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 이탈로 칼비노 전집 10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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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을 읽든지 읽기 전에 책의 제목을 보고 내용을 상상해 보기 마련이다. 이러한 규칙 아닌 규칙을 이 책에도 적용시키며 생각해봤다.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라는 제목으로 보아하니 여행에 관한 소설인 듯 했다. 그리고 이 예측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남성독자혹은 당신이라 불리는 주인공이 을 찾아 여행을 다니는 건 맞았으나, 여행과 동등하게 혹은 더 높은 지위를 갖은 것은 독서즉 읽는 행위였다.

  책을 읽는 초반에는 읽어 나가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문장 자체부터가 너무 화려한 나머지 어렵게 느껴졌다.그러나 계속 읽으면서 이런 문장 구조와 표현들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 밖에도 독서가 어려웠던 이유는 책의 구조에 있었다. 책의 구성은 액자식인데, 기존에 읽어 왔던 액자식 소설들과는 사뭇 달랐다. 크게 두 가지 액자가 소설 속에 등장하는데, 크게 주인공인 남성독자루드밀라의 관계 속에서 진행되는 이야기가 첫 번째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는 10가지 소설, 이렇게 액자식 소설의 형태를 띤다. 10가지 소설과 주인공들 간의 관계의 이야기가 번갈아 계속 서술되다 보니 초반에는 읽는 동안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이 역시 읽다보니 신선함으로 작용하여 소설에 더 흥미를 불어 넣었다.

더 독특한 점은 책 속에 들장하는 10가지 소설이 초반부로만 이루어졌다는 데에 있다. 이런 설정으로 작가는 소설을 쓰고 읽는 행위에 대해 독자들이 생각해보도록 만든다. 초반부만 나온 모든 소설들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그리고 그 흥미가 정점에 달할 때 쯤 소설은 끝이 난다. 그래서 나머지 독서의 몫은 책 속의 독자에게 그리고 책 밖의 독자인 나이게 옮겨간다. 나머지 뒷부분들은 독자 스스로 창출해야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10가지 소설들이 모두 각자의 제목을 갖는데, 그 제목들을 모두 합치면 또 다른 소설의 첫 부분이 된다. 칼비노는 소설의 초반부의 역할과 그에서 파생되는 읽는 즐거움을 일깨워 주고 싶었던 듯하다. 실제로 우리는 서점에서 책을 사기 전, 책들의 앞부분을 읽어 보고 그 책에 대해 판단하고 구매할지 하지 않을지 결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초반부가 책의 전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초반만 보고 그 뒷부분을 살살하며 그 책을 구매할 것이므로.

  나의 독서는 어떠한가. 나도 독서에서 읽는 책의 초반부가 가장 중요하다. 허나 초반에 책이 마냥 쉽게 읽히진 않는다. 가장 흥미롭지만 반대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소설의 처음이다. 하지만 그 속에 뛰어들어 자연스레 녹아들게 되면 그 뒤는 알지 못할 힘이 날 소설의 뒷부분으로 끌고 간다. 이상하게도 힘들이지 않고 몰입한 채로 책을 읽게 된다. 물론 초반부가 충분한 흥미유발에 성공해 중간에 그 책을 덮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이 소설을 통해 읽는다는 행위에 대해 더 생각해보게 됐다. 그리고 그 행위의 중심엔 상상력과 작가와의 소통이 있다. 읽는 내내 우린 계속될 다음 이야기를 끊임없이 상상하며 작가와 텍스트를 매개로 소통하지 않는가. 초반부로만 이루어진 소설. 신박하고 흥미로운 발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점의 아쉬움이 남는다. 그 점은 바로 책의 모든 소설들이 정점에 이르러 끝나버려 그 뒷이야기를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내 상상력이 채워나가야겠지만 그래도 그 뒷이야기가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다. 10가지 소설들을 온전히 읽을 수 없어 그 점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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