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땐 뇌 과학, 실천할 땐 워크북 - 우울에 빠진 뇌를 재배선하는 10가지 실천 도구
앨릭스 코브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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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에 빠진 뇌를 재배선하는 10가지 실천 도구가 담겨있는 <우울할 땐 뇌 과학, 실천할 땐 워크북>을 읽었습니다. 너무나 친절하고 구체적인 안내서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네요.

지난 2016년 출산을 하고 시댁과 친정의 도움도 받지 않고 홀로 육아를 했어요. 저의 신념으로 어린이집도 보내지 않고요. 계속 일을 하다가 집에만 있는 일상은 참으로 힘들었어요. 친구도 없어 말할 상대도 없었고요. 딸이 돌이 되어갈 즈음 심각한 우울증에 걸렸습니다. 남편의 권유로 심리 상담치료도 받았어요. 상담사 선생님은 약물치료도 권할 정도로 육아 우울증이 심각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완전 모유 수유 중이었어요. 알코올과 카페인 섭취도 하지 않는데 약물을 용납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심리 상담과 명상, 영어공부 및 책 읽기를 통해 육아 우울증을 이겨냈습니다.

둘째를 임신하게 되었습니다. 급격한 호르몬 변화로 좋아지던 우울증은 다시 고개를 들었습니다. 게다가 태어난 둘째는 생후 60일경부터 심각한 아토피를 앓았어요. 임신 중 내가 잘못해서 아이가 잘못된 것처럼 느껴져 자책을 참 많이 했어요. 아이의 피부를 보며 눈물도 많이 흘렸습니다. 다시금 힘든 시절이 찾아왔어요. 그래도 아이의 아토피가 나아지며 우울증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좋아지지는 않았어요. 마음속 불안과 우울을 잠재워줄 무언가가 필요했습니다. 그때 이 책 <우울할 땐 뇌 과학, 실천할 땐 워크북>이 찾아왔습니다.

"우울과 불안은 계속 아래로 끌어내리는 소용돌이와 같은 하강 나선입니다. 뇌가 부정적이고도 건강에 해로운 활동과 반응의 패턴에 붙들려 꼼짝도 못 하게 된 상태지요. 이런 하강 나선을 단숨에 해결할 비법은 없지만, 이 책에 소개한 방법들을 활용하면 나선의 방향을 서서히 뒤집을 수 있습니다. (중략).

일상을 조금만 긍정적으로 바꾸면 뇌 또한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켜 뇌의 전기적 활동과 화학적 구성을 바꾸고, 심지어 새 뉴런도 만들 수 있음을 밝혀낸 거죠. 게다가 긍정적으로 바뀐 뇌는 생활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일도 더욱 수월하게 만들어줍니다. 상승 나선은 아래로만 향하는 우울과 불안의 진행 방향을 거꾸로 돌릴 수 있어요."

10쪽

이 책은 여타의 다른 우울증 극복책과 다르게 뇌과학자가 쓴 책입니다. 과학적인 실험 결과를 토대로 정말 효과가 입증된 치료방법을 알려주지요. 게다가 그 방법이 어렵지도 않습니다. '일상을 조금만 긍정적으로 바꾸는' 활동을 통해 뇌가 바뀌고 바뀐 뇌는 일도 더욱 수월하게 하는 과정을 통해 우울증을 치유할 수 있는 겁니다.

책에서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우울증을 단번에 고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요. 단 하나의 해결책도 없다고요. 게다가 이 책에서 말하는 10가지 실천도구를 다 실행에 옮기려고도 하지 말라고 합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할 수 있겠다 싶은 방법을 골라서 시도하며, 각 장을 순서대로 읽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읽어도 상관은 없다고요. 단, 한 가지는 강조합니다.

"한 장을 읽었다면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 전에 그 장에서 소개한 방법 중 하나는 적어도 실행해보세요."

13쪽

이것이 바로 이 책이 나온 이유입니다. 이 책의 제목이 워크북인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눈으로만 봐서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운동하는 책을 눈으로만 본다고 근육이 생기지 않습니다. 우울증을 치유하는 과정도 그렇습니다. 마음의 근육을 만드는 일입니다. 근육은 실천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생기지 않습니다.

<목차>

책을 읽을 때 목차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 책은 목차만 봐도 얼마나 실천 중심의 책인지 알 수 있습니다. 각 장마다 체크리스트와 적어봅시다, 해봅시다가 나옵니다. 저자가 말한 대로 각 장에 나오는 방법 중 한 가지만이라도 시도했다면 일단 성공입니다. 이 책은 360쪽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책의 판형도 큰 편입니다. 글씨도 작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럼 우울증을 치유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도 책의 페이지의 기세에 눌려 사라지고 맙니다. 그러니 목차를 보면서 보고 싶은 부분만 먼저 보세요. 그리고 하나만 실천하세요. 그럼 된 겁니다. 이제 상승 나선에 올라탄 겁니다.

<체크리스트>

이 책에 나오는 우울증 체크리스트를 했더니 저는 총 15점으로 중등도 중증 우울증이라고 합니다.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아직은 아닌가 봅니다. 그래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이 책이 있으니까요. 결론적으로 이 책을 읽기 전과 읽고 나서는 완전히 다릅니다. 작은 실천을 통해 상승 나선에 올라탔기 때문입니다. 작은 일에 욱하지 않고 쉽게 실망하지 않습니다. 마음이 단단해졌다는 표현이 딱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인 신경전달물질과 우울증 및 우울증 극복에 관여하는 화학물질의 종류, 각 화학물질의 기능, 그리고 이들의 기능과 관련하여 효과적인 갱비법을 정리한 표를 보면 각각의 개입법이 왜 기분을 좋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어느 활동이라도 시작하세요. 뇌 속의 다른 화학물질들은 서로 영향을 미치기에 한 가지 활동을 했더라도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뇌를 돕는 활동들>

우울증의 진행 방향을 두집기에 좋은 활동은 다섯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합니다. 즐길 수 있는 활동, 성취 활동, 의미 있는 활동, 신체 활동, 사교 활동입니다. 이 책에서는 즐길 수 있는 활동과 성취 활동, 의미 있는 활동의 리스트도 제공합니다. 우선 시작하기 좋으라고 쉬운 활동들입니다. 지금 우울하면 뭐라도 해보세요.

<활동 리스트 짜기>

"긍정적인 활동을 미리 계획해두면 실행하기가 좀 더 수월해지니다. 일정표에 기입하는 순간 그 활동은 현실이 됩니다. 그리고 뇌는 현실과 상상을 다르게 취급하지요. 어떤 일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것은 전전두피질의 활동과 연결되기 때문에 더 많은 의지력이 필요한 데 비해,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일일수록 선조체의 활동과 연결되기 때문에 비교적 적은 의지력으로도 성취할 수 있습니다."

66쪽

리스트를 참조하여 먼저 잘 시간을 계획하고 기본 일과를 기입하고 이후에 즐길 수 있는 활동, 성취 활동, 의미 있는 활동을 추가하면 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양식은 QR코드로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저는 3P 바인더가 있으니 거기에 적으면 되겠네요. 이 양식 말고도 이 책에는 많은 양식이 나옵니다. 다 QR코드로 다운로드할 수 있으니 얼마나 실용적인 안내서인지 모릅니다.

책에서 많은 내용들이 나오지만 내가 정말 좋다고 생각하는 것 몇 가지를 적어봅니다.

첫 번째는 호흡입니다.

느리고 고르게 호흡하면 더 많은 산화질소가 생성되어 혈관을 확장시키고 혈압을 조절하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분비를 줄이고, 부정적인 감정들을 약화시킨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느리고 고르게 호흡하는 법도 안내해 주는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숨만 쉬었을 뿐인데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입니다.

두 번째는 힘겨운 사건에 관해 글쓰기입니다.

타이머를 15분에 맞춰놓고 그 일에 관해 가장 깊숙이 묻어둔 생각과 감정을 글로 쓰는 겁니다.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냥 쓸 만한 게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고 쓰는 겁니다. 이 과정을 사흘 동안 반복하며 한 가지에 대해서 계속 쓰는데 전날 글을 쓰면서 얻은 생각과 통찰을 덧붙여가며 발전시키는 방법입니다. <치유하는 글쓰기>라는 책이 있습니다. 글을 쓰기만 해도 치유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냥 무턱대고 쓰는 것이 아니라 타이머를 맞춰놓고 사흘에 걸쳐 같은 일을 적는 일은 정말로 도움이 되었습니다.

세 번째는 걱정을 글로 옮기기입니다.

걱정은 전전두피질을 활성화시키며 흔히 변연계와 스트레스 반응도 끌어들이는데, 이 모든 것이 잠들기를 어렵게 만든다고 합니다. 우울증 극복을 위해 잠이 정말로 중요한데 말이에요. 잠을 잘 잘 수 있도록 실제로 내일 해야 할 일 목록을 미리 적어둔다면 더 빨리 잠들 수 있다고 합니다.

네 번째는 최선의 결정보다 그럭저럭 괜찮은 결정입니다.

프랑스의 작가 볼테르는 "최선은 선의 적이다"라고 썼다고 합니다. 언제나 가장 좋은 결정 또는 완벽한 결정만을 목표로 삼는다면, 아무 결정도 못 내리고 그 자리에 멈춰버리기 쉽죠. 그러니 그냥 그럭저럭 괜찮은 결정을 내리려고 합니다. 작가는 다시 말합니다. 가장 행복해지려 하지 말고 그냥 행복해지라고요.

마지막입니다.

저자가 말한 대로 실천하다 보면 어느 순간 기분이 좋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삶이 달라지지 않아 나는 이 정도밖에 안되는 건가 하며 불안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변화를 시도할 때마다 뇌가 당신을 방해하는 것처럼 느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뇌를 너그럽게 용서해 주세요. 뇌는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 그런 식으로 진화한 것이니까요. 변화가 두려울 때는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가 남긴 말이 도움이 될 거예요. "안전한 지대로 되돌아갈지 아니면 앞으로 나아가 성장할지,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어떤 것은 당신의 앞길을 막아서는 동시에 당신을 이롭게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것들을 내다 버려야 할 쓰레기가 아니라 앞일을 위해 공구함에 담아야 할 도구로 여기세요."

331쪽

뇌를 너그럽게 용서해 주세요. 당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니까요. 나를 너무 채찍질하지 마세요.

"살아가면서 기억했으면 하는 한 가지는, 당신이 고장 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에요."

334쪽

당신은 고장 나지 않았어요. 그냥 우울증의 패턴에 갇힌 것뿐이에요. 이 과정은 다시 되돌릴 수 있으니 언제나 용기내시기 바랍니다.

"우울증에서 우리가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은 파도를 피하거나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저 파도에 몸을 맡기는 것입니다.

앞에 놓인 길을 가기가 너무 어려워 보이고 도저히 계속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모든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필요는 없어요. 당신이 디딜 수 있는 한 걸음, 시도해볼 수 있는 작은 방법은 언제든 있으니까요.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도 괜찮아요.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더 아래로 내려가려는 것보다 조금 더 나은 선택이기만 하면 돼요. (중략).

새로운 길을 만들어낼 기회가 바로 당신 앞에 있습니다."

335쪽

저자가 말한 대로 모든 것을 다 실천하기보다는 작은 몇 가지만이라도 꾸준히 실천하는 삶을 살아보려고 합니다. 앞으로 찾아올 행복한 미래가 기대됩니다. 우울증을 겪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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