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방 - 유품정리인이 미니어처로 전하는 삶의 마지막 이야기들
고지마 미유 지음, 정문주 옮김, 가토 하지메 사진 / 더숲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리뷰를 시작하기 전 저자의 말을 빌려 하는 주의 사항. 꼭 읽어 보시고 넘어가시길 바란다. 물론 이 포스팅에는 그 미니어처 사진은 올리지 않습니다. 그래도 내용이 고독사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보니 미리 말하고 시작하는 게 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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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만든 미니어처는 아홉 점이다. 이 책에서는 그중 여덟 점을 소개한다. 내가 매일 고독사 현장에서 목격하는 방의 특징을 응축해 재현한 것이다. 아홉 점 모두 어느 특정 현장을 정해 묘사한 것이 아니며, 소개하는 사례도 고인을 특정할 수 없도록 일부 정보를 변경했다. 또 고독사 현장의 미니어처라는 특성상 이 책에는 일부 혈액과 체액을 재현한 미니어처 사진이 포함되어, 보는 이에 따라서는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미성년자나 불안감을 느낄 만한 분은 이 책을 읽을 때 충분히 주의하시기 바란다.

시간이 멈춘 방 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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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품정리인이 미니어처로 전하는 삶의 마지막 이야기들 <시간이 멈춘 방>. 스물두 살에 이 일을 시작해 올해로 5년째라고 하는 작가는 의뢰인들의 의뢰를 받고 시간이 멈춘 방에 들어가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는 일을 한다. 일, 직업. 혹자는 유품정리인이라 하겠고 또 혹자는 특수청소인 이라고도 하겠지만 나는 그들을 유품정리인으로 부르고 싶다.

유품정리회사에서 유품정리인으로 일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 사실 상상은커녕 그런 직업이 있는 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나는 예전에 다큐에서 우연히 이런 직업이 있다는 사실을 들어 알고는 있었다. 어렴풋이. 그전까지는 나도 전혀 알지 못했던 직업. 하지만 그 단 한 번의 기억은 뇌리에 깊이 새겨져 결코 잊히지 않는다.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는 일. 정말 백번 천 번을 생각해 봐도 그 누구도 쉽게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닌 것 같다. 그 생각은 이 책을 보며 더 확실해졌다.

책에서 저자는 이 직업을 고민하다 한 유품정리 회사의 ‘그저 청소만 하는 일이 아니다.’라는 문구에 지원하기로 했다고 한다. 누군가의 멈춰 버린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해주는 귀한 일. 맞다 누구도 하기 힘들 그 일(고인의 가족도 하기 힘든 일)을 하는 유품정리인들은 책의 제목처럼 누군가의 시간이 멈춘 방에서 시간이 다시 흐르게 해 주는 정말 귀한 일을 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 존경스럽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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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어처 제작을 언제까지 할 거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없어지고 미니어처를 만들지 않아도 될 만큼, 모든 이가 고독사와 자신의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세상이 되면 그만두지 않을까 싶다.
아직은 아니다.
이것이 남 일이 아닌 나의 현실이라고 모두가 인식하게 될 때까지 말이다.

시간이 멈춘 방 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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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앞에서도 말했듯 그런 현장을 재현해 만든 8점의 미니어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한다.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죽음이 있다. 그중에서도 고독사에 관한 이야기이다. 고독사, 그 단어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외롭고 슬프다. 하지만 슬프다고 해서 외면할 수만은 없는 단어다. 언택트로 가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필연적으로 고독사라는 단어를 점점 더 많이 접할 것이다. 그래서 더욱 그것을 인식해야 하고,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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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쓰레기 집의 사정 중 다수를 차지하는 예를 하나만 더 소개하고 싶다. 소중한 이의 갑작스러운 죽음이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로 인한 상실감으로 방주인이 우울증에 걸린 경우다. 가족의 사고사, 아끼던 반려동물의 죽음, 이혼, 해고,,, 이처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갑작스러운 상실이 사람을 무기력하게 한다.
여태껏 해 오던 생활이 불가능해지고, 살아갈 힘도 사라진다.
이럴 때 누군가가 옆에서 버팀목이 되어 주지 않으면 쓰레기 집으로 변하고 마는 것이다.
“난 저렇게는 안 될 거야.”
사정이 이런데도 그리 단언할 수 있을까.

시간이 멈춘 방 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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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한 해가 갈수록 드는 생각이 있다. 세상에 ‘절대’라는 것은 없다는 것! 상황은 언제나 변하고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그래서 절대라고 단언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작가의 말처럼 갑작스러운 상실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그 결과는 모두 다르게 나타난다. 쓰레기 집은 그 결과 중 하나겠지. 그런 집을 보며 사람들은 절대를 외친다. 하지만 누구도 그리되지 않으리라 결코 단언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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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을 하면서 괴로운 점은 오물도, 극심한 악취도, 벌레도 아니다. 인간의 ‘이면’이 드러나는 순간을 마주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람이 죽으면 그저 물건이 되고, 돈이 되어 버리는 걸까?

시간이 멈춘 방 8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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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적나라한 미니어처 사진을 보고 좀 충격을 받았다. 중간 부분까지는. 그런데 이 부분을 읽으며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세상에 이런 사람들이 정말 있을까 싶기도 하다. 고독사의 현장에 거의 어김없이 등장하는 일명 친구라는 사람들(때로는 일면식도 없는 정말 남, 때로는 옆집 사람 등). 그들은 무슨 마음으로 고독사라는 안타깝고 슬픈 현장에서 마저 탐욕을 드러내는 것일까?? 무엇이 그들을 그 지경으로 만들었을지 알 수는 없지만 정말 무섭고 슬픈 일이다. 고독사도, 또 일명 친구라는 사람들도.

140페이지 정도의 비교적 얇은 책이지만 내용도 미니어처 사진도 임팩트가 엄청 강하다. 비위가 약한 사람은 보기 힘들 것 같다. 나도 중간중간 보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자극적인 사진보다는 잘 다루지 않는 현실에서의 죽음. 그중에서도 고독사에 관해 현장의 경험을 통해 전하고 있다는 것에서 읽으며 많은 점을 알게 되었고 생각하게 해 주었다. 얇지만 깊이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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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는 순간, 고인의 뇌리에 스친 생각이 궁금하다.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나도 그 순간이 왔을 때 후회하지 않도록 결코 당연하지 않은 오늘을 소중히 여기며 살고 싶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리고 고독사하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는 특별한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사실을 가슴에 새기면서 하루를 잘 살아내고 싶다.

시간이 멈춘 방 1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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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결코 당연하지 않은 오늘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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