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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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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창비 독서클럽 가입 후 이벤트로 김금희 작가의 신작 대온실 수리 보고서 가제본을 받아 읽고 쓴다. 소위 100% 내 돈 내산 책이 아니다. 재밌는 경험이라 생각하고 신청했다. 당첨되어 받은 가제본 책은 풋내나는, 1인 출판의 느낌이 나는, 내가 책을 쓰고 제본하면 이러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다. 조금은 생소했고 신선했다.

 

최근 들어 책을 몰아보고 있다. 9월 한 달 10여 권을 읽었고 지금도 계속 읽는 중이다. 이유는 두 명의 작가에 빠져 그 작가들의 책을 계속 읽어나가기 때문이다. 최근 내가 좋아하는 소설은 이렇다. 최근이란 단서를 붙인 이유는 최근 빠진 작가의 소설이 이러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마 다음에 다른 작가에 빠지면 좋아하는 이유가 달라질 것이다.

 

여튼, 문장은 두괄식이 좋고, 한 문장은 짧은 것이 좋고, 글의 흐름은 억지 없이 자연스러워야 하며, 관계성은 분명해야 한다. 구성이 시 공간을 넘나들면 장으로 구분되는 작품이 좋다. 그리고 주요 등장인물은 10명 이내가 좋고 분량은 400페이지 내외가 좋다. 그리고 하나 마나 한 얘기지만 하고자 하는 얘기가 뚜렷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책을 읽었다.

 

대온실 수리 보고서에 대한 줄거리는 생략하고자 한다. 다른 독자들이, 또는 출판사에서 줄거리를 잘 정리해서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나는 몇 줄로 400페이지 넘는 글을 간단히 분명하게 잘 정리할 능력이 없다. 하여, 내가 좋아하는 관점에서 소설을 읽은 얘기를 하고자 한다. 불편한 얘기가 있을 수 있으니 양해를 구한다.

 

작가는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을까? 2000년대 초반의 사회상, 한 인간의 삶, 문화재 복원, 그리고 그와 관련한 너무나 형식에 치우친 보신주의적 정부 기관의 행정 또는 공무원의 처신, 일제의 만행과 한 가족의 불행, 대온실을 만든이의 인생과 집념, 가진 것이 부족한 상처 많은 청춘의 삶, 비정규직 문제, 이 모든 것이 아우러진 일상 등, 소설에는 얘기가 너무 많다.

 

공간과 시간을 채우는 사람들과 일상이 잘 어우러져야 좋은 소설이 만들어지고, 각각의 요소가 과하지 않고 균형을 갖출 때, 안정적이고, 편하다. 소설에서는 강화도, 문화재 복원사무실, 어릴 적 살았던 서울 원서동 낙원하숙, 창경궁 대온실, 일본 등 그리고 시간은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15년 즈음 되는 과거, 그리고 현재, 솔직히 나에게는 복잡하다.

 

그런 공간과 시간을 살펴보면 강화도를 배경으로 현재의 은혜, 산아 그리고 주인공 영두가 그 공간을 채우고 있다. 그리고 그 공간에는 과거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과거의 주인공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공간은 가장 안정적이고 평안하다. 그래서 돌아갈 곳이라는 설정이 분명하다.

 

문화재 복원사무실, 그 공간에서의 인물의 설정은 재밌다. 당연히 그럴 수 있는, 상상하기 쉬운 인물이고 설정이다. 그럴만한 사람들이 그럴만한 인물들로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문화재 복원 사업 관련 내용은 마치 작가가 그 일을 하고 실무를 하는 것 같이 생생하다. 특히, 관련 공문원과의 관계 설정 등을 통해 작가의 노력과 치밀함을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과거속 하숙집과 현재의 하숙집, 그때도 낡았고 지금도 낡은 그 하숙집은 주인공의 사춘기 시절을 함께한 공간이다. 둘러싼 인물들 할머니, 금성무, 리사 등등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는 시간적 흐름을 주인공의 삶을 통해 타고 흐른다. 하지만 중간, 비어있는 시간이 궁금하다. 제법 긴 시간이다.

 

하숙집을 공간을 통해 관계를 맺는 리사, 주인공과 대척점에 있지만 조금은 뜬금없는 이름을 가진 리사, 결국 미국으로 떠난 삶을 가진 이가 가질만한 이름이다. 한국에서도 리사고 미국에서도 리사이지 않았을까 ? 하지만 비루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로, 부끄러움에 대한 고민을 해보지 않았을 것 같은 인물이다.

 

창경궁 대온실, 소설의 주 무대이다. 문화재청, 지금은 국가유산청이 된, 관계자, 갑이다. 그리고 문화재 복원회사, 을이다. 그리고 그 회사의 계약직인 주인공, 슈퍼을, 병 정도된다. 계급에서 가장 낮은 인물이다. 이 또한 사회의 한 단면을 잘 보여주는 그런 공간이다. 뭔가 동화같은 특별한 것을 기대할 수 없는 건조한 구조이다.

 

대온실 수리와 관련하여, 굳이 미스테리, 추리가 필요했을까 싶다. 대온실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기술하고, 그 배경을 그려내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았을까 ? 그런데 너무 많은 내용을 작가는 펼치고 있다. 이 부분이 이 소설에서 가장 아쉽다. 뭔가 궁금증을 일으키긴 했지만, 이외에도 여러 가지 요소를 연결하고 싶은 작가의 의도는 알겠으나, 그 연결이 밀도는 높지 않다.

 

아마 작가는 어느 한 공간에 대한 기억을, 그리고 그 과거의 일들을 엮고, 현재를 통해 과거의 아픈 기억을 딛고 일어나는 것을 바랬을 것이다. 그런데 너무 많다. 일들이 너무 많다. 하여 소설에서 가장 좋았던 문화재를 둘러싼 일들과 서사, 그리고 대온실의 조성과 몰락의 서사는 시대적 아픔과 함께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으나, 다른 복잡다단함으로 인해 빛이 바래지지 않았나 싶다.

 

아무튼, 나는 이 책을 이렇게 읽었다. 그리고 모든 책이 다 그러하듯 나는 이 책을 통해 얻었다. 그럼 된 것이다. 가을이 깊어간다. 2년 전 창덕궁 야행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가제본 형태로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읽을 기회를 제공해 준 창비와 작가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며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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