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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무엇이 문제일까? - 탄소중립 시대, 원자력 발전과 에너지 믹스 ㅣ 10대가 꼭 읽어야 할 사회·과학교양 16
김명자 지음 / 동아엠앤비 / 2023년 1월
평점 :

원자력, 원전 하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부터 떠오르기 때문에 원자력은 위험한 에너지원이라는 생각부터
드는 게 사실이다. 아이를 키우며 방사능의 위험을 바로 알기 위해 그에 관한 책을 본 적이 있다. 방사능의 반감기가 얼마나 길며, 방사능에 노출된 생명체가 어떤 발병
위험이 있는지 등등..방사능 누출 사고는 있어서는 안될 재난과 같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원자력 의존도가 아주 높다. <원전 국내 현황>을 보면, 2023년 1월
기준으로 25기가 가동 중이며, 2025년까지 추가로 3기가 더 건설될 예정이기도 하다. 원자력 의존도가 높은 이유는 화석연료의
매장량이 없고 재생에너지 개발이 미흡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원자력 발전을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많이 이야기 하고 있다. 고도로 발전된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탈원전을 선언한 독일도 처음부터 재생 에너지 기반이 탄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에너지 부족
국가라는 정체성만을 놓고 원전을 이야기하면 우리 나라의 원전 의존도는 앞으로도 계속 높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책의 흐름을 살펴보면,
1부: 왜 다시 원자력인가
기후 위기에 따라 일어날 수 있는 에너지, 식량의 전략적 자원화와 그로 인한 갈등, 금융 위기에 대해 설명한다. 또 각 경제주체가 온실가스를 배출한
만큼 제거해 실질배출량을 제로로 만든다는 '탄소중립'의 국제
사회 규제가 우리에게도 예외없는 현실로 다가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국가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다. 원자력에 대해 논하고자
하는 만큼 이 장에서는 재생에너지에 대해 말하지는 않는다. 다만 EU는 2022년 원자력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켰으며 그 외 미국, 중국, 일본도 원자력을 녹색에너지, 청정 에너지로 규정했다는 것을 통해
기후 위기 시대에 원자력의 필요성에 대해 말하고자 하였다.
2부: 원자력의 과학
원자력 발전을 통해 발생하는 방사선에 대해 설명하며 반감기가 수십만 년인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관리의 문제점도 지적한다. 감속재와 냉각재에 따른 원자로의 유형에 대해서도 알아볼 수 있다.
3부: 원자력의 실용화-아인슈타인 방정식으로부터 핵무기
개발과 원자력 발전까지
1938년 우라늄의 핵분열의 연쇄반응이
처음으로 밝혀진 후 세계2차대전에서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되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진다. 종전 이후 냉전 시대에 돌입하며 이른바 ‘공포의 균형’ 시대가 시작되며 소련 미국 양측의 핵무기 개발 경쟁이
시작된다. 북한은 21세기에 들어 핵실험을 한 유일한 나라이며,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며 핵무기 사용을 불사한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처럼 원자력의 발전과 핵무기의 발전은 함께 갈 수밖에 없는 것은 원료가 같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한네스 알벤(1970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은
‘평화를 위한 원자와 군사무기를 위한 원자는 샴쌍둥이’라고 말했다. 원자력 발전과 핵무기 기술의 뿌리가
같다는 뜻이다. 핵 확산의 우려가 있는 기술은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다. 우라늄 농축시설에서는 상업 발전용 핵연료와 핵무기 제조 원료의 두 가지를 다 만들 수 있다. 농축 정도만 다를 뿐이다. 농축의 차이는 원전의 우라늄 핵연료가
우라늄-235가 3~5%이고, 핵무기 제조용은 우라늄-235가
90% 이상이다. (p170)
4부: 원전 사고-원자력 르네상스 전망으로부터 침체로
4부는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 사고, 1986년 구소련 체르노빌 사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내용을 다루었다.
1945년 원폭 투하와 원전 사고
이후, 각종 영화와 소설에 등장하는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 묘사가 사회문화적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였다고
하였다.
4부에 실린 원전 산업을 둘러싼
찬반의 뚜렷한 대립을 기술하는 부분에서 반원전 운동이 직관과 감성에 호소하여 대중의 마음을 열었으며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내재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세계 원전 산업계는 안전 규제 조치를 강화하며
비용이 올라가고 원전 산업은 침체에 빠졌다고 한다.
5부: 원전 정책의 변화와 산업 동향
반복되는 원전 사고와 사고 이후 생겨나는 막대한 후유증을 본다면, 그로 인해 안전 규제 조치가
강화되고 비용이 올라가며 원전이 폐기되고, 탈원전을 선언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각 국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미국 같은 경우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2002년에 에너지 해외 의존도와 기후변화 대응을 목표로 원전 부지 규제를 완화하고 절차를 간소화했으며, 2005년에는 신규 원전 건설을 촉진하는 법을 내놓았으며, 프라이스-앤더슨 법을 연장해서 원전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손해 배상액의 대부분을 연방 정부가 부담하도록 했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각종 규제도 완화하고 책임도 정부가 진다면 원전 산업에서 과연 누가 주체적으로 안전을 책임질
것이냐는 것이다. 원자력의 이점만을 바라보는 정책이 아닐 수 없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가별 원전 정책도 달라졌는데,
기존에 탈원전을 선언했던 독일과 이탈리아는 집권당에 따라 원전 폐쇄와 재개의 기로에서 오락가락 하다 결국 탈원전을 선택하였고, 그로 인해 전력난으로 막대한 전력 수입과 에너지 안보위협에 직면하였다고 한다.
스위스, 벨기에, 오스트리아는 재생 에너지의 기술력이
좋고, 역사가 길어 단계적으로 원전을 폐쇄하며 탈원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한다.
6부: 원자력 산업의 과제와 합리적 에너지 믹스 설계
원자력 산업에서 기술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과제는 사용후핵연료의 반감기를 줄이는 핵변환 기술이 개발되지 않아, 반감기가 수십만 년인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관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핵폐기물을 땅속 500~1,000m 암반에 깊숙히 차폐시키는 방식으로 최종 처리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 나라의 사용후핵연료 최종 처분 정책은 아직도 미해결로 남아 영구 처리 시설을 도입하지 못한 채
중간 저장 방식으로 버티고 있다.
폐기물 처리가 큰 문제가 되는 원자력에 비해 재생 에너지는 폐기물이 없다는 장점이 있는데, 6부에서는
이 재생 에너지의 문제점을 거론한다.
1.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별도로 부하 조절용 화력 발전 설비를 이중으로 갖춰야 한다. 2. 전기를 쓰지 않는 시간대에 생산된
전기 에너지는 에너지 저장 시스템 시설에 저장해야 한다. 따라서 넓은 부지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3. 대부분의 재생 에너지 발전은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므로 송전 시스템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
이러한 이유들로 재생 에너지 도입에 어려움을 겪으며 비중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재생 에너지 도입에는 경제성, 기술력, 인프라에 아직은
한계가 있어 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국가에서는 과도기적인 안정된 에너지인 원자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결국
우리나라가 2030년 까지 목표로 공표한 40%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기술도 부족하고 자원도 부족한 재생 에너지보다는 현존 산업구조와 도시 인프라를 지탱할
수 있는 원자력을 경시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위의 맺음말의 결론으로 책을 마무리 하고 있다. 이 부분이 책의 중심 줄기라고 할 수 있겠다.
글쓴이는 들어가는 말에서 원자력 논쟁의 본질을 이해하고 균형 잡힌 판단을 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를 희망하였다 그러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글쓴이는 원전의 당위성에 더 논리를 맞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원자력에 대해 사실적이며 최신의 정보까지 알 수 있어 유용하였으며, 지금 당장은
원전이 불가피 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 평소 잘 알지 못했던 분야임에도 비판적 글 읽기가 되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같은 현상을 그것도 전문가에 의존하여 설명을 듣고 있었지만 내 생각의 줄기는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갔다.
▶글쓴이의 생각
에너지 부족 국가의 원전은 불가피하다 (P191)
탈원전측의 주장은 감성에 호소하고 친원전측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말한다 (P105)
원자력은 탄소중립 시대를 이끌어갈 현존하는 검증된 고밀도 에너지 기술이다 (P200)
재생 에너지는 경제성, 기술력, 인프라에서 극복해야할
한계가 많다 (P187)
▶읽은 이의 생각
우리나라 원전 의존도가 생각보다 높다
재생에너지 강국의 실패보단 이점을 크게 보자
원전 시설은 핵무기도 제조 가능한 위험한 시설이다
우리나라는 재생 에너지의 한계를 극복할 기술 혁신을 이룰 수는 없는 것일까?
이 책은 [10대가 꼭 읽어야 할 사회. 과학교양] 시리즈의 한 권으로 출간되었다. 지금 현재의 사회를 이끄는 인력이
아닌 미래 사회를 살아갈 청소년들을 위한 책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한계점 보다는, 미래를 바라보는 지향점을
논의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원자력 전문가로서 세계적 동향과 원자력의 당위성, 그리고 현실성 있는 타협점을 제시하여 준 점은 좋았으나 청소년에게는 판단의 근거만을 보여주고, 판단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둘 수 있는 전개였으면 더욱 좋았겠다는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