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문해력이다 - 수학언어로 키우는 사고력
차오름 지음 / 마그리트서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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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언어로 키우는 사고력

수학적 사고력과 문해력에는 과연 어떤 교점이 있을까? 하는 궁금함에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읽기전에는 수학적 사고의 향상을 위해 뒷받침 해야되는 문해력에 대해 풀어가지 않을까 예상해 보았으나, 실제로는 흥미로운 수학 개념이나 관련 이야기를 통해 다방면으로 사고력을 확장시켜보기를 도우는 책이었습니다.

지은이는 [지혜의 숲]이라는 사고력교육센터를 운영하며, 사고력계발 프로그램 개발과 교사, 학부모 강연을 하는 분입니다. 수학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는 분야에 종사하기 때문에 수학에 관해 전문적인 지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적인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독자가 수학 언어에 담긴 지식을 통해서 앎의 기쁨을 누리길 바라며, 수학 언어와 함께 더욱 깊이 생각하기와 추론하기, 감각의 너머에 있는 또 다른 세계를 사유할 수 있는 지적 모험을 체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그 지적 모험을 위해 자연수, 등호와 사칙연산, 정수, 무리수,방정식 등의 수학 개념을 동원하여 사고력을 넓혀갑니다.

특히 수학 지식과 연결되는 다방면의 지식과 저자의 사유 능력이 드러나는 부분이 좋았는데 몇가지만 공유해봅니다.

▶자연수에 담긴 비밀-

태어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당연한 듯 배우는 수의 개념이 사실은 얼마나 추상적인 개념을 명시화한 것인지, 인간의 고도로 발달된 지능의 결과인지에 대해 알려줍니다.

▶모든 사람이 통하는 바벨탑의 언어-

독자나 감상자가 주관적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문학, 예술의 언어와 다르게 수학의 언어는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통용되고 투명합니다.

▶자연수의 발견에서 '역사'라는 아이디어가 탄생-

자연수의 발견은 '순서'라는 개념을 탄생시켰고, 순서는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의 순서를 통해 '역사'라는 인간의 창조적 아이디어로 이어집니다.

개인의 시간은 개인들의 경험과 기억들을 담고 있습니다. 역사는 개인을 뛰어넘어 민족, 집단, 국가 등 다수의 사람이 함께 기억하는 공동의 기억을 만들어냈습니다. 역사는 공동체가 함께 기억하는 시간입니다. 함께 경험하고 기억하는 사건들이지요. 이 공동의 기억. 함께 기억하는 역사가 집단, 사회, 공동체, 민족을 묶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역사는 '우리에게는 함께 기억하는 과거가 있다'라는 의식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P69

자연수로부터 시간과 역사의 개념을 말하는 위 부분은 '수학의 언어'를 다룬 이 책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의외의 인상 깊은 설명이었습니다.

때로는 주관적인 사유를 공유하기도 하고, 자주 독자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기위해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빼기의 질문은 철학적입니다. 사라지는 것은 과연 무엇이며 어디로 갔을가요. 남은 것은 무엇일까요? 제외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참가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대결과 만난 속에서 살아남은 것은 무엇일까요? 삭제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오직 빼기의 사유를 했을 때만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요.

P34

함수, 결과에 대한 예측, 즉 미래에 대해 미리 알아내고자 하는 욕망은 동사의 욕망입니다. 늘 고립되어 있고 움직이지 않으며 자신의 현재만을 고집하는 명사는 함수를 꿈꾸지 못합니다. 움직이고 변화하고 이동하고자 들떠 있는 동사의 욕망이 함수를 꿈꾸게 합니다. 미래에 대한 동경, 이루어지지 않은 세계에 대한 그리움이야말로 함수가 손짓하는 유혹입니다.

P54

1은 무척 고집스럽고 완고하게 생겼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힘 있게 내리뻗은 수직선입니다. 1은 누워있지 않습니다. 곧고 굳게 서 있어요. 강한 의지가 느껴집니다. 결코 꺾이지 않겠다는, 단단한 결심을 풍겨요.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선 거인처럼 등장합니다. 숫자 중에서 가장 단순하고 꾸밈이 없는 1.

P181

다소 감성적인 질문과 주관적인 사유로 흐는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난해했고,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수학 개념을 감정과 연결하거나 수학 지식의 전문성 없이 문해력과 무리하게 엮은 서사가 읽기에 불편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책의 특별함, 장점으로 꼽고 싶은 것이 있다면, 내용에 대응되는 이미지의 삽입입니다. 마치 요즘 즐겨 사용하는 인스타그램의 피드처럼 이미지가 글에 완벽하게 맞아 떨어져서 내용의 이해를 돕습니다.


수학을 전문으로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의 인문학적인 글을 기대하였다면 다소 의외의 경험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사고력 교육과 글쓰기를 주로하는 글쓴이의 수학에 대한 사유를 들여다 봄으로써 색다른 시각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수학이라면 어렵다고 느끼는 독자들에게 이해를 돕는 이미지와 함께 어렵지 않은 내용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읽어볼만 하다고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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