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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ㅣ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1
아니 에르노 지음, 김선희 옮김 / 열림원 / 2021년 7월
평점 :
작가의 어머니는 교통사고를 당한 후 완쾌되었으나 두해가 지나자 기억상실증과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혼자 사실수 없어 작가의 집으로 모셔온 어머니는 기억력 감퇴가 더 심해졌는데 의사는 치매를 의심했다.
어머니가 혼자사시던 1983년부터 퐁투아즈 병원 노인병리학과에 입원한 후 돌아가신 86년까지의 작가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작가는 어머니가 했던 이야기를 또하고 반복된 행동을 계속하며 과자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며
어릴적 자신에게 따뜻하고 다정했던, 때로는 엄하기도 했던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린다.
병원에 어머니를 혼자 두고 돌아올때나, 일주일에 한번, 한달에 한번씩 어머니를 찾아올때 자신을 반기는 모습을 볼때마다 죄책감을 느낀다.
어머니의 주름진 피부, 헝크러진 머리, 구부정한 허리, 기저귀를 한 모습을 보며 미래의 자신을 떠올리기도 한다.
처음 어머니의 이상행동을 볼때의 충격이 점점 한해 두해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는 것이 소름이 끼친다.
“어머니가 나의 어린 딸이 된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어머니가 될 수는 없다.”
책의 맨 첫장에 써있는 이 말이 치매부모를 둔 자식들의 마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물리치료사로서 요양병원에 근무한지는 삼년이 조금 넘었다.
치매를 앓고 계신 어르신들은 처음에는 최근의 일이나 사소한 일을 잊는 것으로 시작하다가 나중에는 자식이나 형제를 못알아보기도 하고, 시간 날짜 장소는 물론 방금 밥을 먹었다는 것도 잊어서 또 밥을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더 심해지시면 먹는 것을 잊기도 하는데 그때는 스스로 먹기도 힘들어서 보호자나 간병인이 먹여주어야한다.
물리치료를 받으러 오는
분들중에도 식사시간이 지난후에 식사를 하셨냐고 물으면
간병사가 밥을 주지 않았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런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러려니 한다.
처음에는 진짜 간병사가 주지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어르신들이 기억이 나지 않은것일뿐.
치료가 다 끝나서 병실로 돌아가야하는 분들도 가만히 침대에 앉아만 있는 분들도 계신다.
다음 행동을 뭘 해야하는지 모르는 분들이다.
이땐 이런 어르신들이 작가가 라파이에트 화랑에서 본, 혼자서 중얼거리는
여자의 눈빛, 어머니의 눈에서 보았던 그 눈빛, 청회색 눈빛을 띤다.
텅비어있는 눈빛.
훗날 우리 부모님들이, 또는 내가, 알츠하이머에 걸리면 어떻게 될까 하고 생각할때가 있다.
특히 이곳에서 일하면서 더 많이 생각을 한다.
누구에게도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지금도 우리 가까이의 가족들에게 있는 일이기에.
다른 일, 남의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책을 읽으며 작가의 마음.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느꼈을 복잡했던 수많은 감정들을 하나하나 공감해본다.
<서평단활동으로 책을 무상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