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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44 ㅣ 뫼비우스 서재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공포는 필요하다. 공포가 혁명을 지켜주었다.
공포가 없었다면 레닌은 무너졌을 것이다.
공포가 없었다면 스탈린도 무너졌을 것이다.”
- 본문 93P 중에서 -
<공포정치>라는 말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말 그대로 정권을 유지 획득하기 위해 대중들에게 공포감을 주는 정치를 말한다. 우리들의 가까운 과거의 역사 속에서도 확인할 수 있고, 바로 지금 분단된 다른 나머지 반쪽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공포정치>는 국민을 통치하기에 용이하다. 감시와 통제가 모든 국민들 생활의 중심이 되며, 다른 사람들을 믿어서도 아니 되는 비인간적인 세상이 바로 공포정치가 실행된 국가에서 보여 지는 특징들이다. 하지만 <공포정치>를 겪어 보지 않은 나로서는 선뜻 <공포정치>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지는 않는다. 뿌연 안개 속에서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신기루와 같다고나 할까?
1933년 1월 소비에트 연방 우크라이나 체르보이 마을. 오랫동안 기아에 허덕이던 어린 파벨은 한 마리의 고양이를 쫓아 동생인 안드레이와 함께 숲속으로 들어간다. 숲속에서 고양이를 사로잡은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파벨은 낯선 남자의 공격을 받게 되고, 동생은 홀로 집으로 돌아온다. 그 후로부터 20년이 지나고, 스탈린의 공포정치 체제하의 소련 모스크바에서, 국가안보부 요원으로 일하는 레오는 부하인 표도르의 어린 아들 사망 사건을 해결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게 된다. 전쟁의 영웅이며, 국가안보부 정예요원인 레오는 국가에 대한 믿음과 애국심이 투철한 요원이었고, 국가가 원하는 대로(?) 그 사건을 해결한다. 그 사건 이후로 부하들의 신망은 레오에게서 멀어져가고, 때마침 레오가 감시하던 용의자는 달아나, 우여곡절 끝에 붙잡게 되지만, 정부와 자신이 스파이라고 믿었던 그 용의자는 스파이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조금씩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흔들리게 된다. 이런 레오의 변화를 눈치 챈 부하인 바실리는 레오의 충성심을 시험하게 되고, 결국 바실리의 음모로 인하여 부알스크 민병대원으로 좌천된다. 부알스크에서 이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살해된 어린아이 시체를 보게 된 레오는, 연쇄 살인 사건임을 직감하게 되고, 범인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 수사를 확대해 간다. 하지만 이미 범인을 잡은 사건을 다시 재수사한다는 것은 국가의 통치이념을 전적으로 반박하는 행위이기에 수사과정은 힘들기만 하다. 국가의 반역자가 되는 것을 알면서도 아이들을 연쇄살인범으로부터 지켜야 한다는 레오의 굳건한 사명감이 결국 범인 앞에 한발 짝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데....
<차일드 44> 책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어떤 의미를 포함하고 있기에 <차일드 44>라는 제목을 붙였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으나, 책을 읽어 가면서 쉽게 이해 할 수가 있었다. 1950년대 스탈린 치하의 소비에트 연방에서 벌어지는 44건의 어린아이 연쇄 살인 사건. 13년에 걸쳐서 52명의 여성과 아이들을 살해한 실제 연쇄살인범을 모델로 해서 쓰여 진 이 작품은 픽션과 논픽션 사이를 절묘하게 넘나들며 독자들로 하여금 책 속으로 빠져 들게 만들어 준다. 공포정치를 펴는 시대를 배경으로 살인이라는 또 다른 공포를 독자들에게 안겨주며, 공포감을 배가 시키는, 스릴러 적인 요소가 아주 돋보이는 멋진 작품이라 말할 수 있다. 연쇄살인범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주인공 레오의 심적 변화와 마지막에 펼쳐지는 드라마틱한 반전은 이 책의 또 다른 묘미라 할 수 있겠다.
글 쓰는 재주가 부족한 내가,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 소감을 완벽하게 글로써 표현 할 수 없기에 속상할 따름이다. 책 읽기를 주저 하는 독자들에게 이 말만은 꼭 전하고 싶다.
"일단 책을 잡아라.. 그리고 읽어라!!!!!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