시절에, 두 형제의 인생에 있어서 마지막 희망의 등불이었던 어머니를 여의고, 형제는 모텔을 전전하며 하루하루 힘들고 고달픈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추운 겨울날. 두 형제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일생일대의 사건이 발생한다. 그 사건은 바로 형 ‘제리 리’가 어린 소년을 자동차로 치어 숨지게 한 사고였다.
“불운, 그것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사람들을 덮친다. 이 사실이 바로 이 세상에서 유일한 진리다.
불운은 언제든 준비가 돼 있고, 언제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정말 최악은,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그 불운이라는 놈이 언제 나를 덮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 본문 16P 중에서 -
그 사고를 형에게 듣게 된 동생 ‘프랭크’는 곧바로 예감하게 된다. 불운이 찾아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책 <모텔 라이프>는 이렇듯 두 형제의 불운을 예고하며 글을 전개 하고 있다. 이야기가 전개 되면 될수록 밝혀지는 두 형제의 불운했던 과거들. 사랑하는 여자 친구 애니 제임스와 헤어지게 된 사연, 좋아했던 야구를 그만두게 된 사건, 형‘제리 리’가 기차에서 다리를 다쳤던 사고, 도박에 빠져 결국엔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에 대한 사연,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어머니를 병환으로 여의게 된 일 등등. 불운했던 과거들이 하나, 둘씩 서서히 밝혀지면서 이 책을 읽는 나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내가 뭘 말하려고 하는 거냐면, 자네 인생이 후졌다는 생각으로 결정을 내리진 말라는 거야.
나는 위대한 인물이다, 적어도 선한 사람이다, 이런 생각으로 살라는 말이네.
스스로 버러지 같은 좀팽이가 되진 말게, 자네에겐 드넓은 세상이 있어.
눈을 뜨지 않으면 아무것도 보지 못할 테지만.”
- 본문 202P 중에서 -
거듭되는 불운에 직면하게 되면 사람들은 희망이란 단어를 가슴속에서 영원히 잃어버리게 된다. 자신의 불운한 운명을 탓하며, 남은 인생을 패배자로서 죽음을 맞이할 그날까지 무기력하고 쓸쓸하게 보내게 될 것이다. 하지만 두 형제 ‘프랭크’와 ‘제리 리’는 희망의 끈을 놓치 않았다. 프랭크는 사고로 어린 소년을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쉽게 잠들지 못하는 형을 위해, 매춘부 엄마로 인하여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여자 친구 애니를 위해, 결혼 기념일에 죽은 남편 생각에 쓸쓸해 하는 클레어 아줌마를 위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대로 앞뒤 문맥 상관없이 다소 엉성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를 그들에게 들려주면서 자신의 희망과 꿈들을 펼쳐 보였다. 제리 리 또한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그림을 꾸준히 그리며, 언젠가는 빛을 보게 될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야기와 그림. 이 두가지 요소가 거듭되는 불운 속에 놓여 있는 두 형제 자신들을 보호해주는 피난처와 같은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나는 희망했다. 왜냐하면 희망, 그것은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것보다 차라리 낫기 때문이다.”
- 본문 269P 중에서 -
이 책 <모텔 라이프>의 주인공인 ‘프랭크’에게 있어서, 불운은 어쩌면 희망으로 바뀌어 가는 삶의 과정이 아니었을까? 책을 덮고 '프랭크'의 남은 인생을 상상해 보았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비록 사랑하는 형은 잃게 되었지만 그로 인해 옛 사랑이었던 ‘애니 제임스’를 다시 만나, 그녀와 함께 희망을 향한 삶을 한걸음 한걸음 내딛게 될것이라는 믿음이었다.
우리들이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옛 중국의 고사성어가 있다. 인생에 있어서 길흉화복은 항상 바뀌어 미리 헤아릴 수가 없다는 말이다. 화가 복이 되고, 복이 화가 되는, 돌고 도는 세상이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인 것이다. 불운만 계속되는, 행운만 계속되는 인생은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들 마음가짐이 불운과 행운을 서로 갈라놓고 자기 멋대로, 편한 대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불운과 행운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사람들은 앞면에 놓인 불운만 바라보며 자신을 불행하고 불운한 운명의 소유자라 자책하며, 바로 뒷면에 놓여 있는 행운을 바라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행운은 결코 먼 곳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불운의 바로 뒤에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