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7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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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국어교사모임 독서모임 ‘고행(가입문의는 광주 김지선 선생님)’의 겨울 방학 책은 바로 『걸리버 여행기』이다. 십 대 시절 이후로 두 번째로 읽는다. 어릴 때 본 걸리버 여행기 책에서도 릴리펏(소인국) 사람들이 바닥에 누워있는 걸리버를 올라가는 그림이 있었다. 이번에 구입한 현대지성 출판사에 표지 그림이 바로 그 내용이다.

예전에는 소인에 둘러싸인 걸리버의 모습과 거인에 둘러싸인 걸리버의 모습, 하늘을 날아다니는 섬 라퓨타 등의 내용을 재미로만 읽었다. 다시 읽은 걸리버 여행기는 온통 영국사회에 대한 풍자로 가득하였다. 신랄한 표현이 많이 등장하여 읽다가 깜짝깜짝 놀랐다.

“황제폐하는 사형에 적극 반대하면서 이런 관대한 대답을 내리셨습니다. ‘각의가 양 눈을 뽑아버리는 것만으로는 너무 약한 처벌이라고 하니 다른 추가적인 징벌을 생각해 보도록 하라’. (84쪽)”

“자네 나라의 국민들 대부분은 가장 해로운 자그마한 벌레 같은 족속일세. 자연이 일찍이 땅위에 기어다니도록 허용한 벌레들 중에서 말이야(162쪽)”

내가 엎드려 그의 발굽에 입을 맞추려고 하자 그는 스스로 내 입 가까이 천천히 발을 들어올려 나에게 관대하게 대어주었다. (345쪽)

걸리버를 통해 드러나는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의 영국 사회에 대한 풍자는 정말 강렬했다. 풍자의 강도는 이성을 지닌 말(후이늠)이 열등한 인간(야후)를 지배하는 이야기에서는 절정에 달했다. 걸리버는 후이늠을 존경하고 인간에 대한 환멸을 느껴서 인간 사회로 돌아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돌아와서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을 막기 위해 외진 곳에 정착한다.

인간 사회의 탐욕, 기만, 절도, 살인, 방화, 약탈, 전쟁 등을 혐오하는 작가의 의도는 뚜렷하다. 나 역시 상당 부분 동의한다. 변호사가 재판에 이기기 위해서 의뢰인의 암소를 의뢰인 것이 아니라고 거짓말해야한다는 부분에서는 실소가 나올 정도였다.

다만 불편한 부분은 너무나도 자주 기술되고, 선명하게 드로나는 작가의 여성 혐오 사고방식이었다. 릴리펏 왕궁에서 걸리버가 소변으로 화재를 진압하자 왕비가 노골적으로 걸리버를 혐오한다. 반영론적 관점에서는 앤 왕비가 조너선 스위프트의 잉글랜드 사제 보직을 반대한 것을 비꼰 것이라고 한다. 66쪽 주석 참조

브롭딩낵(거인국)에서는 여성들이 대소변을 보는 장면을 참을 수 없어 하는 걸리버의 모습이 나타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후이늠 나라에서는 암컷 야후가 걸리버를 강간하려는 사건이 있었다. 문장에서 노골적으로 “음탕함, 교태, 혹평, 험담의 싹이 틀림없이 여자의 본능에 내재되어 있는 것(323쪽)”이라고 기술하기도 한다. 역자 이종인 교수의 해설(392쪽)을 읽어보니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는 어렸을 적 어머니의 사랑을 거의 받지 못하였고, 어른이 되어서도 바리나, 스텔라, 바네사 세 여성과의 관계 모두 안정적이지 못했다고 한다. 아무리 그렇다고 작품에서 그렇게 표현을 하다니 옥의 티라고 할 수 있다. 성 인지 감수성이 오늘날과 그 당시는 달랐음을 감안하면 명작임에는 틀림없다,

이 책은 놀랍게도 1726년에 출판된 책이다. 초판이 일주일 사이에 매진되었고 3주 이내에 1만부가 판매되었다고 하니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그리고 거의 300년이 지난 오늘날에 읽어도 손색이 없는 고전이니 좋은 작품이다.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 볼 만하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유토피아』 읽기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후이늠국을 묘사할 대 작가가 그 책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방송 프로 “책읽어드립니다”도 찾아서 걸리버 여행기를 다룬 편을 시청해야겠다.

역시 좋은 책은 곧바로 다른 책으로 이어진다.

 

이런 것들은 내가 다음과 같은 잘못을 저질렀다고 지적해대는 문건들이었다네.



이 여행기는 위대한 정치가들을 비판하고 있다

이 여행기는 인간의 본성을 모독하고 있다(그들은 아직도 뻔뻔스럽게 자신을 야후가 아니라 인간이라고 부르고 있다네)

이 여행기는 여성을 경멸하고 있다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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