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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호란, 홍타이지의 전쟁
구범진 지음 / 까치 / 2019년 2월
평점 :
책을 보고 병자호란은 세부로 들어갈수록 밝혀지지 않은 내용들이 많다고 다시 느끼게 되었다.
역사가에게 사료를 정확히 읽어내는 일의 중요함도 이처럼 새롭게 다가온다. 특히 만주어까지 해독하여 청실록을 다시 읽어내고서야 전모가 들어날 정도니까 말이다.
한국사 분야이므로 기존의 한국사 연구들이 많이 인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의 서평자(계승범, 허태구, 노영구 등)들도 사실 해석이나 자신의 관점을 가지고 평하지 어
던 다른 사료를 보태거나 이미 패한 전쟁이라는 명확한 결론에는 아무런 다른 의견들이 없어 보인다. 결국 마마(천연두)가 두려워 홍타이지가 일찍 끝낸 전쟁이라는 주장까지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학계에서 임경업은 설화로나 다루지 장군으로서의 역할엔 별로 주목하지 않는 것 같다.
저자도 임경업이 7천 군사를 이끌고 백마산성에 들어가 "꿈쩍도 하지 않았"(125쪽)다고 썼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임경업은 이순신 장군처럼 정조 대에 문집이 다시 평가 정리된 장군이다. <임충민공실기>에 의하면 임경업은 최초로 청군의 압록강 도강을 보고만 한 것이 아니라, 유림에게 장계를 올려 직도하는 청군의 후방인 심양을 치도록 군사를 내달라고 졸랐지만 허락되지 않았다. 그런데 병자년이 가기 전에 홍타이지는 후로가 걱정되어 요퇴(책 중의 '요토'는 아닌듯하나 거론이 없었음)에게 300을 주어 되돌아가도록 하였는데, 이들 군사를 압록강에서 참살하고 피로인 등을 구한 일이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이런 임경업의 거조가 미리 직도하는 청군의 배후를 공격하여 교란하려는 그의 술수('詭計')에 의한 것이었다는 것이 정온의 <동계집>(연보)에도 나온다. 이제까지의 병자호란을 다룬 책들에서는 임경업의 이런 전술을 제대로 평가한 책이 없었던 것 같다. 요퇴가 후방을 살피지 못한 상황에서 홍타이지가 남한산성에서 마냥 시일을 허비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임경업의 백마산성 군사가 설사 전황에 직접적으로 큰 변수가 된 것은 아니었다고 하여도 청태종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한 요인은 충분히 되었을 것이라는 판단도 가능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