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이자 주인공 이름인 [바움가트너]란 소설은 은퇴를 앞둔 70대 교수, 바움가트너가 사별한 아내와 작별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로 70년 중, 2년 정도의 짧은 시간을 다룬다. '가트너'란 단어의 뜻이 정원사임을 고려하면 이 한 권의 소설은 작가가 바움가트너를 통해 가꾼 정원처럼 다양한 이야기로 구성돼 있어 2년이란 시간이 그리 짧지 않음을 느낀다.바움가트너는 아내가 남긴 작품을 통해 그녀를 추억한다. 소설 중간중간에 삽입된 아내의 소설들은 이야기의 전환점이 되며 다채로운 이야기를 품을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되는데 폴 오스터의 마지막 소설이란 사실을 알고 보는 독자의 입장에선 그가 자신에게 익숙하고 능숙한 '소설'을 한없이 보여주고 가는구나, 란 슬픔이 차오른다.소설 속 소설을 통해 여러 이야기가 즐비한 [바움가트너]는 그래서인지 '바움가트너'란 인물을 '폴 오스터'란 작가와 겹쳐 보게 된다. '바움가트너'가 중간중간 자신의 어릴 적 삶을 언급하는 장면에서 이건 누구의 이야기일까, 고민하게 만들며 때로는 작가의 자서전이란 착각 속에 읽게 된다. 그 정도로 [바움가트너]는 얇은 책임에도 삶을 깊이 있게 고찰하여 작가만의 철학을 짙게 보여준다.소설은 전반적으로 상실과 상실되지 않은 것은 연결되어 있음을 언급하며 위로와 용기를 준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부분들은 생을 소박하게 묘사한, 공감할 수밖에 없는 평범한 문장들이었다. 대단한 정의나 논리도 아닌 보편적인 시선에서 깨끗하게 담아낸 단어들이 퍽 위로를 준다.한 사람의 생에 중, 고작 2년일지라도 [바움가트너]의 이야기 속에는 참 스쳐 간 계절이 많았음을 보여준다. 그러니 나의 2년이란 세월 속에도 참 많은 계절이 스쳤음을 체감하며 새삼스럽게 그 모든 것은 이어져 있기에 지나간 것이구나 한다.(가제본 서평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