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자는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다.
의자에 앉은 사람 역시 움직이지 앉는다.
그래서 의자는 기다림이다.
의자에 앉은 사람은 의자와 하나가 되어
누군가가 자신에게 다가와
자신의 의자에 앉아주길 바란다.
타인이 먼저 다가오기 전까지는
앉아 있는 이의 엉덩이는 의자에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기다림은 어느덧 게으름이 된다.
먼저 다가가기가 점점 더 두려워지고,
먼저 다가와주길 바라는 게으름.
우리는 뭐가 그렇게 두려운 걸까?
우리는 얼마나 많은 비밀을
우리가 앉아 있는 의자와
의자에 앉은 엉덩이 사이에
감춘 채 깔고 앉아 있는 걸까?
그 비밀 절대 밖으로 나오지 않기 위해
일어서지도 못하고선 엉덩이를 의자 위로
살짝 들었다놨다를 반복하며 망설이는가.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은
누울 수도(잠을 잘 수도)
서있을 수도(먼저 다가갈 수도)
없는 중간의 시간이다.
하루에 잠자고 먹고 씻는 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조차 대부분 앉아 있는 현대인들
과연 무엇이 두려워 의자에만 앉아
잠이 들 시간을 기다리만 하는 걸까.
의자에 앉아만 있으면 일어서는 법을 잊게 된다.
의자에 너무 오래 앉아 있으면
그 자신도 의자가 되고 마는 것이다.
먼저 다가와 준 사람 앞에서 의자가 되어
고마운 사람을 유령으로 만들고 말 것인가.
이제는 정말 일어나야 할 때가 되었다.
더 늦어서는 안 된다.
사랑은 게으름을 경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