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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줄도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 - 엄마와 세상에 상처 입은 나를 일으켜줄 자존감 심리학
선안남 지음 / 글담출판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엄마와 세상에 상처 입은 나를 일으켜줄 자존감 심리학이라는 문구가 맘에 들었다. 상처받은 줄도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는 책의 제목도 맘에 들었다. 정말 그렇다. 나는 내가 상처를 받았는지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 내가 지금 겪는 마음의 문제들이 엄마와의 관계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이 놀랍다. 어린 시절 상처인 줄도 모르고 받았던 것들이 지금 스스로 나를 대하는 태도나 다른 사람을 대하는 모습에서 나타난다. 

 이 책은 상담사례 12가지를 묶어 펴냈다. 엄마 때문에 힘든 것이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위안이 된다. 읽으면서 이 정도는 괜찮네 싶은 것도 있고 우리 엄마보다 심하다고 생각이 드는 사례도 있었다. 그렇게 타인도 힘들다. 세상의 모든 아픔이 나 혼자에게만 있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우울해지지만 나도 너도 다른 사람도 그렇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아픔에서 벗어날 용기가 생긴다. 아픔을 치유한 사례들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는다. 사례들을 보면서 또 그렇게 치유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마치 내 일인 양 만족감을 느꼈다.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겠지만 조금씩 변하고 변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다. 

 엄마의 딸로 살아오면서 엄마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텔레비전이나 친구 엄마들을 보면서 우리 엄마는 왜 그럴까 우리 엄마도 저러면 좋을 텐데 하면서 비교를 했다. 내가 이상적인 엄마의 상을 만들어놓고 엄마가 그렇지 않다고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엄마의 딸로 태어난 이상 엄마를 내가 바라는 엄마로 완전히 바꿀 수는 없다. 환상의 엄마는 떠나보내고 현실 엄마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의 엄마를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바라던 엄마의 모습을 엄마에게서 찾을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 해주면 된다. '나는 내 존재로 소중하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하자. 

 실수가 생기면 '내가 그렇지 뭐', '그럴 줄 알았어' 하며 자책하기에 바쁘다. 이 내면의 소리가 나로 인한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 엄마가 나를 대했던 방식에서 나온다. 나에게 자책을 하기 보다 나에게 칭찬을 해주자. 어떤 실패와 실수를 겪어도 '괜찮아'라고 스스로에게 위로를 건네자. 타인에게 상처를 받으면 내가 그에게 뭘 바랐던 것인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보며 나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자. 

 내가 스스로 피해자라고 느끼고 관련 서적들을 찾아 읽으면서 내 마음의 문제는 엄마로 인해 비롯되었다는 신념을 갖게 되었다. 괜히 엄마가 미웠다. 엄마가 한마디를 해도 그 말을 나 편한 대로 해석하며 또 이렇게 상처를 주는구나 하고 느꼈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사람은 다른 것을 보고 느낀다. 나는 상처 말고도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내 스스로 피해자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새롭게 나아가야 한다. 혼자 상처받고 말 것이 아니라 그것이 상처임을 표현하고 이야기해야 한다. 표현해야 상대방이 알 수 있다. 엄마에게 내가 느끼는 상처에 대해 말하고 내가 바라는 것을 말하며 엄마에게 거리를 둘 것이 아니라 다가가야 한다. 상처로 인해 타인과 더 연결될 수 있다는 말이 참 마음에 든다. 지금껏 피하고만 살아왔다. 그냥 엄마는 원래 그러니까 하면서 혼자 상처받고 혼자 화냈다. 엄마는 내가 상처받는 줄도 몰랐을 것이다. 내가 상처받았다고 말한다고 한 번에 엄마가 내가 원하는 대로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만 사랑하는 방식을 잘 모를 뿐이다. 내가 상처받았다고 하는데 계속 나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을 것이다. 일부로 상처를 주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것도 자기 딸에게. 쉽지는 않겠지만 조금씩 변하겠지. 

 고착된 관계를 해결하려면 변화가 있어야 한다. 누군가는 변해야 한다. 나의 작은 변화가 치유의 시작이 된다. 상처를 바라보며 그 순간은 많이 힘들 것이다. 그냥 지나갈걸. 왜 괜히 말은 꺼내가지고. 하며 자책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상처를 직면하고 바라보고 상처를 인정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보자. 할 수 있다. 

 

 엄마의 관계로 힘들어하는 모든 분들을 위한 책입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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