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 대해 꼭 알아야 할 100가지 - 믿음·이해·수행·깨달음
이일야 지음 / 불광출판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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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어느 아주 더울 때 선물처럼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정신 없이 바쁘고 이게 사는건가, 나 잘 살고 있나, 왜 유월인데 벌써 덥지 라는 시덥지 않은 생각을 가지고 틈만 나면 제주도 행 비행기 티켓을 알아보던 날이 이어졌었다. 사실 책을 처음 받았을 때는 나 이제 불교 좀 잘 아는 것 같은데 그만 알아도 될 거 같은데라는 마음이 많이 들었다. 그동안 읽은 책들로 이미 자신감이 빵빵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의 형식적인 책읽기가 시작되었다. 처음 보는 작가님이지만 낯설지 않은 책의 구성 평범하다고 느꼈다. 그런데 차례가 넘어갈수록 아 이 책은 단순한 평범함이 아니구나. 비범하고 비상하구나.’

짤막짤막한 100여개의 차례 속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진심과 온 정성을 다해 꾹꾹 눌러 담은 불교에 대한 진솔함. 책을 읽는 동안 비온 뒤 나는 흙냄새와 더울 때 마시는 시원한 물 한잔 같은 상쾌함과 청량함을 느꼈고 진한 사골국을 마셨을 때처럼 깊은 풍미를 느꼈다.

모든 내용이 다 좋았다. 그 중에서도 나는 다섯가지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다.

첫 번째는 믿음의 길 중 16번 행원의 화신 보현보살 편 이다.

이보게 그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지만 팔십 노인도 행하기 어려운 것이라네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다. 문수가 깨달음의 지성적 측면과 지혜를 상징한다면 보현은 이를 실천하는 행을 상징한다. 어제 고성 보현암을 다녀왔는데 이 편을 읽고 보현보살과 행(실천)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찬불가 중 보현행원을 좋아한다. 보현행원 가사 중에서도 허공계와 중생계가 다할지라도 오늘 세운 이 서원은 끝없사오리이 부분을 가장 좋아하는데 가사에 나오는 서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보현보살의 행원은 모든 사람이 지혜가 충만한 부처님이라는 것을 알고 내가 만나는 모든 이를 부처님처럼 대하라는 가르침을 준다.

실천에 대해 중요한 것을 알긴 아는데 정말 잘 아는데....... 요즘에는 그래도 하루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려 하지만 그 전에는 오늘 쯤이야.’ 라며 넘기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만나면 아 저 사람 너무 싫어.’ 라면서 프레임을 씌우고 완전히 배척하려 했었다. 이 편을 통해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세상 부처님들께 경외심을 가지고 살아야겠다 많이 느꼈고 부지런히 노력해 꼭 보현행원 가사와 보현보살 가르침처럼 내 서원을 이루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다.

두 번째는 이해의 길 26번 연기의 진리 그리고 사랑 편 이다. 싯다르타는 연기를 깨달아 중생에서 붓다로 질적 전환을 이루었다. 연기는 존재하는 모든 것은 서로 말미암아 일어난다는 뜻으로 이것이 있음으로 말미암아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김으로 저것이 생긴다고 부처님은 정리하셨다. 문득 왜 이렇게 덥냐고 툴툴거리는 나를 보다 지구온난화 역시 원인이 있기에 열과로 나타나는구나 싶었다. 나부터 세제 사용을 줄이고 낭비되는 자원을 아껴 지구온난화에 대한 원인을 없애려고 노력하며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지 않도록, 북극곰이 삶의 터전을 지키도록 노력하고 이 아름다운 자연을 후손에게 물려 주어야 겠다.

세 번째는 27번 연기적 사유와 인간의 책임 편이다. 바로 앞 차례와 이어지는 이 내용은 보편적이라고 생각하는 가치들도 사유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누군가를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대표적 인물로 아이히만에 대해 설명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도덕적 딜레마를 이야기 할 때 빠지지 않는 사람으로 나도 아이들과 수업할 때 몇 번 이야기 하고 토론한 적이 있다. 아이히만의 행동을 보면서 반드시 자신이 세계에 끼칠 영향과 의미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이 깊은 연기적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말이다.

나는 요즘 아이들에게 역사 수업을 할 때 마다 우리나라는 눈 감았다 뜨니 이렇게 자유롭고 잘 살게 된 것이 아니다. 을사오적처럼 친일을 하고 나라를 팔아먹은 사람들도 있지만 죽음을 무릅쓰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애쓰신 분들도 계신다. 그분들께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자. 역사 앞에 당당하고 떳떳하게 기록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라고 당부한다.

모두가 잊지 말았으면 한다. 지금 나의 행동이 미래에도 연결됨을, 우리는 모두 자신의 행동에 책임져야 함을 말이다.

네 번째는 닦음의 길 66번 육식, 파계인가 편 이다. 나는 어릴 적 두 번 스님들께 스님이 되는건 어떻냐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 그 때 마다 고기를 못끊어서 못해요~” 라고 거절하곤 했었는데 그 뒤 정말 궁금했었다. 우리 할머니는 절에 가기 전에도 고기 먹지 말고 생선 먹지 말라고 하셔서 절에 가기 전에는 먹으면 안되는 줄 알았고 스님들도 고기 먹으면 큰일 나는 줄 알았는데 진짜 스님들은 고기 먹으면 안되나? 싶은 의문을 가진 채 시간이 지났고 답을 얻지 못했는데 이 편은 통해 왜 육식을 금지했는지 알게 되었고 인간이 생명을 해치지 않고서는 한 순간도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자는 것을 보고 모든 의문이 해소되었다.

육식을 하든 채식을 하든 가리지 않고 내가 먹고 있는 음식이 어디서 생겨나고 어떤 과정을 통해 나에게 왔는지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먹어야겠다.

마지막 다섯 번째 깨침의 길 94번 보리심을 향하여 편이다. 발심은 마음을 일으키는 것으로 깨치겠다는 마음을 내는 것을 말한다. 보리심을 내기 위해서는 지향, 지양의 대상을 분명히 알고 오랫동안 쌓인 좋지 않은 습관을 버려야 한다.

나는 시골에서 자랐는데 이맘때가 되면 항상 농사 준비를 하느라 논에 물이 넘쳐서 논에 사는 미꾸라지들이 논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보았다. 학교를 가는 길에 그 미꾸라지가 불쌍해 한 마리씩 논에 넣어주느라 지각 했을 때 생각이 난다. 보리심은 이런 것 이구나. 또 하나 과거의 나를 통해 배우게 되었고 잊고 살았던 감각이 되살아났다.

장장 427페이지의 책을 끝냈다. 책을 덮고 나니 산 속 뻐꾸기의 울음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아 이제 제주도 안가도 되겠다. 지금 여기가 제주도구나.’ 깊은 마음의 안정과 고요가 찾아 왔다.

이번 책은 내게 내가 가는 길이 맞음을, 잘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해주었다. 쉽고 간단하게 불교에 관한 지식과 상식을 알려 주면서도 공감해 주고 위로해 주어서 찐 어른을 만나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 기분이었다. 책 읽는 내내 행복했다. 여름 날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달콤한 낮잠을 잘 때 할머니가 부쳐 주던 부채의 바람 같은 책이었다. 그 바람을 원동력 삼아 더 열심히 내 길을 가야 겠다. 이지현으로서 불자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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