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과 망원 사이 - 1인 생활자의 기쁨과 잡음
유이영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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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란 무엇일까, 자취는 미완의 성인을 뜻하는 게 아닐까 하는 물음을 던지는 1인 생활자의 이야기


초반에 풀어내던 본인의 이야기와 동네 친구들을 만들던 이야기, 그랜드 프렌마 얘기 까지의 흐름과 내용이 좋았다.


끝까지 즐겁게 읽었지만 뒷 부분의 구성이나 흐름엔 아쉬움이 남았다.

사택 살면 1년간 저축하는 돈도 더 많겠죠 (...) 하지만 내 공간에 사람들을 부르고 지금 같은 커뮤니티를 꾸리는 일이 잠정적 비혼 생활을 위한 자산을 마련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 거실을 살롱으로 내놓으려면 아무래도 내 공간이 필요하겠더라고요. - P32

꼭 모든 걸 다 공개할 필요도 없어요. 6년 전 이 집을 구할 때도 룸메랑 각자 공간이 구분돼 있는 점이 좋았거든요. 거실은 공유하되 서로의 생활은 분리하는 거죠. (...) 제일 먼저 거실에 6인용 테이블을 들이고 위에 조명도 직접 달았어요. (...) 거실 딸린 집을 구하는 건 건강한 라이프를 위한 투자인 셈이죠. - P33

그랜드 프렌마들은 구태여 자신이 깨달은 인생 꿀팁을 말하지 않고도 자신의 일상으로써 이를 전하고 있다. - P43

글쓰기 모임은 또 다른 한강이었다. 한강 가서 마음 풀어놓고 오듯이 글 쓰고 멤버들 앞에서 읽고 나면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 힘으로 또 일주일을 살아냈다. 뛰지 못하는 겨울날 한강 가는 대신 문장 안에서 팔짝거렸다. - P54

상식의 기준이 본인에게 있는 인간이 제일 무서움을 절감했다. 저따위 인간에게 법이 무슨 소용일 것이며... - P62

(...) 빨래방의 웅웅거리는 세탁기 소리가 묘한 안정감을 준다. - P69

성인의 취미란 모름지기 칭찬 받기 위한 여정이 아닌가 싶다. 나이 먹을 수록 성취감을 느낄만한 기회가 적다. - P74

누가 돈 주는 일도 아니고 안 하면 그만인데 다들 이렇게 열성인 이유가 뭘까. 아무 보상도 없을 일을 자발적으로 하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다만 하나는 확실했다. 그 힘이 의무적이고 일상적인 평일들을 굴러가게 한다는 사실 말이다. - P127

보물선에서 빠져나오는데 계단에서 이런 문구를 발견했다. ‘요즘 시대에 잡지를 좋아하는 건 촌스러운 일이잖아요.‘ 나도 압니다. 아무렴 좋은 걸 어떡해요. - P143

인생도처유덕후! 세상 곳곳에 덕후가 있다. - P142

눈길 닿는 곳마다 덕후가 있었다. (...) 심취한 덕후를 구경하는 것 만큼 행복한 일이 없다. - P141

가게가 사라졌을 때 손님의 허탈감보다 단골의 발길이 끊겼을 때 사장의 근심이 더 크고 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사 가기 전에 (...) 인사라도 드리고 싶은데 그 범위를 어디까지 해야할지 고민이다. - P184

<초인종 이웃>
고 안치범 님(...) 어떤 결정적 순간에 탁월한 면모를 보이는 사람들. 훗날 주변인의 증언에 따르면 평범했다고들 한다. 그런데 왜 그들은 평범하지 않은 선택을 하는가. (...) 그런 내면은 일상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다. (...) 특수한 상황에서야 그들의 의로움이 세상에 알려진다. 그들은 이미 자신의 소중한 무언가를 잃은 후이다. (...) 남의 생명을 빼앗으려 했던 자는 여전히 염치가 없고, 남의 생명을 지키려고 한 자는 이제 세상에 없다.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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