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인문학 - 색깔에 숨겨진 인류 문화의 수수께끼
개빈 에번스 지음, 강미경 옮김 / 김영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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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인문학 : 색으로 바라보는 세계의 역사

    

빨간날, 블루칩, 노란리본, 핑크머니 등에서 색깔은 많은 뜻을 한 단어로 함축한다. '컬러인문학'을 통해 세계의 역사와 문화를 색깔을 기반으로 그 상징적인 의미와 시각적 형상화를 바라볼 수 있다.

 

두꺼운 표지와 B5정도의 큼지막한 책 속에는 이해를 돕는 150컷의 다양한 이미지들이 있다. 또한 책을 꽉 채우지 않는 넉넉한 여백과 두께감 있는 페이지는 마치 가벼운 교양 잡지를 보는 듯 하다.

    

책의 순서는 11개의 색깔로 나누어져 있다. Orange(주황색)처럼 과일에서 따온 색, 분홍색과 같은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는 색 등 색의 유래와 역사들을 차례로 살펴볼 수 있다.

    

첫번째 순서인 '빨강'은 고대의 동굴벽화로 시작한다. 빨강은 10만년 전 부터 인간의 다양한 욕구를 표현하는 도구로서 모든 문화권이 공유하는 최초의 색이다. 인간의 피의 색깔이자 탄생, 죽음, 생식력을 나타낸 다는 점은 모두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중국의 신년행사는 '빨간색의 날'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온 도시와 상품들에 붉은 기운을 느낄 수 있다. 활력과 정력, 기쁨과 축하의 의미까지 중국인들에게 있어서 빨간색의 존재는 매우 크다. 실제로 중국시장에서 어마어마한 매출을 자랑하는 오리온의 초코파이는, 이러한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컬러마케팅 사례의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빨간색은 성적인 어필, 혁명의 전투적 의미, 귀족들만의 색 등 다양한 방면에서 사용해왔다. 이를 보면 색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의미라는 것이 실제 존재한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같은 색을 가지고도 부여하는 의미에 따라 전혀 다른 도구로써 이용되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파랑은 남자의 색으로 불린다. 하지만 1897년 뉴욕타임즈는 분홍은 남자아이의 색, 파랑은 여자아이의 색임을 강조했다. 미국 뿐만 아니라 영국에서도 분홍색은 강렬한 빨간색에서 나온 연한 빨강으로, 당연히 소년의 색이라고 여겼다. 얌전하고 섬세한 여자아이들에겐 파랑이 어울린다고 덧붙였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카톨릭 국가가 그리는 성모마리아는 항상 파란색 망토를 입었다. 때문에 당시 파랑은 여성스러운 색을 의미했다.

 

하지만 현재 분홍은 여성의 색으로 사용한다. 여자아이를 타겟으로 하는 인형, 공책, 연필, 가방 등은 모두 분홍색이며 남자아이들의 물건은 파란색이었다. 현재는 이러한 고정관념에 대한 자정의 목소리가 커지긴 했지만 커다란 변화는 없다. 어린 아이뿐만 아니라 여자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화장품 업계에서도 제품은 물론 브랜드 전체 메인 색을 분홍색으로 사용하는 업체도 적지 않다. 나 역시도 분홍색 제품에는 한번 더 눈길이 가고 실제 구매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개인이 색 선호도가 바뀐다. 이는 결국 성향을 결정하는 것은 사회에 의해 학습된 것에 가까움을 의미한다.

 

내가 중학생 때 매우 사랑했던 아이돌가수의 대표색은 빨간색이었다. 자연스럽게 안경부터 옷 그리고 모든 학용품을 고르는 나의 첫번째 기준은 빨간색이 되었다. 당시 빨간색에 대한 애정은 나의 팬심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되며 특별한 의미를 가졌었다. 이처럼 색깔을 사용한다는 것은 가벼운 표현방식이 아니다. 색 자체에 대한 선호보다는 그 색에 녹아있는 어떤 특정한 의의에 동의하는 것이 아닐까.

 

이밖에도 기술이 발달하기 이전의 시기에서 색을 얻기 위한 과정을 바라보면 지루할 틈이 없다.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가장 효과적으로 함축시키는 최적의 색을 찾고, 이를 활용하는 것은 인간만이 가능한 할 것이다.

 

'컬러인문학'을 통해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배웠다. 인문학의 갈증이 나는, 그렇지만 어려운 책은 부담스러운 나같은 사람에게도 가볍게 다가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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