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의 이리 을유세계문학전집 104
헤르만 헤세 지음, 권혁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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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자서전적이고도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을 담은 문제작 <황야의 이리>가 을유세계문학전집의 하나로 다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소설은 '편집자의 서언', '황야의 이리의 수기'(앞 부분), '황야의 이리에 관한 소논문'(중간 삽입), '황야의 이리의 수기' (계속)으로 구성이 조금 복잡해 보이기도 하지만 여러 관점의 서술자가 등장해 주인공이 안고 있는 문제를 다층적으로 조명하고 독서의 즐거움을 준다는 점(토마스 만이 오랜만에 독서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 소설이라고 한 말에 전적으로 공감!)에서 작가로서의 헤세의 야심이 엿보인다. 주인공이 자신을 동물과 인간의 양면성을 가진 존재, 다중적인 인격, 시민사회에서의 국외자 등으로 파악한 것은 인간의 정체성에 관한 헤세의 부단한 탐구의 결과물(특히 <데미안>, <싯다르타> 이후의)로 보인다. 아울러 괴테나 모차르트 등을 불멸의 존재로 묘사하고 주인공 하리 할러가 삶의 라디오음악을 들을 수 있는 내면의 발전 방향을 보인다는 점에서는 이 책은 독일 특유의 교양소설로 읽히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당시 국수주의적 시대나 기술문명에 대한 주인공의 비판적 태도에서는 20세기초 1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평화주의를 옹호한 헤세의 반전주의적 태도를 여실히 드러내준다. 이 책이 1960년대 히피 세대에 바이블처럼 읽혔다는 것이 이해가 된다. 소설 전체를 읽어나가면서 탁월한 내면 묘사에서 공감하고 현대의 지성인 작가로서의 헤세의 면모를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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