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숍
레이철 조이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레이철 조이스의 장편 소설 『뮤직숍』. 그리움의 끝을 잡고 있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


책 『뮤직숍』은 프랭크의 삶 속에 함께 녹아들었던 따뜻했던 사람들과 아름다운 음악이 어우러진 그와 그들의 삶에 대한 긴 이야기이다.

책은 두 개의 시간이 교차되어 쓰여 있다. 보통의 엄마와는 조금 다른 엄마 페그와 프랭크가 함께 한 바닷가 하얀 집에서의 유년시절의 이야기.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프랭크가 다시 삶을 꾸려나가던 오래된 거리 유니티스트리트에서의 이야기. 이 두 이야기가 서로 교차하며 나오는데,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흘러가 재미있게 읽었다.



베토벤

《월광 소나타》

"

"《월광 소나타》에 대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게 있는데 달과는 전혀 관련 없는 곡이라는 거야." (중략)

"사실 제목은 베토벤이 아니라 어느 음악평론가가 붙였어. 베토벤의 소나타를 들은 음악평론가가 말하길 "호수에 잠긴 달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어요."라고 했어. 왜 그런 비유를 했을까? 아마도 그 빌어먹을 평론가의 집이 호수 근처에 있었기 때문일 거야. 그 이후로 제목이 붙게 된 경위와 상관없이 누구나 월광소나타를 들을 때면 호수에 달빛을 떠올리게 되었지."

뮤직숍 185p



어린 시절 엄마로부터 들었던 수많은 음악에 대한 이야기들은 성인이 된 프랭크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해진다. 음악을 매개로 이어지는 그들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 덕분에 그동안 잘 몰랐던 음악에 대한 배경지식도 얻게 되었다.

또 이 이야기 속에는 유니티스트리트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이들과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의문의 여인 '일사 브로우크만'의 삶도 담겨 있다. 그리고 프랭크와 일사의 러브스토리까지. 이 모든 이야기의 바탕에 음악이 있다. 이야기를 따라가며 음악을 찾아 듣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주인공 프랭크는 오랜 된 거리에서 엘피만 취급하는 음반 가게의 주인이다. 그는 이곳에서 음악을 통해 사람들과 진심으로 소통하며 삶을 꾸려 나간다. 엘피가 시디로 바뀌는 과도기임에도 자신의 소신을 잃지 않고 꿋꿋이 가게를 운영해 나가는 프랭크. 그의 그런 뚝심은 그가 이 오래된 거리 유니티스트리트에 처음 왔을 때의 모습에서 잘 드러난다.

"

프랭크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처럼 밝게 웃은 게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그는 더 생각해 볼 것도 없이 곧장 부동산 중개소를 찾아갔다. (중략) "이 가게가 마음에 들어요." 프랭크가 벽을 톡톡 두드려보며 말을 이었다.

"책정된 가격을 다 드리죠."

"한 푼도 깎지 않겠다고요?"

"마음에 드는 가게니까요."

뮤직숍 34p



그는 어머니의 죽음 뒤 우연히 들르게 된 이 낡고 오래된 허름한 거리의 풍경에 매료되어 그곳에 정착했다. 부동산 중개업자도 점점 쇠락해 가는 거리에 정착하려는 프랭크에게 괜찮겠냐고 물어볼 정도의 거리. 하지만 그는 "제가 괜찮다는데 왜 자꾸 이러십니까?"라고 되물으며 가게를 계약하고, 음반 가게를 오픈한다. 오직 엘피판만 판매하는 뮤직숍!!



프랭크의 뮤직숍은 오직 엘피판만을 취급한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CD가 유행하면서, 엘피판을 찾는 손님은 줄어들고, 음반사는 CD 판매를 강요하지만, 그는 굽히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가게를 운영해 나간다. 그가 그렇게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그의 천부적인 재능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아레사 프랭클린

《오 노 낫 마이 베이비(oh No Not My Baby)》

"

프랭크는 마침내 중년 남자에게 권할 음악이 뭔지 떠올랐고, 카운터 뒤로 걸어가 음반을 꺼내들었다. 프랭크가 턴테이블로 걸어가며 "이 음반의 B면 다섯 번째 곡이 마음에 들 겁니다. 바로 손님이 찾던 곡이니까요."

뮤직숍 19p



프랭크는 누군가가 원하는 음악, 누군가에게 필요한 음악을 찾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 상대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듣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음악을 추천하는 그의 재능은 자신에게는 크나큰 즐거움이고, 누군가에게는 기쁨이자 치유였다. 프랭크는 음악이 필요한 이들에게 자신은 언제나 그곳에 있으니 필요할 때면 주저하지 말고 들르라고 한다. 언제나 그곳에 있다. 그 말이 참 좋았다. 힘이 들 때면 찾아가 안식을 얻을 수 있는 곳이 항상 그곳에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자 위안일 것 같다. 거기에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딱 그 음악이 함께라면 더없이 좋겠지?!

비틀스

《도와줘! (Help!) 》

"

"그날 난 자네가 보여준 친절에 깊은 감명을 받았어. 다들 알다시피 그때만 해도 난 매일이다시피 술독에 빠져 지냈지. 그날 음반 가게를 처음 방문했는데 자네는 내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나더니 재즈 음반을 찾아주었어. 자네 덕분에 오랫동안 잊고 지낸 재즈를 다시 들을 수 있게 되었지. 재즈를 들으면서 많은 위안을 받았어. 일사도 뭐가 대단한 걸 바라지는 않을 거야. 자네가 들려주는 음악 이야기면 충분해. 깊이 고민할 필요 없이 자네가 그날 나에게 그랬듯이 진심을 보여주면 돼."

뮤직숍 170p



프랭크는 노래를 통해 많은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 주었다. 그 덕분이었을까, 그가 도움이 필요할 때 그의 곁에서 그를 지켜주려는 사람들도 많았다. 물론 커다란 시련으로 큰 고통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의 인생에는 그를 응원하고 사랑하는 많은 사람이 있기에 충분히 행복한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랭크의 이러한 재능은 '일반적인 엄마'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그의 엄마 페그 덕분이다. 그의 엄마는 언제나 선글라스를 쓰고 생활하고, 냉동식품으로 식사를 해결하며, 프랭크가 주워온 조가비를 문밖으로 던져 버리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프랭크와 함께 엘피판으로 음악을 들으며 수많은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다. 그 덕분에 프랭크는 크나큰 재능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 다른 엄마로 인한 그의 유년의 아픔과 쓸쓸함은 그의 삶과 사랑을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만약 프랭크가 '일반적인 엄마'를 만났다면 어땠을까? 선택이 가능하다면 그는 어떤 엄마를 선택했을까? 그랬다면 그의 사랑은 좀 더 쉬웠을까? 궁금궁금. 이해되지 않는 그녀의 엄마로서의 행동이 분명 있기는 하지만, 그녀는 그녀 나름의 방식으로 프랭크를 사랑한 것이겠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할 테니까.

디온 위윅

《작은 기도를 올린다(I Say a Little Prayer)》

(1967년 디온 위윅이 처음 발표, 아레사 프랭클린이 1968년 불러 더욱 유명해짐)

"

지금 이대로가 좋아. 이대로 죽어도 좋아.

사랑이란 많은 위험과 고난이 도사리고 있는 여정이지. 때론 사랑의 여정은 원하는 곳이 아닌 길에서 끝날 수도 있어.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있었던 시간이 허망하게 멀어져 가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허비한 시간보다는 훨씬 가치 있는 거야.

뮤직숍 248p



고난 속에서 갈등하던 종교 선물가게를 운영하는 앤서니 신부가 이런 말을 했다. 그의 말이 너무 와닿았다. 삶도 사랑도 모두 마찬가지지 않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허망하게 허비하는 것보다, 힘들고 어려워도 무엇이라도 하는 것이 분명 더 가치 있을 것이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자. 고난이 있을지라도. 그 끝을 놓지 않고 잡고 있다면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이다. 삶도 사랑도. 다만 프랭크와 일사의 사랑처럼 너무 많이 돌아가지는 않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