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게걸스러운 남독의 버릇에 숨은 동기가 있었다면 그것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 하나는 피난이고 다른 하나는 은밀한 수련이다.
피난, 동기는 금방 짐작할 수 있는대로 가난과 외로움과 적대감의 그 화해할 수 없는 치욕의 세계로부터 되도록 멀리 달아나 몸을 감추고자하는 심리상태를 이른다.
수련, 동기는 피난의 공격적인 측면이다. 되도록 멀리 달아나 몸을 숨기되 언젠가 도망 온 곳으로 되돌아가는 경우를 상정하고 그 때 보복하기 위해 은밀하게 무기를 다듬고 무예를 익히려는 마음가짐이다.
그러나 진지하지 않은 책 읽기를 수련의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은 내가 생각하기에는 난센스다.그것이 수련이 되기 위해서는 진지한 책읽기여야한다.
진지성이 결여된 책읽기는 무기를 다듬는 대신 비생산적인 울분만을 키울뿐이며 무예를 익히는 대신 부질없는 적대감만 부글부글 끓게 만들 뿐이다. p.118

거기다 말들은 또 얼마나 불완전한가. 이 말을 붙잡으면 저 말이 실해 보이고, 그래서 저 말이 낫겠다 싶어 그걸 내보내려고 하면 또 다른 말이 고개를 불쑥 쳐드는 식이었다. 궁리를 하면 할수록 이것도 저것도 적절하지 않아 보였다. 완벽한 말을 얻으려는 욕심은 결국 아무 말도 선택하지 못하게 했다. 말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말을 하는 순간 진실은 탈락 되고 마는 것을. 나중에는 그런 지경에까지 빠지고 말았다. p.165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진실이지 전체가 아니다.
크든 작든 모든 역사는 의미와 진실에 대한 기록이지,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한 사실적인 기록이 아니다. 입장과 세계관에 따른 선택과 배제, 굴절과 왜곡의 과정을 우리는 해석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말한다. 역사는 결국 해석이다. 우리는 그 진실을 안다. p.196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랑처럼 수월한 것은 없다거나 사랑은 자연발생적인 것이므로 따로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따위의 안이한 생각에 빠져있다. 사랑에 실패한 사람은 많지만 사랑에 대한 자신의 능력부족이 실패의 원인이라고 인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랑을 유쾌한 감정놀음이나 우연한 몰입쯤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사랑을 그렇게 이해하는 한 배우려하지 않을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은 틀란 생각이다. 사랑에도 기술이 았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술들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면 사랑이야말로 그래야 할 것이다. p.2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