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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앞에 서면 나는 왜 작아질까 - 당당한 나를 위한 관계의 심리학
크리스토프 앙드레 & 파트릭 레제롱 지음, 유정애 옮김 / 민음인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제목인 '사람들 앞에 서면 나는 왜 작아질까'는 이 책의 성격을 정말 잘 요약해주고 있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드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이 책의 초점은 사회 불안과 관련된 증상과 원인 그리고 결과에 대해 지겨울 만큼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심리학 관련 책들이 사실 예시들과 증상들이 원래 중요하긴 하지만, 뭐랄까 이 책은 그 예시들을 적당히 짜임새 있게 책의 주제와 내용과 관련을 시키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읽으면서도,이런말을 하기엔 좀 그렇지만, 즐겁지 않았다.
사실 책의 제목도 약간 불만이다. 책의 제목이 너무 노골적이라 과연 내가 사회 불안을 정말 가진 사람이라면 이 책을 들고 다니면서 읽을 수 있을 지 의문이 든다. 이 책에서 말하는 사회불안의 판단 결과 정상 수준이지만 약간 사회 불안이 있다고 나는 결과과 나왔다. 그런데도 이 책을 타인들 앞에서 읽고 내 책상 위에 올려놓을 때는 불안했다. 남들이 이 책을 보고 날 사회성 없는 우울증 환자로 보면 어떡하나라는 약간의 불안이 들었기 때문이다. 보통의 사회 불안 수준을 보이는 나도 이 정도라면 정말 사회 불안 환자에겐 이 책은 오히려 불안을 더 증폭시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내용 또한 일반인들,특히 사회 불안에 의해 불편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진 게 아니라 전문의를 위해 쓰여진 것 같았다. 앞의 첫문단에서 이야기했듯이 사회 불안을 너무 심도 있게 파고 든다는 생각이 읽는 내내 들었다. 물론 심도있게 사회 불안이 어떤 병인지, 증상은 무엇인지, 내가 과연 거기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자세히 아는 것은 좋다. 하지만 이 책은 너무 반복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실 네 가지 파트로 나뉜 이 책의 구성 중 앞의 세 파트는 같은 내용을 느낌만 다르게 해서 보여주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겨웠다. 무엇보다 읽기가 쉽지 않았다. 내용이 어렵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책의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고 약간 더 간단히 만들었을 수도 있었을텐데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내용에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사회 불안에 대해 이해는 갔다. 사실 아닌게 아니라 계속 같은 내용에 노출되다 보니 알게 될 수 밖에 없었다. 모든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 불안을 가지고 있다. 나 또한 그에 해당되리라. 특히나 이성관계에 있어 그런 듯하다. 비교대상이 없어서 내가 병적인 건지 혹은 그냥 정상적인 범주에서 왔다갔다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원인을 살펴보자면 평가에 대한 불안이라 할 수 있다. 내 생각을 글쓴이가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나는 남들이 날 어떻게 볼까를 항상 고민한다. 이 때문에 불안이 시작되고, 걱정이 되고, 어려움을 겪는다. 그리고 이에따라 내 스스로에 대한 잣대가 생기게 된다. 이러면 안 된다. 이런 행동을 하면 상대가 날 좋게 보지 않을거야. 그리고 이런 반응들이 반복되면서 오히려 불안 증세는 더욱 악화된다. 그리고 악순환은 계속되어 만성적인 사회 불안에 휩쌓인다. 내 모습이 그렇다. 평가불안, 그리고 완벽에 대한 추구. 비판적인 자의식. 다 깨부셔야할 적이다.
그렇다면 사회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에 대해 이 책은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참, 책의 한계인지 뭔지 몰라도 사회불안 환자들이 정말 이 책을 보고 증세를 호전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해결방안은 크게 노출기법 그리고 인지행동 치료로 구성되어 있다. 전자는 불안을 느끼는 상황에 반복적으로 자신을 노출시킴으로써 불안의 정도를 약화시키고 결국에는 그 불안을 없애는 방법이다. 이 해결방법이야 워낙 유명한 방법이고 심리학적으로도 입증이 많이 된 방법이라 의심의 여지도 없고 뭐 당연히 이런 류의 책에서는 나와야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후자에 있었다. 인지행동 치료의 설명을 읽으면서 참.... 어쩌라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난생 처음 들어보는 약들을 설명하면서 이 약은 어쩌고 저쩌고 저 약은 어디에 쓰인다는 둥 이런 소리를 늘어 놓는다. 이런 부분을 읽으면서 일반인이 읽을 법한 책은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터무니 없는 소리를 또 한다. 전문의를 찾아가 보는게 인지행동 치료가 제시한, 아니 이 책의 궁극적인 사회불안의 해결 방법이다. 그렇다 우리는 전문의를 찾아가 보라는 소리를 듣기 위해 이 책을 읽는 삶에서 다시 돌아오지 않을 몇 시간을 그대로 날려버린 것이다. 아쉬운 시간이다.
요컨대 이 책은 원인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통찰력 있는 내용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 해결방안은 깊이에서도 방법의 가지 수에서도 부족했다. 뿐만 아니라 해결을 독자의 주변 전문의에게 넘겨버리는 듯한 인상을 주어 무책임한 책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무쪼록 아쉬운 부분이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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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불안에 대한 이해에는 도움이 많이 되었지만, 정작 그것의 해결을 위해서는 쓸 모가 거의 없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비평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서평의 의미가 책을 항상 칭찬하고 이 책을 사라고 권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많은 비판을 받아 마땅하고 이야기가 많을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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