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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런치를
야마자키 나오코라 지음, 서혜영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평화로운 섬마을에서의 추억을 떠올려 본다. 찰싹찰싹!!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고요한 섬마을의 정적을 깨뜨릴 때 즈음, 넓게 펼쳐진 백사장을 홀로 걸으며 나만의 흔적을 만들어 본다. 발바닥에서 전해져 오는 부드러운 모래의 촉감이 나의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 준다. 길게 늘어선 나의 발자국들은 소리도 없이 밀려오는 파도에 차츰 차츰 사라져가고, 눈앞에 펼쳐진 드넓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향기로운 바다 냄새에 나도 모르게 두 팔을 벌려 온 몸으로 바람의 시원함을 느껴본다. 한 폭의 풍경화를 감상하는 듯한 이 느낌. 어쩌면 책에서도 이런 느낌을 가져 볼 수 있지 않을까?
<지상에서 런치를> 이 책은 미스터리 소설이나, 추리 소설처럼 스토리상의 기막힌 반전이 있거나, 탄탄한 논리 구조를 가지고서 독자들의 마음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러한 기대를 갖고서 이 책을 읽고자 한다면 당장 읽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을 것이다. 다만 이 책은 우리 일상 속 이야기들을 아주 감칠맛 있게 풀어 나가는데, 이러한 일상의 일들이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으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 책은 스물다섯 살의 주인공 마루야마 기미에와 열네 살 소녀일 때의 마루야마 기미에의 이야기가 서로 번갈아 서술되는 이야기 전개 구조를 갖고 있다. 두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느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독특한 전개 구조를 갖고 있는 이 책은, 색다른 것을 좋아하는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것처럼 보여 진다. 단순하면서도 깔끔한 저자의 문체가 이런 밋밋한 일상의 일들을 표현하는데 안성맞춤이며, 이러한 문체의 특징으로 말미암아 이 책의 내용과 궁합이 잘 맞는 것처럼 보인다. 조용한 호수에 잔잔한 파문이 일어 나 듯이 우리들의 마음 속 호수에도 이 책으로 말미암아 커다란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 사료된다. 매일 자극적인 패스트푸드 음식을 먹는 것에 신물이 난 독자라면 이젠 구수한 보리밥을 먹어 보는 것은 어떠할까? 맛과 색깔은 분명 다르지만, 그 나름의 독특함을 가지고서 언제나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내 맘대로 딴지 걸기 : 줄거리 정리하기가 무척 어려운 소설이다. 너무 평범한 것이 어쩌면 심오한 진리를 품고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