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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톨른 차일드
키스 도나휴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누군가의 인생을 대신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는가?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 보았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삶을 대신해 살아가는 꿈을 말이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다. 초등학교 시절, 친구 중에 아주 부자인 부모를 둔 친구가 있었다. 좋은 옷을 입고, 멋진 신발을 신었으며, 비싼 가방을 메고 학교에 등교해서는, 부모님께서 주신 풍족한 용돈을 가지고서 친구들에게 맛있는 간식거리를 사주며 흐믓한 미소를 짓고 있는, 반 친구들로 부터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그 친구가 어린 나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내가 그 친구를 대신해 부잣집 아들로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삶을 살아간다면 어떠할까? 라는 생각을 어린 나이의 나였지만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그 날을 꿈꾸며 살아가곤 했었다. 지금도 다른 사람의 인생을 부러워하며 생활을 한다. 나보다 멋지고 잘난 사람들을 보면 그들이 부럽고 그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나의 심정이다.
<스톨른 차일드> 이 책은 뒤바뀐 운명의 아이들에 관한 내용의 소설책이다. 숲에 살고 있는 요정(?) 혹은 도깨비라 불리 우는 파에리들이 어린 아이를 납치하고 대신 파에리 한명이 그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한 채 납치한 어린 아이의 인생을 대신 살아간다. 물론 납치된 어린 아이는 파에리가 되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인간 세상에서 다시 살아가게 될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숲속에서 다른 파에리들과 함께 생활을 한다. 헨리 데이 역시 일곱 살 때 파에리들에게 납치가 되어 삶이 송두리째 바뀌어 파에리로 살아가게 된다. 파에리들 무리 속 애니데이로서 말이다. 뒤바뀐 운명 속에서 애니데이와 헨리가 된 파에리는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낯설어 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두고 괴로워한다. 헨리가 된 파에리는 원래 체코 음악가 집안의 아들이었는데, 파에리들로부터 납치를 당하고 나서 1세기가 넘는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인간 세상으로 나와 또 다른 헨리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속에서, 자아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며 혼란스러워 한다. 현재의 헨리도 될 수 없었고, 과거의 구스타프(체코 음악가 집안에서의 이름)가 되기에도 너무 늦어버렸기에... 애니데이가 된 헨리 또한 그동안 파에리로 살아가면서 자신의 존재를 잃어 버리고, 어느 순간에 깨달게 된 자신의 가족들과 진정한 자신의 본 모습을 발견하며 괴로워 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가족에 대한 기억과 자신의 진정한 역사를 글로 남기며, 열심히 기록하고 또 기록한다.
"어떤 시점이 되면 과거를 놓아버려야 되는 법이야.
인생이 다가오도록 마음을 여는 거지."
- 본문 371P 중에서 -
그리고 결국에 대면하게 되는 과거의 나(애니데이가 된 헨리)와 현재의 나(파에리였던 헨리).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는 서로 화해한다. 현재의 나는 체코 음악가의 아들이었던 구스타프로 돌아가 음악을 통해서 과거의 나에게 용서를 구하고, 과거의 나는 현재의 나를 진정한 헨리로 인정하며 자신의 파에리 친구인 스펙을 찾아 길을 떠나면서 이 책은 끝을 맺는다.
이 책 <스톨른 차일드>은 현재의 헨리와 과거의 헨리인 두 인물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슬아슬하게 서로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언제 어느 곳에서든지, 하나이지만 서로 다른 헨리의 갈등을 촉발시킬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며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극적 긴장감을 안겨 주고 있다. 바뀐 운명으로 인한 갈등과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두 헨리의 모습을 지켜 보면서 현재의 내 삶에 만족하며, 더욱 충실히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내가 다른 사람이 될 수 없기에, 나는 오늘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