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지지 않고, 버텨낸 시간들에 대하여.비록 존재하지만, 끝내 발음되지 못한 것들.단편마다 단단히 눌러 담긴 문장이 조용히 마음을 붙든다.파괴가 다가오는 걸 알면서도 피할 수 없는 순간을 마주하고,닦아주고 씻기고 먹이며 하루를 버텨내는 날들.삶이라는 스파링 속에서우리가 예측하고 대응하며 견뎌온 시간들을이 책은 담담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되묻는다.그건 이해보다 오래 남는 감각이다. 읽는 동안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떠올랐는데여백과 잔잔한 여운 속에 스며드는잔향 같은 문장이라면, <나이프를 발음하는 법>은 침묵 속에서 조용히 단호하게 찢는 문장 같다.-비록 존재하지만 발음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토네이도는 모든 걸 파괴하죠. 멀리서도 토네이도가 다가오는 게 보여요.그게 다가오는 걸 보면서도그냥 바라보고만 있고요. 넌 이해 못 할 거야. 하지만 언젠가, 너도 엄마가 되면 방금 한 말이 떠오를 거야.그리고 그런 말을 내뱉은 스스로가 싫어지겠지.넌 몰라.아이를 낳는 게, 몸이 그렇게 터져 벌어지며 열리는 게 어떤 건지.레이먼드는 끊임없는 반복과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가늠하는 데 능했다. 체육관에서 하던 스파링과 다르지 않았다. 빠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앞일을 예측해 대응하는 일.#해문클럽#문학동네#나이프를발음하는법#수반캄참마봉사#소설추천 #책읽는미카엘라#책읽는미카엘라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