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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히말라야는 왜 가?
백운희 지음 / 책구름 / 2020년 11월
평점 :
코로나 덕분인지 때문인지 더없이 책 읽기 좋은 12월. 독서일기를 쓰며 이런저런 책을 읽었고, 기억에 남는 책들이 많다. 근데, 그중 이 책 『엄마, 히말라야는 왜가?』는 특히 두고두고 마음에 남는 책일 것 같다. 이 책을 보면서 몇 번을 울었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이 책이 신파는 아니다. 오히려 엄청 현실적이고, 담담하다. 이 책은 히말라야 트레킹을 한 저자의 여행기이다. 히말라야 등반의 계획부터 실행과 여정, 그 후까지 나열된 시간 속에서 저자가 바라본 히말라야의 모습과 대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두려움, 등반의 고통 등이 고스란히 적혀 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여정 속에 기혼 유자녀 여성, 경단녀, 시민활동가 등으로서 살아가며 만난 현실에 수많은 문제를 녹여 함께 이야기 하고 있다. 덕분에 너무 무겁지 않지만, 진지하게 여러 가지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된 것 같다.
이런 여러 가지 이야기 중에서도 특히 내 마음을 울린 건 바로 육아 속에서 느낀 저자의 감정과 생각에 관한 것이다. 저자도 나와 같은 엄마의 시간을 겪었을 것 같아 글귀 하나하나에 더 이입하고 공감했던 것일까? 겪어보지 않고는 모를 말들이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 것 같다. 즐겁지만 불안하고, 함께지만 외롭고, 모든 일을 해내지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엄마로서의 하루하루, 그 안에서 점점 희미해지는 '나' 자신에 대한 두려움. 저자도 나와 같은 느낌이었구나를 느끼는 순간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눈물이 터져 나온 것이겠지. 이런 두려움 속에서 저자는 자신의 가치 증명을 위해 글쓰기를 통해 기록했고,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해 여행을 계획하고, 많은 흔듦이 있었지만 실행했다. 부럽다. 나도 나름의 무엇인가를 하고 싶은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아주 오랜만에 마음속 울림, 그건 아마도 저자의 바람이 나에게 와닿았기 때문 아닐까 싶다.
육아(育兒)와 육아(育我). 아이와 함께 나 역시 성장할 계기가 필요했다. 자신을 살피는 마음과 타인(아이)을 살피는 마음 사이에서 적절히 균형을 찾아야 했다. 그래야 과도한 자기중심성과 각박적인 보살핌 두 극단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포함한 나를 둘러싼 환경과 적당한 심리적, 물리적 거리가 절실했다.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 전이 적기였다. 혼자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 P16
"애나 잘 키워라."
"애만 키워서는 안 된다."
애나 잘 키우면서 애만 키우면 안 되는 일이 가능하기나 하단 말인가. 엄마에게 들이미는 사회의 잣대는 가혹하고 이중적이었다. 엄마 외의 정체성을 내세울라치면 엄마 자격이 없는 것으로 취급하며 비난을 쏟아냈다. 일로 만나는 이들마저 대화의 물꼬를 아이와 육아로 시작했다. 마치 그것이 예의라고 대동단결한 듯했다. 그러다 보면 어김없이 "아이는 누가 키우나?", "둘째는 언제 낳을 거냐?", "저출산이 참 문제다."로 이어지는 익숙한 참견과 훈계가 꽂혀왔다. - P143
성과로 측정되지 않는 육아와 가사의 ‘그림자 노동‘을 이어가며 ‘이러다가 어느 순간 나를 잃어버릴까‘ 두려웠다. 세상과 나를 이어주던 매개가 사라진 것만 같았다. 자아의 해상도가 지극히 낮았던 나라는 사람이 인정 투쟁을 이어가던 나날들 속에 가치를 증명하는 일은 글쓰기를 통한 기록이었다. 종이신문 기자로 밥벌이를 위해 직업적 글쓰기를 이어갔던 과거보다도 절박했다. (중략) 나는 비경제활동인구 통계 속 숫자로만 존재하는 듯했다.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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