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가 힘들 때 그림책에게 배웁니다 - 힘든 육아 감정과 고민을 해결해 준 그림책 이야기, 2021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김주현 지음 / 글담출판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호야와 찌우를 욕조에 넣어 주고 화장실 문간에 앉아서 책을 들었다. 정신없는 하루 중 잠깐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시간, 아이들이 물놀이하며 노는 이 시간. 아이들을 들여다보며 잠깐씩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있기에 나도 이 시간이 좋다. 근데 오늘은 특히 더 좋았다. 집어 든 책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여는 글부터 나의 마음을 흔들어 버렸다. 어떤 책인가 훑어보려고 들었는데 그대로 몇 페이지를 읽어 나갔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이는 신기하고 놀라운 세상이었습니다. 내 체력이 방전되어도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를 가진 아이와 살아가는 일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일과 같았습니다. 신기하고 놀랍고, 눈물 날 듯 감격스럽다가도 부르르 주체할 수 없는 화로 끓어오르며 나도 몰랐던 내 인격의 밑바닥을 마주하기도 하고, 우울과 불안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기도 했습니다. 처음 살아보는 육아의 시간은 어려웠습니다.  육아가 힘들 때 그림책에게 배웁니다 4p


원래 감정이 풍부한 거 인정. 아이들을 키우며 더 풍부해진 거도 인정. 근데 이렇게 첫 페이지부터 내 마음을 요동치게 만들다니, 이 책 너무 좋잖아?!! 육아의 시간 속에 서 있는 나의 모습을 보고 쓰셨나 싶을 정도로 딱 내 마음이었다. 지금 나와 같은 시간을 보내는 대부분의 엄마들도 그러하겠지.

이 책은 조금 독특하다. 그림책이 여러 권 소개되어 있는데, 아이를 위한 것이기보다는 엄마를 위해 그림책을 소개하고 있다. 행복하지만 힘든 육아의 시간 속에서 작가가 그림책을 통해 얻은 용기와 지혜를 본인에 이야기와 함께 육아 중인 엄마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일명 '그림책 처방전'이 들어있다. 육아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그림책은 어린이 책이라고만 여겼었다. 그래서 읽지도 않았고, 읽을 기회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아이들과 함께 매일 그림책을 읽으며 책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또 위안을 받았고, 마음 뜨끔한 충고도 받았다. 작가도 그랬나 보다.

이 책은 지식을 주는 육아서는 아니다. 마음을 만져주는 책인 것 같다. 처음 살아보는 육아의 시간 속에서 처음 느껴보는 희한하고 이상한 감정에서 벗어나는 법을 그림책과 함께 들려준다. 또 아이를 키우면서 빠지는 여러 가지 고민과 유혹에서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이야기가 너무 와닿았는지 보면서 울고 웃고, 감정이 널을 뛰었다. 그리고는 따뜻해졌다. 위안을 받았나 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때 배운 것이라면 세상에 누구나 하는 것, 누구나 하므로 나도 해야 하는 것이란 없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걱정과 관심, 애정이라는 좋은 의도를 가졌을지라도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는 질문은 남에게 함부로 들이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육아가 힘들 때 그림책에게 배웁니다 16p


결혼 후 늦은 임신으로 작자는 주위 사람이 그렇게 자신을 위해 주는 줄 처음 알았다고 한다. 이건 겪어본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아마도 그들은 악의 없이 던진 한마디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을 받는 사람에게는 분명 유쾌하지 않을 수 있다. 유쾌는커녕 상처 일수 있다. 세상에 모든 일은 다 내 맘 같지 않다. 나의 호의가 타인에게는 상처 일수 있다. 나도 힘든 임신 기간을 보냈기에 누구보다 이 말에 동의한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비슷한 경험을 했을지라도 내가 아니면 누구도 오롯이 그 마음을 알 수 없다. 그래서 조심해야 한다. 말 한마디 한마디를. 작가의 말처럼 남에게 함부로 들이대지 말자!!



하는 것 없이 바쁜, 그러나 또 무지하게 할 것 많은 날들. 밥 먹이고, 치우고, 설거지하고, 빨래를 돌리고, 청소도 합니다. 별것도 아닌 이런 일상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가쁩니다. 아기는 까무러치게 이쁘고, 육아는 까무러치게 힘듭니다.  육아가 힘들 때 그림책에게 배웁니다 45p


이러한 시간의 반복은 행복을 점점 아래로 끌어내린다. 그리고 그 빈 공간은 공허하고, 슬프고, 힘들다. 물론 계속 그렇지는 않다. 즐거운데 힘든, 행복한데 우울한 뭐 이런 느낌. 너무 다른 여러 가지 감정이 동시에 나타나는 느낌. 그야말로 대 혼 란.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희미해지다 못해 투명해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아마도 그때 내 자존감이 바닥을 기고 있었지 않았을까 싶다. 그때의 내가 딱 이글 같았고, 아마 대부분의 엄마들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까무러치게 힘들고 알아주는 이 하나 없는 시시해 보이는 이 시간도 언젠가는 그림책 <강아지 똥>의 주인공처럼 노오란 민들레로 환히 피어날 것이라 믿는다. 내가 나 자신을 잃지 않는다면 말이다. ‘나의 시시한 시간들은 그래서 시시할 수 없습니다. 아이가 눈부시게 영글어 가는 시간이니까요.’  작가의 말처럼 그저 시시할 수는 없다. 옳소!!

아이가 자라면서 대화가 자꾸 어긋나게 되는 것은 부모의 틀과 한계 속에 아이를 자꾸 밀어 넣으려 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엄마인 나도 내가 경험한 세상만 알뿐입니다. 그 경험이 좁으면 좁을수록 더 쉽게 단정 짓고 평가하며 편협한 시야와 잣대를 아이에게 들이밀게 됩니다. ---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부모가 살아갈 세상과는 다를 텐데 말입니다. 육아가 힘들 때 그림책에게 배웁니다 143p


경험은 우리의 지혜를 넓혀 주었지만, 시아를 좁게 하기도 한다. 무엇을 보는지는 경험에서 나오고, 한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항상 배워야 한다.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우리는 아직 경험해 보지 못했고, 분명 지금과는 매우 다를 것이니까. 작가는 책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내 삶의 자세를 결정한다고 했다. 내가 정한 틀에 아이를 밀어 넣고 잘 되길 바라면 안 된다. 내가 아이의 넓고 무한한 시선을 따라가야 한다. 그림책 <그리는 대로>의 아이들이 그린 하늘처럼 하늘은 단지 '하늘색'이 아니다. 진정 내 아이가 자유롭고, 넓고, 깊은 시선으로 무한한 삶을 살길 원한다면 아이들의 시선과 속도를 따라가는 방법을 배워보자. 할 일 하나 추가요!! 








아이들은 부모의 자세를 모방하고 배웁니다. 스스로를 제한하고 한계를 긋는 모습까지도 말이죠. 불필요하게 조심하고, 제한하지는 않는지, 불필요하게 겁먹게 하고, 불필요하게 금지하는 것들은 없는지, 놀이터에 가면 자주 생각하게 되는 물음들입니다. 육아가 힘들 때 그림책에게 배웁니다 161p


아이를 키우며 진짜 많이 하게 되는 말 '안돼', '하지 마', '조심' .이런 단어는 아이의 행동에 제한을 둔다.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오늘도 순간순간 튀어나오는 금지어들. 이러면 안 되는데,,, 노력하자. 계속 이러다가는 내가 내 아이를 그림책 <뛰어라 메뚜기>에 나오는 메뚜기처럼 만들어 버릴지도 모른다. 궁지에 몰려 뛰어오르기 전까지 자신에게 날개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던 메뚜기처럼 내 아이가 지레 겁먹어 좁은 세상에서 살게 할 수는 없다. 평생 스스로의 날개를 펴볼, 아니 있는지조차 모르게 만들 수는 없다. 아이도 나도. 나의 한계를 미리 선 긋지 않고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조금씩 조금씩 조심스러움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해 보자!! 정말 그동안 너무 조심하며 살았다.



연습 없이 물속에 던져진 채 수영을 배우고 있는 꼴이죠. 죽기 살기로 쉬지 않고 팔다리를 허우적대며 전혀 우아하지 않은 모습으로 엄마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엄마라도 괜찮겠니?”라고 물어가며 버티다 보니 아이는 자라갑니다. 여전히 개헤엄 치는 엄마지만, 이제는 생존에 위협을 받을 만큼 물이 무섭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팔다리를 허우적대는 우아하지 못한 모습이지만, 던져진 물속에서 아이와 즐겁게 물놀이도 할 줄 아는 엄마가 되었습니다. 육아가 힘들 때 그림책에게 배웁니다 230p



오늘도 나는 우아하지 못한 모습으로 감정의 대혼란을 겪으며 육아의 시간을 보냈다. '어, 쉬어'하고 전화를 끊는 남편의 한마디에 상처받고, 밥 안 먹는 아이를 보며 자책한다. 하지만 아이의 뽀뽀에 행복하고, 아이의 함박웃음에 즐거웠다. 작가의 말처럼 나는 오늘도 내일도 '살아가면서 배워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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