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일의 공부법 수업 - 인생의 성취를 이루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특별한 수업 수업 시리즈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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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도피처 삼아 치유받고, 공부하는 과정을 통해 인생의 깊이와 깨달음을 얻었다는 한동일 님의 글을 만나보았습니다. 전작 [라틴어 수업]을 통해 잔잔한 감동을 받았던터라 이번 [한동일의 공부법 수업] 또한 기대가 되었습니다.

전작은 저자의 라틴어 강의를 토대로 한 내용이었던 반면, 이번에는 개인사가 포함된 저자의 공부 여정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오랜 세월 공부 한가지를 붙잡고 집중하는 시간을 통해 세계관을 세우고 인류에 대한 애정까지 갖게 된 것에 숙연함이 느껴졌습니다.

본인의 정체성을 '공부하는 노동자'로 정의하며 몸이 기억하는 공부 습관을 갖게 노력한 시간들과 그것을 통해 풀어낸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밑바닥을 흔드는 공부

동아시아 최초이자 한국인 최초로 바티칸 대법원 변호사가 된 이력 덕분에 저자에게 공부의 비결에 대해 물어오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럴때마다 "쉬운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말로 대답을 갈음하곤 했다고 합니다. 이 대답은 이 분의 공부 이야기가 공부 방법이나 기술이 아닌 공부의 목적이나 가치 추구에 대한 이야기가 될것임을 암시했습니다.

스스로가 해낼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주고 믿음을 주어야 합니다. 때문에 공부하는 것은 단순히 머리로 하는 노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함께 다스리는 '마음 수련'의 과정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밑바닥을 흔들고 다시 바닥을 다지는 것이 바로 공부인 것이죠.

p 42

공부에 전력을 다하기 위해서는 내면의 힘을 일으키는 '밑바닥을 흔드는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저자는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운 가정 환경 속에 방황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시작한 '독서'를 통해 내면의 힘을 키웠다고 합니다. 사회과학, 철학, 역사책을 두루 읽으며 '어떤 사람이 되려는가' 보다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야겠다'는 내면의 가치를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내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채 공부에 매달린다면 어떤 결정적인 순간에 다시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p 48

이는 자기 응시와 자기 성찰이 필요함을 의미합니다. 독서만큼 생각의 깊이를 더해주고 자기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를 주는 것은 흔하지 않습니다. 공부하는 중에도 독서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하는 시간들이 저자에게 자기 성찰의 시간이 되어 주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부모를 떠나세요

부모님은 이 세상에 나를 낳아준 것만으로 모든 책임을 다한 것이다. 그 이후는 오로지 나의 몫이다.

p 57

부모에게서 완전히 독립하여 자기 삶을 온전히 스스로 풀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미래를 생각하고 비참한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삶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부모의 능력과 선을 긋고 나면 공부든 일이든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실'하고 '절박'한 동기가 생깁니다.

p 63

이 장이 내게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였는가' '나는 하나의 인격체로 홀로 서있는가'하는 물음을 던지게 하였습니다. 부끄럽게도 한 자녀의 부모가 된 지금도 나는 '아직'이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겸손한 사람이 공부를 잘합니다

추천도서 목록을 쥐고 도서관에 가는 것도 좋지만, 아무 목적없이 도서관 서가에 서서 책을 펼쳐보고 둘러보다가 호기심을 일으키며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을 발견하기를 좋아합니다.

이러한 우연함이 주는 실패와 성공 사이의 짜릿함이 있습니다.

저자는 SNS 검색과 추천을 통해 실패의 기회를 차단하고자 하는 삶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실패는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본다면 성공을 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입니다. 시행착오를 통해 이를 경험해 본 사람은 실패하기를 두려워 하지 않을 것입니다.

공부를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요? 실패가 축적되어 오늘날의 우리가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실패는 정지가 아니라 나아가는 과정입니다. 노력하는 과정에서 거둔 실패라면 우리는 당당하게 마주할 수 있습니다. 실패했더라도 다시 일어서서 나아가게 되면 훗날 후회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게 이른바 성공한 삶이 아닐까 합니다.

p 84

우리는 모두 자기 운명의 목수

이 장을 읽으며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정성껏 준비한 시험이지만 뜻밖에 전혀 준비하지 못한 질문과 맞닥뜨렸을때 다시 한번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저자의 경험처럼 평소에 차곡차곡 다가올 운을 준비하며 착실히 공부하여 성적을 얻어두었던 학생일 것입니다.

교회 공동체의 지원으로 갔기 때문에 빨리 공부를 마쳐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석사 과정중에 박사 논문까지 준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노력들 역시 공부하는 중에 좋은 은사를 만나게 되는 운을 얻게되었고, 박사 과정도 빨리 마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입니다.

저는 행운이 찾아오도록 준비하는 사람입니다. 공부하는 노동을 통해 운을 준비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타인의 성공을 시샘하지 않고 행운이 찾아올 때를 기다리는 공부하는 노동자입니다. 운은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준비한 이에게 찾아오는 것입니다. 채쿠스가 사용한 '파베르'라는 말은 '목수'라는 뜻도 있지만 '장인', '기술자', '공인', '석공', 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을 생각하면서 우리 각자가 '자기 운명의 장인'이 되길 바랍니다.

p 163

쉬운 선택을 하지 않는다

'쉬운 선택을 하지 않는다'는 그에게 사람들이 물어온는 질문들, '어떻게 공부하였습니까?' '공부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입니까?'에 대한 저자의 대답입니다.

그가 공부했던 과정을 보면, 그 말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예정된대로 박사 과정까지 공부하면 되었을텐데 박사 과정을 마친 유럽권 뛰어난 학생들에게도 어렵다는 로타 로마나 사법 연수원 입학에 도전하였고, 교회의 순명 정신을 어기며 사법 연수원에서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사제라는 직분에 내적으로 깊은 갈등이 있었을 것이고,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어떤 것을 이루어내는 과정을 보면 쉬운 것을 선택한 경우보다 쉽지 않은 선택을 했을 때 이루어낸 것이 더 많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 선택을 피하려고 합니다.

p 180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자신을 속이지 않는 연습이 필요함을 말합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선택을 하지 않고,열심히 일하고 공부한 만큼 정직하게 누릴 수 있는 하루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그것을 누리는 것이 진정한 '카르페 디엠(오늘 하루를 즐겨라)'이라고 합니다.

깊이는 타인이 주지 않는다

입시와 취업을 앞둔 공부는 생각할 시간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지식의 빠른 습득과 정답을 찾기위한 공부는 깊은 사유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공부 방법에 익숙하다 보면 자신의 생각을 말해야 하는 순간에 힘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공부앞에 놓인 우리가 잃은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오늘날 많은 학생들이 방송의 편집 영상이나 유튜브를 즐겨봅니다.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책 내용을 요약해주거나 인문학적 지식들을 전해주는 콘텐츠를 이런 경로로 보는 사람도 꽤 많을 겁니다. 이런 콘텐츠를 보면 교양과 지식이 쌓일 테니 안 보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나쁜 선택은 아닙니다. 하지만 깊이는 없습니다. 깊이는 타인이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깊이를 만들어가는 것은 오로지 치열하게 사유하는 나 자신의 몫입니다.

p 246

인간이 장소를 꾸미지 장소가 인간을 꾸미지 않는다

로타 로마나 변호사 시험에 도전하게 된 동기 중 하나는, 열등한 아시아인이라고 차별한 사람들의 인식만이라도 바꾸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여권에 표시된 모국의 힘이 외국 생활을 하는 동안 자신의 말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기 때문에 그가 로타 로마나 변호사에 도전한 것처럼, 학생들로 하여금 한국인이 없는 분야에 진출하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가 로타 로마나 사법연수원 안에 최초로 '꼬레아'라고 불린것처럼 이 시대의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세계로 진출하여 당당히 주류를 이루길 바랍니다.

또한 저자는 자기만을 위한 공부가 아닌, 나눠줄 수 있는 공부를 하기 권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유를 통해 자신의 공부 목적을 정화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나에서 이웃으로, 이웃에서 사회로, 사회에서 국가로, 다시 세계로, 결국 인류 전체로까지 힘이 되는 공부의 목적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고, 더 나아가 거룩하게 만듭니다. 모든 공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으로 귀결되기 때문입니다. 언어를 공부하고 인문학을 공부하고 역사를 공부하고 과학을 공부하고 예술에 헌신하는 그 모든 배움은 결국 한 가지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인간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p 298

중간태로 산다는 것

저자는 다양한 경험과 화려한 스펙이 있음에도 자기 인생을 선택하고 개척해 나가길 주저하는 젊은이들을 안타깝게 여깁니다.

또 다음 세대의 교육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습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진영을 불문하고 대화가 가능한 지성인을 키우는 교육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러기 위해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책을 읽고 내용을 통찰하고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연습을 계속해야 합니다. 이러한 방식의 수업을 한 학생들은 졸업 후 사회에 나왔을 때 타인과 의견을 나누고 조율하는 일을 부담스러워하지 않게 됩니다.

제가 가진 공부에 대한 철학과 다소 논점이 다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사실 이 말이 제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미래 세대가 인본주의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상식적이고 이성적인 사회 구성원이 되는 데 필요한 본질적인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투자해야 합니다 이것이 공교육의 핵심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p314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에게 한 학생이 인류 문명의 첫 신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그는 "부러졌다가 붙은 흔적이 있는 넓적다리뼈"라고 대답했습니다. 그것은 뼈가 부러진 사람이 회복될 때까지 누군가가 곁에서 도와주었다는 흔적이었으며, 어려움을 겪는 누군가를 곁에서 도와주었다는 흔적이었으며, 어려움을 겪는 누군가를 돕는 것이 바로 문명의 시작이었다는 의미였죠.

p 335

저자는 도움을 준 제자에게, '자신을 통해서 가야할 것이 간 것일 뿐' 이라고 말합니다. 또 서로를 돕고 빚지는, 사람 사이의 배움을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 것이 인류가 해야할 일이라고 하였습니다.

이 책을 통해 공부의 최종 목적은 인간을 향해야 한다는 인류애적인 저자의 세계관을 만나게 됩니다.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스스로를 가두고 공부 하나만을 치열하게 해온 저자가 이런 깨달음을 얻기까지는 아주 많은 시간 동안 내면이 무수히 흔들리고 다시 일어나는 힘든 과정이 있었음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됩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얻은 인생의 성찰을 나누어주신 저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제까지 최선을 다하여 한 공부의 매듭을 하나 짓고, 다시 진짜 공부를 위해 '공부하는 노동자'로 살아가는 저자의 앞길에 건강함이 허락되어 더 큰 배움을 나눠주실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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