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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야망을 가진 당신에게 - 여성은 리더가 되길 주저하는가
이은형.유재경 지음 / 김영사 / 2021년 11월
평점 :
사람은 누구나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그게 어떤 결과를 불러오든, 생판 남 같은 분야보다는 내가 흥미를 품고 있는 분야인 게 좋겠지. 남은 생의 방향 키를 맞춘 채 나아가고 싶은 곳, 나의 이름을 또박또박 새기고 싶은 곳에서 인정을 받을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기쁜 일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이렇게 쉬운 말로 정의가 된다는 건 그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뜻이므로 아직 사회의 초년을 살고 있는 나로서는 그림의 떡으로만 느껴지지만, 나의 목표를 대신 달성한 롤 모델은 지금도 생겨나고 있으므로 끝없이 노력한다면 희망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성과와 인정에서 작용하는 잣대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 설마, 성별? 설마는 아직도 사람을 잡고 다닌다. 대체 언제까지. 뒤집어서 생각해 보자.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의 성과는 '무능력'하기 때문에 도태되는 것일까?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도달하지 못한 사람의 성과는 아무런 쓸모가 없어진다는 것인가? 우리는 인정의 유무를 따지기 전에, 내게 닿은 결과물과 그 결과를 만들어낸 사람이 속한 구조에 먼저 주목해야 한다. 인정을 위한 단상에 오르지 못한 이유. 고개 숙여 명예와 훈장을 거절하고 그늘에 주저앉는 이유. 올바른 곳에 맞춰내는 초점은, 생각보다 많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여성은 어디서나 겸손을 탑재한다. 이게 긍정적인 현상인지 부정적인 현상인지 알아보기엔, 나도 여자라 여자 편을 들 수밖에 없다. 사회에 입장하기 직전, 대학생의 시선에서 보기엔 일단 부조리하다. 그것도 엄청나게! 뒤에서도 언급하겠지만 이 문제는 결코 일부의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성장 환경을 이렇게 조작한 건 사회다. 여성들은 가지고 있는 능력에 비해 과한 두려움을 갖고, 책임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충분한 리더십을 갖추었음에도 자신을 무한정 깎아내리며 일생의 기회를 놓치곤 한다. 마치 그것이 정석이라도 되는 양. 사실 나조차 지금 당장은 여성의 나아감을 장려하지만, 무언가 대단한 제안을 받을 때마다 한 걸음 물러서는 습관이 있다. 어디서 배웠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 최악의 버릇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책임지지 않을 일을 맡는 사람이 넘쳐난다. 감당하지 못할 일임을 알면서도 판을 벌리는 사람이 남아돈다. 우리는 내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의무적으로 길러내, 도전과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되지만, 하고 싶은데도 하지 않는 건 용납할 수 없다. 남부럽지 않은 능력과 경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경우는 수많은 기회를 불투명하게 만들기에. 물론 예외란 존재하는 법이지만, 대부분의 여성은 언제 어디서나 겸손의 늪에 갇혀 스스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자신감과 야망을 가진 여자를 손에 꼽을 수 있는 이유가 뭘까.
나는 이 상황이 결코 여성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서는 것은 남성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포트를 하는 건 여성이. 언제부턴가 고착화된 사회 구조와 정형화된 분위기를 개선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나중의 책임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 잘못된 일인가? 전혀. 그렇다고 나중의 일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무엇이든 지나치면 독이 된다는 거지. 우리는 합의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책임을 고려하나, 결국엔 긍정적으로 명예를 받아들이자고. 물론 어렵다. 그러니까 전통인 것마냥 남아있는 문제 아니겠는가. 하지만 여기 안주해서는 안 된다. 안되고, 안 된다. 같은 분량과 같은 퀄리티의 성과를 동시에 냈음에도 일부만 인정을 받는다는 건 현실 사회의 문제다. 겸손은 본인의 선택 아니냐고? 인간의 주체성은 타의로 접히기도 한다.
여성은 지금도 물러선다. 능력에 따라 마땅히 주어지는 명예와 지위에서 자의적으로 벗어나 책임의 그림자에만 종속된다. 근거가 완벽하지 않은 칭찬은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러한 의문을 가지고 작고 적은 글을 작성하는 나조차 나의 성과를 사는 말을 들으면 쥐구멍으로 숨게 되고, 마치 여성이 가지는 야망과 자신감은 다른 사람의 것과 다른 것처럼 굴고는 한다. 당당한 여성이 되면 누군가의 비난을 받기라도 하는 것처럼. 마냥 잘난 우리는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스스로를 깎아내리며 어떤 조각을 쥐고 있는 것인지.
여성은 여성에게 영향을 준다. 우리는 내 뒤를 이을 여성을 위해서라도 내가 가진 야망을 세상에 전시할 필요가 있다. 또 이타적인 삶을 추구하게 되지만 그조차 한 걸음이 될 거라고. 한 세대씩 고쳐나가다 보면 멀지 않은 미래에는 동등한 야망으로 지휘봉을 잡을 나의 동생들이 새로운 개혁을 꿈꿀 것이다. 성별에 겁먹어 찬스 앞에 물러서지 않고, 우리도 욕심이란 걸 부리며 리더의 자리에 올라 세상을 휘두를 수 있다고. 나를 깎아내리는 건 외부의 존재로써 충분하다. 나의 능력을 후하게 평가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음을 부디 잊지 않기를. 건강한 욕망을 실현하는 건 인간으로서 존경스러운 일이다. 일과 성과에 대한 야망이 넘친다고 해서 숨지 말자. 나를 위해, 과거와 미래의 나를 위해.