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새벽별을보며님의 "왕으로 키워진 사람들"

박영규나 이덕일보다 훨씬 낫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이덕일에 감동했던 때가 '당쟁으로 보는 조선역사'의 예송논쟁 부분이었는데, 실망했던 때가 바로 '사화로 보는 조선역사'의 세종 부분이었습니다. 다른 것에 대한 얘기는 일언반구도 없이 그냥 '수령고소금지법 때문에 세종시절의 백성은 살기 어렵다'만 얘기하고는 세종 부분을 그냥 넘어갔거든요. 물론 사화가 없는 시절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너무 하나의 사실로 모든 걸 단정짓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에 비해 이 책은 대단히 입체적인 기술을 해줍니다. 단순히 시시콜콜이 아니라 왕에 대한 이해를 위한 입체적인 구성인 거죠. 이 왕은 이런 면이 있는 동시에 저런 면도 있었다. 이걸 같이 이해해야 한다. 연산군이 미치광이가 아닌 철없는 군주였을 뿐이며, 조광조는 중종이 직접 쳤던 건데 그 이유는 이러저러한 사실을 종합해봤을 때 그렇다.라는 식으로 접근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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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 - 개국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원체 옛날 얘기와 만화를 좋아하는 30대 초반의 평범한 사람입니다. 서점을 죽 둘러보다

역사코너에서 왠 만화책을 하나 봤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 대한 만화책인데, 처음에는 그저

아이들을 위한 야사를 적절히 끼워넣은 (예를 들면 만화가 윤승원씨의 조선왕조 500년 같은)

그런 만화책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슥 훑어보는데 이거 내용이 만만치 않더군요. 우리가 흔히 드라마에서나 평범한 역사책에서

보아오던 식의 서술이 아니더라구요.

모처럼 신선한 방식으로 조선왕조사를 서술한 부분에 매우 흥미있어 저자를 확인해보니 박시백씨더군요.

한겨레 그림판을 그리시던 분이 새로운 역사서를 그린다? 괜찮겠구나 싶어서 결국 5권까지 샀습니다.

집에 와서 찬찬히 읽어보니 확실히 예전의 역사서와는 기술방법이나 관점이 많이 다릅니다.

태조가 새 왕조를 열 때, 과거 집단이 어떤 방식으로 저항했는지, 정몽주의 정치적 수완이 발휘되는

부분에 대한 묘사, 공양왕의 의외의 모습 등 시작부터 좋더군요. 세종은 이러저러한 업적이 많아

무조건 훌륭하다는 식이 아니라, 세종이 어떻게 일을 처리했고, 리더쉽은 어떤 형태였다에 대한

기술하는 등, 역사(보다는 역사를 살아간 인물)에 대한 입체적인 기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왕 또한 정치가이며, 신하들 역시 정치가이며, 둘 간의 이야기들이 많은 뒷 얘기와 과정을

거쳐나왔다는 평범한 사실을, 전설과 신화 혹은 역사라는 이름에 가려져 퇴색되어 있던 것을 살려,

뒤늦게야 깨닫게 해주는 거지요.

황희가 야사에서 전하는 인자하고 청렴결백한 인물은 아니지만, 그가 가진 신하/정치가/관료로서의

장점을 얘기해줌으로써 그가 그렇게 오랜 세월 정승으로 있었던 이유를 설명해주는 부분에서

이 책의 많은 장점이 보입니다.

가만히 보면 이덕일의 '사화로 보는 조선왕조'와 임용한의 '조선국왕이야기'를 참조했든지, 혹은

비슷한 관점으로 연구를 해서 비슷한 결과가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두 책의 내용과 공통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 만화가 괜찮으셨다면, 저 두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특히 임용한의 '조선국왕이야기'는 제가 여태까지 보아온 역사책중 최고였습니다.)

이런 것들을 만화와 얘기, 그리고 사건에 적절히 결합시켜 아이들이 무리없이 읽을 수도 있으며,

그렇다고 절대 유치한 동화나 전설수준이 아닌, 어른들에게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알려줄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봅니다.

부디 작가가 끝까지 다 완결시켜 많은 사람들이 역사에 대해 좀 더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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