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전을 좋아한다. 음악도 고전음악, 영화도 고전영화, 옷도 고전, 건물도 고전, 문학도 고전, 예술도 고전, 음식도 고전 전통음식 등, 고전이면 다 좋다. Classic! 고전이란 예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시대를 초월하여 높이 평가되는 작품으로 복잡하고 심오한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모범적이면서도 영원성을 지닌 예술, 또는 문학 작품들을 말한다.
최근에 인문학이 떠오르고 고전의 가치가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중국 고전인 노자와 장자의 사상과 가르침이 대세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번에 나는 “장자 놀고 놀다” 라는 귀한 책을 발견하여 허기진 배를 채우듯 이 고전의 미학에 빠져 이 특식을 맛있게 먹고 먹고 또 먹고 있다.
아마도 고픈 배가 웬만큼 채워지고 나면 나는 다시 장자와 놀고 놀고 또 놀고 있으리라.
장자는 글을 쓰면서도 이미 아주 잘 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의 글은 대부분 비유와 우화로 가득차서 때로는 농담 같고, 때로는 장난 같고, 때로는 수수께기 같고,
때로는 진기한 게임에 걸려든 것 같고, 또 때로는 긴긴 미로를 지나가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장자는 이 놀이판 속에서 흔들고 비틀고 숨기고 꺽고 돌리고 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변신술도 많이 쓴다.
이 장난의 대가, 놀이의 천재, 농담의 스승을 소요유로 시작하여 대도와 나비와 포정과 무당과 거북이와 거의 다된 싸움닭도 만나고 쓸모없음으로 쓸모 있는 노거수의 교훈도 새기고, 승물이유심으로 사물을 초월하여 마음을 노닐게 하는 그 비법도 만나간다.
고맙다.
이 비틀어 꼬아 놓은 장자의 옛 이야기들을 다잡아 적어놓고,
그 아래 자신의 경험과 비밀스런 이야기보따리들을 겁 없이 풀어서 장자의 숨은 이야기들을
오늘로 데려와 쉽고도 편하게 유영 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작가의 친절한 수고가 눈물겹도록 고맙다.
그러면서도 그는 없다.
오직 자유와 놀이와 사당의 상수리나무처럼 무용지용일 뿐이다.
이제야 그가 왜 무명자인지도 알겠다.
한 사람의 수고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호사를 누린다.
고맙다. 봄꽃소식만큼이나 달큰한 고전 한편, 일독을 권하며,
본문 중에서 아직도 내 가슴에 여운으로 남아 있는 글 몇 줄을 옮겨 본다.
?노거수의 그늘은 크고도 너르다. 뭇 생명들이 그 그늘 아래로 와서 쉬고, 닦고, 논다.
노거수는 그렇게 뭇 사람들에게 ‘큰 바위 얼굴’이 되고 ‘큰 스승이 되고’ ‘큰 길’이 된다. p.252 ?
?장자는 농담의 달인이다. 그가 하는 농담은 스케일이 말도 못하게 크다. 우주적 농담을 밥 먹듯 한다.
그의 농담은 대개 우언의 형식을 빌고 있다. 잠깐 그 말의 유희에 머물렀다가 그 쓰임이 끝나면 버린다.
세상과 지도자들의 아픈 곳을 쿡쿡 찔러대지만, 슬픔과 아픔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나와 우주를 향해 큰 웃음을 날리지만, 그 속엔 인생과 우주의 깊이를 달관한 자의 치열한 삶의 고뇌가 묻어있다.
그의 농담 속에 등장하는 가지각색의 인물과 동물과 식물은 그가 마치 사람과 동물과 식물의 생태를 한 줄 남김없이 두루 꿰찬 듯 한 인상마저 준다. 그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낼 기미를 보이자마자,
우리는 미리 천국과 지옥을 탐사라도 하는 듯 쾌재를 부른다. 이것이 삶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라고 얘기한다. pp.481-482 ?
?명철하다고 하는 자는 다만 외물에 의해 부림을 받을 뿐이나, 신령스런 자는 외물에 자연스레 감응한다.
무릇 명철한 것이 신령스런 것을 이기지 못한다는 것은 오래된 진실이다. p.5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