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성장소설의 한 고전(古典)

 

사춘기에서 스무살 초반.
우리가 기특하게 통과했으되 잊고 있었던 '온갖 외로움과 방황(10쪽)'의 나날들.
우리가 힘겹게 통과하고 있는 중이거나, 언젠가 부딪혀 이겨나가야할  미지의 시간들.

주인공 유준이는 말한다(31쪽)
나는 그 순간에 회한덩어리였던 나의 청춘과 작별하면서,내가 얼마나 그 때를 사랑했는가를 깨달았다.

어른이나 애들이나 왜들 먹구사는 일을 무서워하는 거야.
나는 궤도에서 이탈한 소행성이야.흘러가면서 내 길을 만들 거야.
(유준이가 착한 학생 박영길에게,41쪽)

애매함에 대하여 생각해본 적 있냐?...밤안개라는 노래를 좋아하긴 하지만 별로 생각은 안 해봤어요.
(등장인물 상호간의 일종의 간접화법인  '공중전' 중에서,51쪽)

어째서 앞길은 불안한가 길이 없어지면 광야인데
어째서 지루함은 죽음인가 저지르면 살아나거늘 모든 자고 깨는 꿈은 내 것.
(유준이와 '간이 맞는 친구' 인호가 쓴 詩,72쪽)

아아,행복하구 든든한 걸.
(상진이와 로사의 이른바 '보건체조' 사랑의 일부,117쪽)

나는 바다를 내 속에 갖고 있었다.내 주위에 영원히 넓혀진 바다를.
(유준 인호 정수 일행이 배로 제주도에 닿기 전에 선상에서 정수가 인용한 싯귀 일부,170쪽)

바람 피해 오시는 이처럼 문득, 전화하면
누가 뭐래요?
(미아가 유준이게게 관제엽서로 보낸 편지,223쪽)

살아 있음이란,그 자체로 생생한 기쁨이다.대위는 늘 말했다.
사람은 씨팔....누구든지 오늘을 사는 거야.
거기 씨팔은 왜 붙어요?
내가 물으면 그는 한바탕 웃으며 말했다.
신나니까......그냥 말하면 맨숭맨숭하잖아.
(30대 부랑 노동자 장씨와 유준이가 유치장에서 나누던 대화中,257쪽)

 
<개밥바라기 별>에는 이런 명구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많다.도처에 흥미진진한 서사가 반갑게 맞이해준다.우리들 대부분이 잊고 있었던 그러나 잊혀지지 않은, 아픔이면서 기쁨인 한 청춘의 추억이 아로새겨있는 것이다.

<개밥바라기 별>을 읽는다는 뜻은 우리 인생의 가장 순수했던 시절을 되산다는 뜻이리라.
<개밥바라기 별>에 동참한다는 것은 앞으로 우리 인생의 가장 순정한 시기를 미리 산다는 의미이리라.

작품의 주인공이면서 동시에 현실에서는 실존모델인 작가 황석영 선생님이
청춘의 애틋함으로, 마에스트로만이 쓸 수 있는 도저한 장인정신으로 공들여 쓴

당대 성장소설의 한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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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셔 2008-08-08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내면의 잃어버린 일기장을 찾은 듯하다는 평에 느낌이 동합니다.
구구절절 별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문장들,글귀들,
차라리 그것은 나의 고백이라고 할 만하다.
포에너벨님 평에 조금 빌붙기를 합니다.
-브로셔-

forannabel 2008-08-09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로셔 님 감사합니다.님의 덧글에 깊이 동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