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필로 : 너를 너로 만들어 주는 생각들
타하르 벤 젤룬 지음, 위베르 푸아로 부르댕 그림, 이세진 옮김 / 바람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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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습관처럼 핸드폰의 작은 화면을 들여다 본다. 포털사이트에서 뉴스는 자극적 기사 위주로 제공된다. 내가 언론사를 지정하지 않으면 어떤 연예인의 가십을 원치 않아도 읽게 된다. SNS를 눈으로 훝어내려가면 어떻게 되는가. 큰 고민없이 좋은 제품인가 보다 생각하고 쇼핑몰 사이트를 열게 된다. 이렇게 요즘 시대에 핸드폰은 ‘생각없이’ 행동하게 만든다.
철학자 알랭은 “생각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19쪽). 어떤 기사를 읽었을 때 이 기사 내용이 진실이 아닐 수 있고, 기사의 의도가 무엇일까 생각하는 것은 비판적 지식인의 태도이다. 얼마 전 “나무 문어”에 관한 사이트를 검색하였을 때 깜짝 놀랐다. “나무 문어”는 가짜 사이트인데 이것을 진짜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문어는 나무에 살지 않고 바다에 산다는 단순한 사실조차도 망각하고 그 사이트에 들어가서 천천히 살펴보지도 않고 ‘나무 문어가 있다’라고 오해하는 것이다. 이렇듯 생각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항상 고민되는 지점이 있다. 학교가 모든 학생들을 위한 장소가 맞을까. 공부를 잘하고 규칙을 잘 지키는 모범생들의 권리만 보호하는 곳은 아닐까.
학교는 민주주의를 배울 수 있는 곳입니까?(84쪽)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쉽게 YES라고 답하지 못할 것 같다. 특히 학교에 벌점제도가 제일 비민주적인 요소인 것 같다. 학생이 다른 학생에게 규칙을 지키라고 안내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벌점을 운운하며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다. 이건 학생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이다. 모범생과 문제학생의 이분법 구도로 학생 사회를 분열시킨다고 본다.
존엄성이란 나를 권리와 의무를 지닌 한 인간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나의 올바름과 공평함을 규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존엄성을 존중한다면 누군가의 약점을 이용해(90쪽) 그 사람을 겁박해서는 안된다. 학교에서 얼마나 많은 선생님들이 점수를 무기로 휘두르는가. 나 역시 습관적으로 점수를 운운하며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었던 날들이 최근에도 있다.
윤리가 있다는 것은 어떤 원칙에서 비롯된 행동 규칙이 있다는 것이다. 그 원칙이란 인간의 권리와 존엄성에 대한 존중에는 예외나 타협이 없다는 것, 누구도 그냥 통과시켜주거나 남들보다 잘 봐주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173쪽). 나의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고 학생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중요한 것에만 집중해야만 중요하지 않은 것에 내 시간과 내 정신을 할애하지 않을 수 있다. 학교가 윤리가 바로 세워진 장소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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