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프를 발음하는 법
수반캄 탐마봉사 지음, 이윤실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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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지지 않고, 버텨낸 시간들에 대하여.

비록 존재하지만, 끝내 발음되지 못한 것들.
단편마다 단단히 눌러 담긴 문장이
조용히 마음을 붙든다.


파괴가 다가오는 걸 알면서도
피할 수 없는 순간을 마주하고,
닦아주고 씻기고 먹이며 하루를 버텨내는 날들.


삶이라는 스파링 속에서
우리가 예측하고 대응하며 견뎌온 시간들을
이 책은 담담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되묻는다.

그건 이해보다 오래 남는 감각이다.


읽는 동안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떠올랐는데
여백과 잔잔한 여운 속에 스며드는
잔향 같은 문장이라면,


<나이프를 발음하는 법>은
침묵 속에서 조용히 단호하게 찢는 문장 같다.


-

비록 존재하지만
발음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토네이도는 모든 걸 파괴하죠.
멀리서도 토네이도가 다가오는 게 보여요.

그게 다가오는 걸 보면서도
그냥 바라보고만 있고요.

넌 이해 못 할 거야. 하지만 언젠가,
너도 엄마가 되면 방금 한 말이 떠오를 거야.
그리고 그런 말을 내뱉은 스스로가 싫어지겠지.

넌 몰라.
아이를 낳는 게,
몸이 그렇게 터져 벌어지며 열리는 게 어떤 건지.


레이먼드는 끊임없는 반복과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가늠하는 데 능했다.
체육관에서 하던 스파링과 다르지 않았다.

빠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앞일을 예측해 대응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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