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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의 섹슈얼리티 - 내 몸 내 마음 내 감정에 관한 소녀들의 성 상담
이수지.노하연 지음 / 한언출판사 / 2022년 9월
평점 :
와 일단 디자인에 너무너무 박수를 쳐주고 싶다. 내 기준 예쁜 책디자인 10위 안에 드는 것 같다. 이런 요소가 또 독서의 재미와 동기에 큰 영향을 준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보고 있는 행위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움을 주니까. 다른 책을 제쳐두고 이 책에 가장 먼저 손이 가는 것이다.
이 책은 다양한 영역에서 성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두 명의 상담심리 전공자들이 썼다. 기존에 『부모의 첫 성교육』이라는 첫 책을 공저로 써낸 것 같다. "만약 언니가 성교육을 해 준다면 뭘 물어볼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어떤 걸 궁금해할지 여러 질문을 적어놓고 직접 여자 청소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여자 청소년은 성적 대상으로 소비되면서도 정작 성에 대해 언급하는 주체가 되어선 안 된다는 사회의 금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신선하고도 공감이 갔다. 이 책을 읽고 성에 대해 당장 어떤 행동을 취하거나 지식이 늘어나길 바라는 것도 아니고 다만 '좀 더 편하게 느끼기를', '두렵고 조심해야 할 것이라기보다 삶의 일부이자 주체적이고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것'임을 알길 바란다는 말이 참 좋았다. 가치편향적이지도 설득적이지도 않다. 외모에 관해 고민하는 여자 청소년들에게 그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예뻐질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라 '그런 고민이 너 자신으로부터 나온 게 아닐 수도 있어'라고 말해준다. 그러니 이 책은 성에 대한 지식을 전달함과 동시에, 좀 더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도록 도와주고, '그럼 그 고민이 어디에서 왔다는 거야?'하고 사회와 문화, 철학에 눈을 돌릴 수 있게 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월경부터 피임, 데이트폭력, 스킨십의 진도, 성평등까지, 성에 관한 모든 질문을 '던질 수 있음'을 장려하는 역할을 할 것 같다. '묻지 마, 그것에 대해 말하지 마, 쉬쉬해, 감춰!'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곤란한 상황, 어려운 문제에 대해 이야기 꺼내고 언니에게 선배에게 물을 수 있게 되는 것만으로도 한결 나아지지 않을까 한다. '무엇이' 나아질지에 대한 주어는 좀 고민이 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