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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착각 - 이 땅의 수학에 책임 있는 어른들에게
조안호 지음 / 폴리버스 / 2023년 1월
평점 :

“이 땅의 수학에 책임 있는 어른들에게”
“착각으로 수학을 망친다면 너무 억울하다.”
“착각이 있다면 올바른 공부도 있다.”
많은 교육전문가들이 수학을 포기하고서는 대입에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영어가
절대 평가가 되었고, 국어는 변별력을 향해 난위도가 상향조정 되었다.
수학은 학습 범위가 점차 줄고, 최근 수능에서 고난도 킬러 문항이 없어지는 대신 준킬러
문제들이 4~6개로 늘어나는 추세라 수학을 성실하게 공부한 학생들이라면 고득점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교육 정책은 공교육과 대입을 통해 수학을 포기하지 않도록 노력을 하는 듯 보여지는데 갈수록 수포자는 늘고, 초등학교 아이들의 수학 실력은 하향평준화가 되어가고 있다는 진단들은 왜 나오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저자는 20년 이상 수학교육에 대해 고민을 거듭하며 남다른
시각으로 돌파구를 찾았으며, 새로운 접근법으로 수학 교육을 해온 본인의 경험과 데이터를 이 책을 통해
풀어놓았다.
초등학생 아이를 사교육 없이 집공부를 통해 수학에 흥미를 느끼게 하기 위해 노력하며 수학관련 교육서를 자주 찾아보았던
내게도 처음 생각해보게 하는 의견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반감이 느껴졌었지만 끝까지 읽으며 저자의 논리에
동화되는 경험을 하였다.
이 책에서는 수학 공부에 대한 착각을 4개 부분으로 나누어 짚어보고
있다.
전문가들의 착각
학부모들의 착각
학생들의 착각
올바른 교육을 하고 있다는 착각
그 중에서 우리가 흔히 하는 착각 몇 가지를 소개해본다.
착각1> 80%의
정답률을 보이는 쉬운 문제집을 풀어야 한다
이 말은 다른 수학교육서나 교육채널에서 몇 번 보았던 내용이다. 그런가? 싶었었는데, 이 점은 좋은 방식이 아니라고 한다. 이런 말이 학원가로부터 나오는 이유는 여러 학생들을 놓고 개별적으로 봐줄 수 없어 어려운 문제집을 줄 수 없는
학원 시스템의 문제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이 이야기 하는 대로 쉬운 문제집을 80% 이상의 정답율이 나올
때까지 개념, 기본 0권,
유형 0권 등 여러 권을 풀리고 심화문제집에 도전하라고 한다면 문제들 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심화문제집은 근처에 가기도 버겁게 된다. 이 것에 대한 해결책은 정확한 개념을 익히고 곧장 심화문제집을 푸는 것이라고 한다.

문제집의 난도를 점진적으로 높여 나가는 스몰스텝 방식(연산 학습지에서도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 듣기에는 그럴듯한 방식인 것 같지만, 개념을
익히는 기본을 튼튼히 한 후에 곧바로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는 비약을 이루는 방식이 좀 더 수학실력을 수직상승 일으킬 수 있는 방식이며, 문제에 치여 질리게 되지 않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선 정확한 개념을 익히는 올바른 방법부터 모색해봐야 하며, 그것이
가능할까 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경험에 비추어 생각해 본다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와 한학기를 기본개념 문제집으로 예습한 후에 학기가 시작되면서 수업시간에
진도를 나가면서 심화 문제집을 들어가는 방식으로 공부를 해오고 있었는데,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개념을
예습한 후에 학교 수업까지 받은 상태라면 심화 문제집을 푸는데 무리는 없었다. 다만 정답율이 높지 않았던
것은 이 책에서 언급되는 개념의 도구화가 정확하게 되지 않아서일 가능성이 있겠다.
착각2> 심화하지 말고 선행하라고 한다.
학원에서는 심화문제집을 풀려봤더니 잘 풀지 못해 대부분의 문제들을 풀어주게 되고 아이들의 실력이 자라지 않음을
확인하고 심화문제로 지지고 볶지 말고, 선행을 하여 상위개념으로 아래 학년의 문제를 쉽게 풀게 하라고
한다.
이것은 얼핏 생각하면 효율성 있어 보이지만 문제를 푼다는 관점에서만 본 것이다.
수학 실력을 기르는 관점에서는 심화 문제를 다루는 목적이 집요함을 기르고 개념을 꺼내 쓰는 훈련에 있기 때문에 맞지 않는다.
심화와 선행 사이의 고민은 내 자녀의 경우 사실상 학원이냐 집공부냐의 기로였다.
집에서 심화를 다루면서 학원처럼 빠르게 선행을 나갈 요령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학원에서 기본만 빠르게 나가는 선행을 하기에는 수학적 사고력을 길러주는 심화를 할 방법이 요원하다 생각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해주고 있다.

무슨 일이든 복잡하다면 방향성, 기본, 깊이, 속도의 순서로 하는 것이 상식이다. 목표라는 방향성을 잡고 이를 위해 기본이 되는 준비를 철저히 한 뒤, 깊이 있게 하면 그 다음 속도는 따라붙는 것이다.
p75
한마디로 요약하면, 올바른 개념을 잡고, 심화를 하며 필요한 만큼의 선행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p76
착각3> 아이들의 발달 속도는 느리기 때문에, 스스로 발견하려면 계속 기다려주어야 한다.
이 것 역시 오류라고 지적하는 저자의 주장이 현 교과서 집필진의 의도에 반하는 주장이어서 내게는 충격적이었다. 현 교과서는 학생 스스로 수학적 규칙과 법칙을 발견하게끔 교과서와 교사가 유도하는 역할을 하게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개념 정의나 단편적인 설명이 많이 생략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수학은 여타 다른 학문처럼 발견하는 학문이 아니고 수학자가 몇 천년에 걸쳐 만든 진리와도 같은 것을 이해하고
익혀서 문제를 해결하는 학문이므로 아이들이 스스로 깨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지금의 초중 교과 과정 에서처럼 귀납법으로 가르칠 것이 아니라 위의 수학의 특성에 맞게 연역법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의 수학을 봐주면서 어떻게 진도를 나가고 심화를 할지에 대해 고민을 수없이 하면서도 수학 과목의 특성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요즘 교육의 흐름상 암기 위주보다는 이해와 스스로 발견이라는 측면의 교육을 중요시하고
있었는데, 수학에 관해서 만큼은 판단을 다시 해보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 부분이었다.
4부에서는 크게 두 가지로 완전학습과 교과서를 만든 집필진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다.
착각4> 완전학습에 대한 착각
교과서를 이용해 완전학습을 하고 시험을 치르는 반복되는 과정에서 학습자는 바로 외우고 보는 시험에 유리하게 지식을
단편화하게 된다. 또 교과서내로 시험 범위를 한정 지으면 학생이던 학원이던 시험을 위해 결국 문제들을
여러 번 풀리는 방향으로 나가게 된다.
문제를 풀며 점수를 향상시키는 효과는, 동일 내용을 가지고 4번을 가르치는 것보다 한 번을 가르치고 3번을 시험 치는 것이 성적
면에서 높은 결과를 가져왔다는 학습실험을 통해 이해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들은 어디까지나 단기적인
성과에 대한 실험이며 학습방법이다.
저자는 이상적인 교육은 지식을 조직화하는 가르침을 여러 번 하고 다시 그것을 바탕으로 지식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시험을 통해 단편적으로 학습하고 지식을 확장하지 못하니 잘못되었다고 본다. 게다가 애초에 완전학습의 대상으로 본 교과서조차 ‘대체로 좋은 교재’이지만 완전학습의 교재가 될 수 없다고 한다.
이 주장에 대해서는 이전에 읽은 독서법 책을 통해 수긍을 할 수 있다. 교과서는
카달로그와 같은 책이어서 지식의 원인과 결과를 연결 짓는 확장을 도울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완전학습의
도구로는 충분치 않은 교재라는 생각에 동의가 된다.
이러한 주장을 바탕으로 저자는 완전학습에 대안으로 과잉학습을 제안한다.
교과서에 제시한 목표를 넘어서 다양하게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교육이다. 교과서의
기초지식으로 시작하여 독서와 조사를 통해 지식을 확장하는 과정이 모두 평가 범위가 된다면 교육 과정안에 평가 항목이 있으니 아이에게 학원을 가라
해도 가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이 것은 최근 초중등 학교 수업시간 내에 이루어지는 수행평가 방식이다. 이
수행평가가 수업내의 과정이 중심이 되고, 공정하고
세밀한 평가 기준이 마련되어 더욱 안정적으로 운영이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착각5> 인쇄된 것은 무조건 맞는다는 착각을 버려라
세상은 진리가 아니라 믿음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진리는 도달하기 힘들고 현실이 진리와는 다르게 움직일 때, 우리는 인지부조화의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 오히려 현실이 진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타당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교과서를 만든 사람이 어련히 고민해서 만들지 않았겠어?” 처럼 부조화를 해소하는 것이다.
이처럼 진리와 관계없이 남들이 믿는 대로 따라서 믿는다면 좀 더 갈등하지 않고 행복할 수 있다. 올바른 수학교육의 방법을 찾고 실행하기가 어려우니, 남들이 하는 대로 교과서를 충실히 하고 남들처럼 학원에 보내며 편해지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학은 이런 생각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학문이다. 왜냐하면 수학의 개념은 진리이고 설사 진리가 아니더라도 객관적인 진리가 존재한다고 믿는 학문이다. 따라서 현실과 타협하고 대충 한다면, 진리를 바탕으로 논리를 전개해가는 수학이라는 학문에서 얻어야 하는 것들은 사라진다.
p192
착각6> 교과서를 만든 구성주의자들의 착각
저자는 1997년 시작된 7차
교육개정 이후의 구성주의적 교육이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수학에 있어 구성주의 교육은 정의, 개념 등을 처음부터 가르치지 말고
아이들 스스로 발견하여 개념을 구성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교육부가 구성주의에 빠져서 수학과 과학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한다. “자연이나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현상에서 패턴을 바라견하고 일반화하여 수학의 공식으로 만들어야 비로소 끝나는
것이 과학이다. 이에 반해 수학은 수학자들이 만든 정의나 개념, 원리를
가지고 일상생활이나 자연, 문제 해결 등에 논리적인 적용을 하는 학문이다. 그러니 수학과 과학의 공부 방향이 반대이다. 일상생활의 탐구를 통해서
수학을 발견하고 그 개념이나 공식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수학을 과학으로 보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오랜 시간 수학을 가르치는 것에
대해 고민을 끊임없이 하며 정립한 올바른 교육방법과 수학 자체에 대한 고찰까지 독자들에게 공유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는 수학을 주요 교과목 중 하나이며
대입에 당락을 결정짓는 과목으로서만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수학 본질에 입각한 교육법과 학습법을 놓치기 쉽다. 우리는 눈앞에 주어진 상황(입시)만을 보고 판단을 할 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럴 때는 본질을 되돌아보아 방법을 찾을 때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아이가 넘어야 할 고등수학의 산은 결코 등반하기를 쉽게 포기해야 하는 산이 아님을 강조한다.
‘수학을 수학 답게’라는
올바른 방향으로 교과서를 집필하고 또 그것을 바르게 가르치고 배운다면 넘을 수 있는 산임을 기억하자.
학부모로서는 아이에게 줄 수 있는 도움을 주며 시기에 맞춰 방향을 제시해주어야 하겠다. 하지만 ‘아이의 성향에 맞춰서’라는
말은 수학에 한해서는 쉽게 해서는 안될 것 같다. 수학은 수학답게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고 했으므로.
수학교육과 학습 방법에 대해 기존의 수학교육전문가들과 다른 시각으로 독자적으로 접근방법을 모색한 저자의 통찰이
아이에게 올바른 수학교육을 시키고자 하는 학부모로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