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데란 미래의 문학 11
데이비드 R. 번치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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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데란]은 600페이지의 벽돌책으로 산문시 형태를 띠기도 하며 문체가 여러 종이를 잘라 붙인 듯 난해하기 때문에 문단 안에서도 문장을 끊으며 읽어야 한다. 문체가 어려운 것에 비해 구조는 4부작으로 태초, 일상, 종말 전조, 종말 이후 이렇게 나뉘기 때문에 흐름은 비교적 간단하다.

1971년 데이비드 R. 번치가 보여주는 2064년이란 미래는 지금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마치 예언서와 같다.

▫️플라스틱으로 뒤덮인 지구
▫️자신의 존재감을 위한 전쟁
▫️기술 발전에 반비례하는 문화
▫️살점 인간에 대한 경멸과 무지
▫️사랑 없는 가족

작가는 감정이 아닌 생각을 끌어내기 위해 쓴 작품이기 때문에 [모데란]은 어려운 책이다. 하지만 주제는 단순하기 때문에 이를 중점으로 보면 작가가 주는 낯섦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성어가 자주 사용되는데 이는 금속의 긁는 소리와 부딪히는 소리로 공포를 조장할 수 있으나, 나는 이 소리가 야만인의 소리처럼 들렸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된 이유는 작품의 구조와 10번째 성채인 주인공 '그' 때문인데, 1부 태초는 거룩하고 웅장하지만 이야기가 진전될수록 마치 태양을 향해 날아간 이카로스처럼 추락하기 위해 내달리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주인공인 10번째 성채는 본인이 사람임을 이제 막 인지하기 시작한 어리숙한 생명처럼 끊임없이 고뇌한다. 이러한 의성어 사용과 산문시 형태로 즐비한 주인공의 고뇌 덕분에 [모데란]은 굉장히 특이한 작품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모데란이란 곳에서 '나'라는 인종이 살점 인간이라 불리는데 읽는 동안 은근히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동시에 우월함과 미개함을 나누는 기준이 터무니없고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 똑같은 살점 인간이었던 '그'의 방종함은 분노를 불러일으키나 신에게 기대어 자신의 존엄을 증명하려는 나약한 어리석음은 현실의 우리와 별다른 것 없어 보인다. 읽으면서 '그'에게 경멸과 연민을 번갈아 느끼니 감정의 폭이 깊어졌다.

[모데란]은 어렵다기보다 낯선 작품이라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이를 예술이란 분야로 넓게 보면 뒤샹, 잭슨 폴록, 피카소 등 낯섦과 충격을 준 작품들은 항상 등장했으니까. 오히려 신금속 인간을 사람이라 볼 수 있는지, 인간은 왜 전쟁을 할 수밖에 없는지 등의 사회 문제를 하나의 현상이 아닌 인간의 본능, 고질적인 문제로 보고 화두를 제시하니 다른 경제학이나 사회과학의 저서보다 더 큰 자극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라 본다.

독서 분야를 넓히고 책을 작품으로써 접근하고 싶은 분에게 [모데란]을 추천한다. 고전 SF소설만큼 다양성의 시발점이 되는 책은 없으니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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