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딩 - 그곳에 회색고래가 있다
도린 커닝햄 지음, 조은아 옮김 / 멀리깊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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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 내게 고통을 주는 기억들을 멀리 하고 싶을 때, 시공간적으로 내가 아는 모든 것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있을 필요가 있다.


✅ BBC전문기자였던 그녀는 싱글맘으로서 두살배기 아이와 함께 회색고래를 보러 떠난다. 은행에 실직 사실을 숨기고 대출을 받아서!


✅ 대출은 그렇다 치고, 겨우 두살배기 아이를 데리고 고래를 보러 간다니?
아이 식사, 낮잠시간, 기저귀에 장난감에, 아이의 칭얼거림을 다 혼자 짊어지고 고래를 보러갔다고?
무엇이 그녀를 움직이게 했을까?


✅ 그녀는 남편없이 뱃 속의 아이를 낳았다.
나는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 밀려오는 두려움이 뭔지 너무나 잘 알기에, 그녀가 아이를 낳을 때 느꼈을 감정의 일부분을 공감했다.

힘을 주어 뱃 속의 아이를 낳는다는 것.
규칙적이고 극심한 진통과 함께 오롯이 내 힘으로만 생명을 세상에 내놓아야하는 무거운 책임감.

포기할 수 없는 엄청난 고통.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절실한 마음.

작가는 그 순간 고래를 생각했다고 한다.
남편과 친정이 아니라.


✅ 작가가 보러 간 ‘회색고래’는 상업적으로 가치가 낮다고 한다.
향유기름도, 코르셋용으로도 다른 종보다 가치가 낮다고 한다.
그러나 회색고래는 작가에게 영감을 주었고 위로를 주었다.
우리는 이렇게 자연으로부터 순수한 위로를 얻을 수 있다.


✅ 아들 맥스와 고래가 교류를 하는 것을 바라보는 그때의 감정이 어땠을까?
나를 위로해주던, 내 마음속에 있던 고래.
마치 나와 아들같은 어미고래와 새끼고래를 보았을 때.
‘너도 이 넓은 바다에서 해마다 달라지는 기후변화 속에서도 잘 살아가고 있구나’ 했을까?


✅ 오호츠크해 서부에서 소규모의 범고래 무리가 청소년 고래를 공격하여 늑골을 으스러뜨리고 너머지는 탈출을 저지하는 장면이 찍혔다고 한다.
고래들 사이에서도 인간들의 조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따돌림, 복수, 응징, 괴롭힘이 있는 것일까?
지성생명체는 어느 종이나 이런일 들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걸까?


✅ 누구보다 기대고 싶었을 엄마에게 기대지 못하고 은근한 불만이 쌓여갈 때.
깨질 듯 말 듯, 닿을 듯 닿지 못하는 그런 관계에서 엄마에게 “(집에 있는) 예쁜 건 전부 네가 가져온 것들이더라” 라는 말을 들은 작가는 쌓여 있던 엄마에 대한 원망이 고요히 풀렸을 것이다.

이 말은 엄마가 작가에게 보낸 늦은 고백이었고, 인정이었고, 딸에게 주는 조용한 사랑일 것이다.


✅ 이 책은 고래를 보러 떠난 한 여자의 이야기지만, 그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 고통, 내 두려움, 내 외로움이 겹쳐진다.
그리고 알게 된다.
삶을 견디는 법을 가르쳐주는 건, 가끔은 자연일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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